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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개미와 베짱이 (2009년작)
게시물ID : readers_145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고양고양해
추천 : 1
조회수 : 375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4/08/11 11: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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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무더운 어느 여름날 이었다.

 

 

여느때와 같이 개미 이씨는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이씨의 가장 큰 장점은 근면이고 가장 큰 단점은 성실이었다.

 

어째서 성실이 단점이 될 수 있냐고?

 

도가 지나치면 뭐든 단점이 된다.

개미 이씨는 너무 성실 했기에 자신의 일이 남아 있을 때에는 친구들과의 술자리도 나가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다 처리해야만 하는 이른바 완벽주의자였다.

 

 

이씨는 무더운 여름날에도 남들이 다 농땡이를 피워도 미련하리만큼 열심히 양식을 모으고 있었다.

 

 

"어이 이씨. 쉬엄쉬엄하라고."

 

"아 네. 이것만 마저 하구요."

 

"에헤이. 벌써 그 말이 몇  번짼가. 그러지말고 여기 와서 진딧물 뒷꽁무니좀 빨아보게. 얼마나 시원한지 몰라."

 

"헤헤. 제 걱정은 하지말고 많이 드세요."

 

 

 

 

 

 

 

 

그늘에서 잠시 땀을 식히던 중장년층들은  쉬지도 않고 일을 하는 개미 이씨를 보며 한마디씩 했다.

 

"저런 버르장머리없는 새끼! 어른이 부르는데 안와?"

 

"미쳐가지고 말야. 쯧쯧"

 

"말세여 말세."

 

"독한새끼. 지 혼자 얼마나 벌어쳐 먹을려고 저 지랄이야?"

 

"맞어 맞어."

 

 

 

질투와 시기가 가득한 세상.

열심히 일하는 자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욕을 먹는 세상이다.

 

어쩌겠는가? 세상에 믿을 사람은 한명도 없다.

 

 

 

 

 

 

 

어찌됐건 열심히 일을 하는 개미 이씨를 사로잡은 단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베짱이 김양이었다.

 

오늘도 김양은 나뭇가지위에 앉아 내가 일하는 것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나는 김양에게 한마디 하였다.

 

 

 

"어이 김양. 너는 맨날 누워서 뭐하는거야?"

 

"신경쓰지말고 떠나가라."

 

"양식이라도 좀 모아두는게 어때? 머지않아 가을 겨울이 온다구."

 

"나를 찾지말고 살아가라."

 

"......"

 

"넌 그럴 수록 행복 해야돼~ 하루하루 무뎌져가네에에에~"

 

"나를 떠나서어~ "

 

"더 편해지길~"

 

"나를 잊고서"

 

"살아가줘어"

 

우리는 여느 때와 같이 콜라보를 하며  신나게 놀았다.

 

 

 

 

개미 이씨는 놀지도 않고 일에 대해서는 근면성실했지만 자유분방한 베짱이 김양과 의외로 통하는 부분이 참 많았다.

 

바람처럼 자유롭게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살아가는 김양의 생활방식을 조금은 동경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베짱이 김양은 주로 자신의 여행담을 이야기 해주곤 했는데

쥐를 타고 고양이를 잡은 얘기라던가 사막에서 펭귄을 보았다는 얘기. 북극곰과 같이 콜라를 마신 얘기 등등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금새 날이 저물곤 했었다.

 

 

 

 

 

하지만 그런 김양을 보면 걱정이 앞서는것도 사실이었다.

 

자신은 겨울동안 먹을 양식을 잔뜩 모아두고 있었지만

김양은 화장실 가기도 귀찮아 하는 아주 게으름뱅이였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씻은지도 오래 되어 냄새가 난다고 개미마을 사람들은 모두 김양을 싫어하였다.

 

하지만 나는 왠지 그런 김양이 싫지가 않았다.

 

규율에 구속받지 않는 김양.

그렇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우리는 오늘도 해가 저물무렵이 되서야 헤어졌다.

 

 

 

 

 

 

 

 

 

 

 

 

 

 

 

 

 

 

 

"아 따분해!"

 

나는 적당한 나무 그루에 누워서 오늘도 빈둥빈둥 대고 있었다.

 

이 자리는 햇볕이 비치지 않고 바람도 잘 불어왔기 때문에 김양의 베스트 지정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슬슬 이씨가 올때가 됐는데 말야..."

 

참견 좋아하는 이씨.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질타와는 뭔가 틀렸다.

정말 나를 위해서 충고를 해주는 이씨의 섬세함은 왠지 기분 나쁘지가 않았다.

 

 

이씨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아주 오래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심한 이씨는 쉽사리 자신에게 고백을 하지 못했다.

 

'남을 너무 많이 배려해서 그런걸거야.'

