며칠전 저녁에 친구랑 술 한잔할라고 집을 나섰는데, 제 앞으로 초등학생같은 어떤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보도턱에 걸려 넘어지더군요. 슈퍼에서 과자를 사들고 집에 가던 길이었는지, 까만봉지가 찢어져 길바닥에 과자들이 널부러졌습니다. 애는 길에 주저앉은 채로 아픈곳을 주무르고 있었는데, 크게 다치진 않았더군요. 다가가서 자전거를 세워두고 애를 일으켜세워주었죠. 터진 봉지로는 그 애가 과자를 다 싸들고 갈수 없을꺼 같기에, 잠시만 그 자리에 있으라고 하고, 슈퍼에서 봉지 하나를 얻어다 과자를 담아 주었습니다. 그러더니 밝은 목소리로 '고맙습니다' 하면서 과자를 하나 내주더군요. 이게 맛날까 저게 맛날까 한참이나 고민 끝에 고른 과자일텐데.. 그 애가 얼마나 귀여워 보이던지... 그일후로 내내, 뿌듯하고 애들이 귀엽게 보이더군요. 지금 그 일을 떠올려보니깐, 그 애가 사들고 간 과자 중에 있던 강냉이가 생각이 납니다. 자기가 먹고 싶어서 산 게 아니고, 할머니나 할아버지 갖다드릴려고 산거라고 생각하니깐 뭉클하네요. 제 추측이 맞겠죠?
유머 사이트 등을 둘러보면 초등학생들 버릇없다는 글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런 글들을 보면서 저도 공감을 햇고요. 하지만, 그 애를 만난 후로, 평소보다 초등학생들을 더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가르쳐준 것이겠지만, 그 말을 흘려듣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 손을 들고 건너는 아이들.. 등교 길에 이것저것 준비물을 가득 든 친구에게 다가가서 같이 들어주는 아이.. 준비물을 안가져왔는지 똥이 누려운건지, 엄청난 일이 벌어진듯한 표정을 하고 다른 아이들이 가는 반대 방향으로 뛰어가는 아이.. 그리고 가게주인에게 인사 잘하는 아이.. 관심을 가지고 좋은 시선으로 보니깐, 기특하고 귀여운 아이들이 더 많이 눈에 띄더군요. 어릴 적 바르지만 않았던 우리들도 가족걱정, 나라걱정도 할수있을만큼 이렇게 컸잖아요. 미울 땐 밉더라도 일단은 우리가 할수 있는만큼은 우리 동생들을 이해하고 돌봐주는게 좋은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