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백반증이라는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입니다.
어려서부터 있던 것이 아니라 광대뼈 쪽에 점 크기로 있던 반점이 점점 퍼진 상태입니다.
얼굴과 손...몸에 퍼진 상태죠...
치료는 받고 있지만 한 달 치 약값이 50만 원 정도 합니다.
박봉의 저에게는 상당한 액수죠.
지출을 줄여라....밥도 굶어라...이런식의 조언은 항상 듣습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저도 어쩔 도리가 없이 상당한 지출이 있을 때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실 때는 핑계처럼 들리실 수도 있을 겁니다.
아니...그냥 핑계죠.
막내아들 얼굴 한번 보자고 하시는 부모님에게도....이러다 고독사 하겠다며 여자를 소개해 주려는 지인들 친구들....
부모님 근심 걱정 끼쳐드릴까 얼굴한번 제대로 들지 못하고 친구 생각한다는 고마운 마음에 주선자는 이유로 욕먹을까 봐 걱정되어
행여나 있을지도 모르는 인연 자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저도 부모님 얼굴 보고 싶고 친구들하고 마주 앉아서 얘기도 하고 웃고 떠들고 싶은데 어느 순간부터 제 스스로 고개를 돌려 피하고 있습니다.
"괜찮다.괜찮다.신경 안 쓴다." 라고 말은 하는데 마음처럼 쉽게 되질 않네요.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도 긴 셔츠와 긴 바지를 입고 자외선을 피하려고 모자를 쓰고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길을 걷고 있으면 마주 오는 분들의 시선을 의식해 저절로 아래를 보고 걷습니다.
전 직장에서는 이게 전염되는 것인지 물어보는 동료들...상사들...그들의 시선과 관심이 버거워 비록 박봉이라도 편한 복장 모자를 써도 되는 곳으로
이직했습니다.
왜 그러는 걸까요?
이건 감기도 아니고 바이러스도 아니고...전염병도 아닙니다.
심지어 성관계를 맺어도 전파되지 않아요.
친구들과 같이 거닐 때면 유독 저에게만 쏠리는 그 시선이 싫어 방구석에 처박혀 있기도 합니다.
친구들은 "신경 쓰지 마라 우리가 괜찮다는데 뭔 상관이냐"
낮에는 밖에 나갈 수도 없습니다.
더 심해질까봐...
왜 그런 거죠...도대체 왜요.
전 괴물이 아니에요. 아주 평범한 사람입니다.그거 그냥 원인도 모르게 발생한 거에요.
저도 당사자가 되기 전에는 이런 피부질환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이런 저라도 좋다고 만나주던 연인들이 매우 고마워서 더 마음 주고 정주고...그래서 더 상처받고 힘들고...
또 만날 수 있을까 저런 사람들을...생각하면 답답하고 우울하고 짜증나고...
그런 생각을 하다 문득 "아..이래선 우울증이 걸리겠구나...어쩌면 벌써 오고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래서 더 밝은 척 하고 잡념을 좀 없애 보려 게임도 하고....요즘 그렇게 지냅니다.
"치료받으면 좋아지겠지...나아지겠지...좋아지고 있네!" 스스로 다독이고 있죠.
그래서 그러는데...혹시나 여러분들도 주변에 저 같은 분들 계시면 그냥...평범하게 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염병 아니에요. 그냥 피부질환이에요. 통증도 없어요. 그냥 미에 관련된 사항 중 하나일 뿐이에요.
그러니까 제발....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세요...
난 괴물이 아니에요..
내 잘못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