 

그렇다. 김양은 구속받기 싫어하는 자유로운 성격.

만약 이씨가 자신의 곁에 있기를 원한다면 김양은 여행을 떠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이씨는 항상 김양을 향해 머뭇거리기만 할 뿐.

그의 마음을 속시원히 털어 놓지는 못하였다.

 

 

 

 

 

그때 언덕너머로 이씨의 모습이 보였다.

 

 

베짱이 김양은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좀 놀려줄까?'

 

 

김양은 이씨를 부르며 팔을 벌리고 뛰기 시각했다.

 

"이씨~~~"

 

"앗! 김양이 나를 향해 달려온다!"

 

이씨는 얼굴을 잔뜩 붉혔다.

어쩔줄 몰라하는 이씨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김양은 더욱 더 신이 났다.

 

김양은 이씨에게 달려가 확 안아버렸다.

 

 

"헉! 뭐지 꿈인가?"

 

"이씨. 오늘은 왜 이렇게 늦었어? 기다렸잖아."

 

"헉! 왜 나를?"

 

"왜인지 궁금해?"

 

나는 잔뜩 뜸을 들였다.

그러자 궁금해서 안달이 난 이씨는 더욱 더 나를 재촉했다.

 

"무, 무슨일이야?"

 

"뭐냐면..."

 

"꿀꺽"

 

"물좀 떠다줄래? 너무너무 귀찮아서 말야!"

 

"......"

 

"표정이 왜 그래? 싫어?"

 

"아, 아니! 지금 떠다줄께."

 

 

 

개미 이씨는 허둥대며 개울가로 달려갔다.

그런 이씨를 바라보며 베짱이 김양은 미소를 지었다.

 

"귀여운 구석이 있다니깐."

 

 

 

 

 

 

 

 

 

 

 

 

 

 

 

 

 

 

 

 

어느새 낙엽이 떨어지고 가을은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해가 많이 짧아졌군..."

 

개미 이씨는 짧게 탄식했다.

 

아직 베짱이 김양과의 사이는 전혀 발전이 없었다.

 

아마 이대로라면 김양은 겨울이 오면 어디론가 떠나버릴거야.

 

개미 이씨는 마음 한켠이 욱씬거림을 느꼈다. 







 

   *        *        *      

 

 





김양이 우리 마을에 온지도 벌써 몇개월이 흘렀다.

 

아마 새싹이 막 나기 시작했을때였을 것이다.

 

기나긴 겨울이 지난 뒤 나는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집 밖으로 나왔을때 어디선가 노래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누구지? 아름다운 목소리야."

 

나는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본능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작은 나무귀퉁이를 돌아 본 그 곳에 바로 베짱이 김양이 있었다.

 

 

김양은 내가 온줄도 모르고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그 노래를 왠지 끊고 싶지 않아 소리를 죽인채 자리에 앉았다.

 

감미로운 목소리와 산뜻한 멜로디는 정말 듣기 좋았다.

 

 

이래서 사람들은 사랑을 하게 되면 봄이 왔다고 하는 걸까.

얼음처럼 사르륵 녹아내리는 내 마음. 어쩜좋니?

 

 

김양의 노래가 다 끝나자 나는 TV 에서 지겹도록 봤던 장면을 떠올렸다.

 

"짝짝짝."

 

그녀는 깜짝 놀라 돌아보며 말한다.

"어머! 누구세요?"

 

"노래 잘 들었습니다. 정말 잘 부르시던데요?"

 

"어머......"

 

그녀는 얼굴을 붉힌채 고개를 숙인다.

 

"어떻게... 아름다운 레이디의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나는 그녀의 손을 가볍게 잡아 손등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 둘은 급 진전하여 연인관계로 골인!

 

 

 

 

 

 

 

 

"좋았어!"

 

나는 결심한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짝짝짝."

 

"응?"

 

그녀는 내 생각보다 훨씬 무덤덤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약간 계획이랑 다른데?

그러나 나는 내색하지 않고 다음 멘트를 날렸다.

 

"노래 잘 들었습니다. 정말 잘 부르..."

 

"들었으면 돈을 내."

 

"...시던데요? 네? 돈이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 돈. 지금 우리 음반시장이 망해가고 있는데 음원이용료정도는 내야 될것 아냐?"

 

"......네?"

 

"아무튼 됐고. 어서 가진것 다 내놔."

 

"지, 지금은 가진게 없는데요?"

 

"에이 뭐야? 첫날부터 개털걸렸네? 재수가 없으려니까."

 

"죄, 죄송..."

 

"야! 그럼 너네집 주소랑 이름 불러."

 

"근데 내가 왜..."

 

"쓰읍?"

 

"적으세요. 부릅니다."

