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와 연결된 다리가 없는 섬에서 살기 때문에 음슴체를 쓰겠습니다.
필자는 업무때문에 신안의 한 섬으로 인사발령을 받고 살고 있음.
올해 4월? 5월? 확실히 기억나지 않지만, 섬에 해양수산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 감시를 하러 온 적이 있음.
1년에 한번씩은 오는데, 말 그대로 사람들이 배를 탈 때 정확히 규정에 맞춰서 타는지, 배안의 차량 결속을 제대로 하는지,
혹은 배가 제 시간에 다니는지, 배가 과속을 하는지 등등...거의 모든 전반 사항에 대해 감사를 함.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그 날따라 안개가 유난히 많이 끼었음.
그래서 사람들도 당연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후 2시부터 육지쪽 항구는 점점 안개가 걷혔음.
문제는 해양수산부에서 온 공무원이 있는 섬쪽이었음.
육지쪽 항구가 맑아졌음에도 섬쪽은 아직 안개가 짙어서 배 운항을 계속 금지시키고 있었음.(사람들이 여기서 1차 빡침)
그렇게 2시간 동안 육지쪽 항구에서 기다리는데, 사람들의 불만이 점점 고조되기 시작했음.
그러다가 섬에서 배가 출항했다는 소식에 다들 우르르 나가서 배 기다리는데,
배가 와도 탈 수가 없었음. 왜냐?
우리가 배를 타기 위해 끊었던 표에 있는 배이름이 예를 들어 '섬1호'였다면, 와 있던 배는 '섬 2호'였음.ㅋㅋㅋㅋ
나도 2년 넘게 살면서 배표에 배 이름을 자세히 본게 그 날 처음이던 것 같음.
그러면 왜 표에 적혀있는 배가 아닌, 다른 배가 왔냐 하면...
그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섬 2호'를 가라고 한 거였음......
섬쪽에 있던 사람들이 그 공무원에게 가서 '섬 1호'가 가야한다고 말하였는데, '섬 2호'를 보낸 것이었음.
참고로 원칙적으로 따지면, 안개가 생기기 전에 마지막으로 뜬 배가 '섬 1호'였기때문에 다음에 뜨는 배는 '섬 2호'가 맞음.
여하튼, 배가 왔음에도 배를 못 탄 사람들이 드디어 터져버림.(여기서 2차 빡침)
나이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물론이고 사람들이 우르르 가서 탈 꺼라고 무작정 올라가고, 배에 있있던 사람들은 그걸 막고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매표소로 달려가서 표 바꿔달라 난리치고....
6.25때, 흥남철수가 이런 식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음.
그렇게 20분간의의 실랑이 끝에 '섬 2호'배는 사람이나 차를 하나도 태우지 않고 다시 섬으로 출발함.
그리고 2시간 뒤에, 드디어 '섬1호'가 왔음.
사람들이 드디어 배를 타고 들어가는데, 분위기가 뭔가 심상치 않았음.
혹시나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섬쪽 선착장이 보이면서 확신으로 바꼈음.
이미 선착장에 사람들은 20~30명이 모여있었음.
그리고 배가 도착하여 사람들이 내리는데 들리는 한 마디.
'야, 저 놈이 그 공무원이야!!'
할아버지, 할머니, 아저씨들이 그 말 듣자마자 웬 남성쪽으로 우르르 가서 멱살잡고 난리가 남.(이 때, 완전히 터짐)
그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겟지만, 해양수산부에서 왔던 공무원이 무사히 돌아갔기를 바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