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 지 8년째다. 그 8년 동안 나 당신 얼굴 본 거 두번이다. 2년짼가에 한 번, 4년짼가에 한 번. 그래 당신 힘들었던 거 안다. 그래서 전화를 하든 뭘 하든 다 받아주고 내가 하는 겜도 소개시켜주고 취업준비하느라 힘들텐데 이거라도 나랑 하면서 상처받은 맘 달래라고. 나답지 않게 살갑게 잘 해줬다.
근데... 제발 술먹고 헛소리 좀 그만 하자. 난 자고로 얼굴 맞대고 지내야 정붙는 사람이다. 그래 알고 지낸지는 꽤 됐다고 정들었다 치는데 그여자랑 헤어져서 힘든거 아는데 연락 오랜만에 닿아서 참 좋았었는데 왜 전화해서는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안그러면 죽어버릴거라고 난리를 치니? 어린 나한테 부끄럽지도 않아? 왜 내 이름 부르면서 죽어라 이상한 노래만 부르는데? 새벽 네 시에 전화 열 번쯤 하는거 놔두느라 힘들었다. 자는척 하느라 안껐다. 끄면 그래도 상처받을까봐 안 껐어.
그래... 몇년간 함께했던 유일한 사람 떠나가서 힘든 거 알아 근데 왜 나한테 그여자 홈페이지에 적힌 다이어리며 사진 보여달라고 하는건데? 내가 일촌이다 이거야? 나 정말 실망했다. 결국 당신은 나한테 연락한 게 아니라 그여자의 근황을 알 수 있는 수단에게 연락한 거니까. 몇년만에 연락이 닿아서 기뻐했던 내가 븅신이지. 자꾸 그여자 다이어리 까발리라고 싫다니까 그럼 내 아이디랑 비밀번호라도 가르쳐달라고 졸라댔지? 메신저로 안되니까 전화질 했지? 그래서 내가 너 나쁘다고 하니까 조낸 화내면서 나보고 그런말 할 자격없다네? 그러면서 일방적으로 나랑 인연이 끝이라네?
그래 이거밖에 안되는 거였으니까 나도 쌩깠어 근데 왜 또 한달만에 전화해서 사람 열받게 해? 취직해서 잘됐다고 축하한다고 속도 좋게 말한 내가 웃기다 시집오라고? 넌 그런 말이 쉽게 나오니??
정말 술먹고 전화하는거에 넌더리난다. 한번만 더 술 먹고 전화해서 했던말 또하고또하고또하고또하면 그냥 수신거부하련다. 받아주는 것도 정도가 있고 어줍잖은 동정심으로 버티기도 힘들다. 왜 그여자가 당신하고 헤어졌는지 알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