 

 

그녀는 펜으로 나의 이름과 주소를 꼼꼼하게 적고 나의 집까지 동행하여 위치까지 파악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그럼 다음에 이 돈 다 갚아야 된다. 알겠냐?"

 

"...흑흑 네."

 

"담에 보자. 아! 그리고 내 이름은 김양이다."

 

자신을 김양이라 밝힌 그녀는 숲속 너머로 유유히 모습을 감췄다.

 

그것이 김양과의 첫 만남이었다. 

 

 




 

   *        *        *      

 

 

 

 

"야! 뭘 그리 실실 웃고 있냐?"

 

뒤에서 김양이 내게 다가와 물었다.

 

나는 김양을 보며 말없이 웃었다.

 

"왜? 내 얼굴에 뭐가 묻었냐?"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왜? 뭔데. 말해봐!"

 

"아 글쎄 아니라니깐"

 

"어쭈. 니놈이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후후. 네 놈의 패턴은 모두 파악했다."

 

 

 

우리의 웃음소리가 바람과 함께 숲속에 울려퍼졌다.

 

조금 더 서늘해진 바람이 나의 근심까지 모두 덜어가 주길 바랬다.

적어도 이 행복이 조금이나마 더 오래 지속되길 바라며......

 

난 김양에 대한 마음을 깊숙히 묻어두었다.

 

 

자신이 김양의 발목을 잡을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서리가 내리기 시작했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길에는 베짱이 김양만이 혼자 걷고 있었다.

 

 

 

 

몇번이나 개미 이씨가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했지만 한산코 거절한

김양이었다.

 

 

"한번 히피는 영원한 히피니까!"

 

그렇다. 쓸때없는 자존심 때문에 그녀는 서서히 죽음을 자초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자존심이 밥을 먹여주나?

아니면 자존심이 시집을 보내주나?

하지만 김양은 자존심은 자신의 생명과 같은거라 이게 꺽이는 날 자신이 죽는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씨의 집으로 가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아까 이씨가 자신을 보자고 하였을때 김양은 좀 기뻤다.

 

'겨울도 이제 거의 다다랐는데...혹시 드디어 고백하는걸까?'

 

설레는 김양은 프로포즈를 받을 생각에 괜히 신이 났다.

김양은 갖은 화장품을 뿌리며 자신의 몸을 치장하여 예쁘게 차려입은 뒤 이씨를 만나러 나갔다.

 

 

하지만 이씨는 그런 김양의 마음도 몰라준 채 자신의 집에서 추위를 피하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맥이 풀려버린 김양은 도리어 화가 나 오기로 절대로 가지 않겠다고 단언하였다.

 

그리고는 안녕이라는 말도 없이 그렇게 둘은 헤어졌다.

 

 

 

 

 

 

 

 

사실 진작에 떠났어야 할 마을이었다.

하지만 서운한 마음은 어쩔수가 없었다.

 

 

도대체 내가 왜 지금까지 여기에 있었는데...!

 

"으! 이 멍청한놈! 눈치라곤 개미눈꼽만큼도 없는 둔치!"

 

김양은 분을 못 이긴채 소리쳤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바람과 함께 사라져갔고 김양은 추위가 몰아닥치기 전에 떠나야만 했기에 발걸음을 놀렸다.

 

 

 

 

 

 

 

 

 

 

 

 

 

 

 

 

 

 

 

 

 

한편 개미 이씨는 화가 잔뜩 난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베짱이 김양의 태도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집에서 따뜻하게 겨울을 보내다가 봄이 오면 여행을 떠나도 될텐데... 왜 고집을 부리는 걸까.

 

 

'쳇! 난 몰라! 알아서 하겠지 뭐.'

 

개미 이씨는 소심하여 화를 잘 내지 않는 편이었지만 김양을 배려하고픈 마음을 몰라주는 베짱이 김양에 대한 사랑이 미워하는 마음으로 바뀌어버렸다.

한마디로 애증이었다.

 

 

 

개미 이씨는 그날 포도주 세잔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갈증을 느낀 개미 이씨는 부엌으로 가 물을 마셨다.

 

벌컥벌컥.

 

컵을 내려놓으며 개미 이씨는 창밖을 보았는데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내린지 꽤 지났는지 눈은 이미 곳곳에 잔뜩 쌓여있었다.

그러자 이씨는 걱정이 되었다.

 

"김양은 괜찮을까...?"

 

아직 초겨울인데 이르게 내린 눈이었다.

 

어디쯤 갔을까? 눈은 잘 피하고 있을까?

먹을것은 어떻게...

 

 

더 이상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씨는 옷을 두툼하게 입었다.

그리고 배낭에 약간의 식량과 핫팩도 넣었다.

