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그게 어지간한 결심으로는 안되는 핵포기라서요 아직까지 평화적으로 핵이나 생화학무기 포기한건 리비아뿐인데 그것도 리비아가 개발한게 아니고 원래 소련걸 리비아에 배치해둔거였죠 본인들은 어차피 운용도 못하고 갖고있다간 이란이나 북한처럼 고립될까봐 거의 건드리지도 않은채 미국에 통째로 넘겼어요 기술력은 둘째치더라도 자력으로 저기까지 개발한걸 타국의 경제원조 약속만 믿고 포기하는건 정말 엄청난거에요
김정남 암살이 되게 잔혹한 사건이긴 한데 ‘왕정시대’로 따지면 상당히 흔했고 또 필수적인 일이었죠.
왕위 계승은 했다지만 권력기반이 불안정하고 언제건 반대 세력이 준동할 수 있는 혼란한 시기에 왕권 경쟁자는 그 자체로 큰 위협이 됩니다. 김정은이 피도 눈물도 없이 친족까지 살해할 정도의 무시무시한 인물이라고는 해도 머리 하나는 되게 좋죠. 지금까지의 행보를 살펴봤을때 말이죠. 그 아비 김정일도 대단한 책략가였습니다. 북한 권력층 내에서 딴 생각 품은 인간들이 없을리가 없었을텐데 김정일 시대는 권력구조도 탄탄하고 머리도 좋아 감히 반기를 들 생각도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차기 김정은으로 왕권이 세습되는 혼란기가 그들에게 기회가 됐던거죠. 김정은은 머리가 빼어나니 일단 권력이 안정화되면 절대 못 건드리는 대상이 될테고, 혼란기에 얼른 제거하고 만만한, 북한 내 지지기반도 없다시피하고 능력치도 떨어져 보이는 김정남을 데려와 바지사장으로 앉혀두면 그 뒷배 세력이 실권을 장악하고 전횡하는게 가능한 그림이 그려집니다. 그러므로 김정은 입장에선 김정남 제거가 시급했을거에요. 원래 왕위 계승 경쟁자라는 게 똑똑한 놈은 똑똑한 그놈 그 자체로 위협이 되고 멍청한 놈은 멍청한대로 그걸 이용해 먹으려는 세력에게 매력적인 카드가 되기에 위협적인 거니까요.
게다가 김정은은 핵카드에 대해 처음부터 ‘얼른 완성 끝마친 후 이걸 버리는 걸로 협상카드를 만들어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 개발’을 꿈꿔왔단게 이제 밝혀졌습니다. 이거 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핵개발에 관여해 권력을 잡아온 군부 세력은 물론 자기 부친인 김정일 추종 세력들까지도 대경실색하고 반대할게 뻔했기에 그 이전에 미리미리 반대파 숙청/정리를 통한 자기 권력 공고화가 필수적이었다는 거죠.
그런거보면 김정은이 적국 두령이라곤 해도 대단하긴 대단한 책략가입니다. 저 어린 나이에 자기 계획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철저히 숨긴채 핵 완성에 올인하며 전쟁 직전까지 아슬아슬 줄타기 노선을 고수하는 한편 그 와중에 반대파를 싸그리 다 정리하고 자기 권력을 공고하게 만들었거든요. 그 뒤에 핵이 완성되고 나자 갑자기 핵포기를 카드로 들고 자기 꿈대로 대미 협상을 터뜨렸어요. 이 자체로 엄청난 모험이긴 한데 이걸 하기 위해 여태껏 자기 속을 꽁꽁 숨기고 철저한 준비를 해왔음. 시쳇말로 정말 난놈은 난놈입죠.
와중에 미국은 트럼프, 한국은 문통이 대통령들인게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고 특히 문통의 역할이 정말 대단했음.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방에 남북, 북미간 갈등 노선을 반전시켜 버린거는 세계 역사에 길이 남을 대반전 중 하나일겁니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긴 했지만 북핵 문제에 대한 해결이 이뤄지면 남북미 3국 정상 모두 노벨 평화상 공동수상해도 할 말 없을 대단한 업적들이죠
트력제께서 노벨상같은 뽀대나는 아이템좀 끼셔야 한반도 평화통일이 본인에게도 매우 유리한 이슈임을 확신하셔서 본인 재선기간까지 한반도 평화에 총력을 기울이실것 아닙니까? 트력제께서 재선이 되셔야 으니랑 협상도 연속성을 얻게되고 북미 양국의 신뢰가 흐트러지지 않게되죠 또 나중에 남북 평화에 대한 지원 약속을 번복 못하게 하는 차원에서라도 노벨상으로 트력제는 우리편이라고 못을 딱 박아놔야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