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책은 지식의 상징이자 부의 상징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갖고 있었다. 그 이유는 새로운 지식을 알아내고, 이를 모아 기록해 책을 만들었던 것이 첫 번째. 두 번째로는, 이러한 책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당시에는 막대한 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먼 옛날의 책은 매우 무거우면서도 크기까지해, 현대 기준으로 보면 결코 책이라고 부를 수 없을정도라고 부르기에 충분했다. 책이 아니라 비석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을만큼 거대하기도 했고. 이렇다보니 당연히 책은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물건으로 인식되었고, 자연스럽게 부의 상징이라는 의미와 지식의 상징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 물체가 되었다. "사람은...... 이 다음은 대체 뭐라고 말하는지 모르겠다...." 소년이 읽고 있는 책은 먼 옛날의 것과 달리 종이라는 물체로 만들어졌다. 종이는 매우 저렴하고 엄청난 양을 생산할 수 있기에 부의 상징이라는 말은 이 시대에 와서는 사라져버렸고, 지금은 지식의 상징이라는 의미만 남았다. "내가 왜 책을 읽어야하는지 모르겠다. 시간 낭비밖에 안되는 거 같은데." 소년은 책을 읽다가 더 이상 못 읽겠다는 듯 책을 펼쳐놓은 채로 거꾸로 뒤집어놓았다. 지금 시대에 와서는 매우 저렴한 가격에 책을 살 수 있고, 더 나아가 자금이 충분하다면 10개, 20개조차도 살 수 있다. 지금 시대에 책이란 부의 상징이라는 것은 없고, 적당한 자금이 있으면 누구나 살 수 있다. "그렇다고 책 읽기 싫다고 하면 또 뭐라 그럴테고....." 책이 있으면 몹시 귀하다고 여겨지고 읽는 것조차 영광이라 여겨지던 시대에서 책이라는 말만 들으면 싫증이 나는 시대로 변화했다. 분명 옛 사람이 여기에 있었다면, 도대체 왜 책을 귀하게 여기지 않느냐고 호통을 쳤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현대의 사람들은 그 말을 들어도 말도 안되는 말로 치부할 것이고, 그대로 책이란 지루하고 재미없고 싫증나는 것이라 여길 것이다. "대충 페이지만 넘겨서 읽고 다 읽었다고 때우면 되겠지." 소년은 펼쳐놓은 채 거꾸로 뒤집힌 책 위에 팔을 얹어 책상에 몸을 기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