 

준비를 마친 이씨는 김양을 찾기 위해 문을 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현관에는 김양이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이씨는 너무너무 놀랐다.

 

김양을 안아 보았지만 몸이 너무 차가웠다.

 

 

 

"김양! 정신차려 김양!"

 

이씨는 김양의 뺨을 때리며 소리쳤다.

 

"김양!! 김양!!" 나야! 이씨! 일어나봐!"

 

이씨는 김양을 더 쎄게 흔들며 소리쳤다.

 

 

 

"김양...!!"

 

"...으... 그만 좀 때리지?"

 

"김양! 정신이 들어?"

 

김양은 힘겹게 눈을 뜨며 말을 했다.

다행이구나.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나는 다급히 소리쳤다.

 

"의사! 의사에게 가자!"

 

그러자 김양은 고개를 저었다.

 

"...나 이제 한계야... 괜한짓 하지마."

 

김양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듣기싫은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김양을 꼭 끌어안은채 울며 소리쳤다.

 

 

"바보야! 왜 안갔어! 왜 아직 여기서 이러고 있냐고!"

 

그러자 김양은 힘겹게 웃으며 말을 했다.

 

"말했잖아 난 히피니... 쿨럭 쿨럭!"

 

"말하지마! 너 지금 너무 안좋으니까. 지금 의사한테 가면 살 수 있을거야!"

 

내가 김양을 들쳐업으려 했지만 김양은 도무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멍청아! 잘 들어. 너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 아마 이게 유언이 되겠지만."

 

"그런소리 하지말란말야. 고집부리지말고 어서 가자. 응?"

 

하지만 김양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구차하게 난 살고 싶지 않아..."

 

김양은 그렇게 말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난 그제야 김양을 설득시키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양을 바라보니 눈물이 맺혔다.

 

 

"넌 정말 한번도 지질 않는구나."

 

"아니... 이번은 내가 졌어. 그래서 내가 여기 있는거고......"

 

"무슨소리야?"

 

내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었다.

 

"한번도 말안해봤는데... 쑥스럽네 잘 들어."

 

내 눈물을 닦아주며 김양은 말했다.

 

"...널 사랑해. 정말."

 

"......"

 

"모두 날 보고 손가락질 했지만 너만은 날 위해주었어. 어딜가도 이런적 없었기 때문에 난 정말 기뻤다. 이제야 내가 있어야 할 곳을 찾은것 같았거든. 헤헷... 결국 넌 날 잡아주지 않았지만 말야."

 

나는 복받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나도 사랑해! 응? 나도 정말 사랑해!"

 

나는 울부짖듯이 소리쳤다.

 

아. 왜 진작 이렇게 쉬운 말을 하지 못했던가.

후회가 물 밀듯이 밀려왔다.

 

그러자 김양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알고있어. 너가 말못한 이유를... 그래서 난 떠나지 못햇지. 마지막으로 너의 웃는모습이 보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데 이렇게 울기만 하면 어떡해."

 

나는 말도 못할 만큼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그러자 김양은 차가운 손으로 내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한번만 날 위해 웃어주지 않을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억지로 웃어보이려 했다.

 

"...하하 그게 뭐야 바보같애. 이런 바보한테 내 자존심이 꺽이다니. 후회되는걸?"

 

잔뜩 일그러진 내 표정은 웃는 모습도 아니고 우는 모습도 아닌게 되어버렸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웃고 있는 김양.

 

하지만 그런 김양의 웃음소리가 나를 더욱 더 슬프게 만들 뿐이었다.

 

 

 

 

 

 

 

 

 

 

 

 

 

 

 

 

 

 

 

 

 

 

 

 

 

 

 

 

 

 

 

그뒤 우리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서로를 바라보며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그 시간은 내가 김양을 만났던 그 어떤 시간보다 소중했고 값진 경험이었다.

 

나는 김양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고 김양도 그랬기를 바랬다.

 

그리고 김양은 미소를 띈채 행복한 모습으로 눈을 감았다.

 

나는 그런 김양을 한참동안이나 안고 있었고

눈은 그렇게 우리의 추억과 함께 내리고 있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글은 2009년에 제가 싸이월드에 작성했던 글입니다. 

개미와 베짱이를 토대로 재구성 해 보았기에 약간 심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름 열심히 썼던 글이지만 어디에 내놓지도 못할 부끄러운 글이기에 

현재까지 가둬두다가 이렇게 병신백일장에 출범을 하게 되었습니다. 


약간은 올드한 느낌도 나지만 그때의 제 정서가 현재의 삭막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녹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빅뱅의 노래라던가 하는 부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부디 그런 것을 감안하고 읽어주셨으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유 여러분. 

 




[우리는 아직 세월호를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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