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 사는 여징어입니다.
서에 다녀왔습니다. 스펙타클한 명절이었네요. 이게 뭔가 싶고 약간 멘붕이 오는데 눈물은 안 나오는 그런 상태예요.
저처럼 가정 폭력을 겪어보신 분들에게 아주 작고 미약하게나마 응원의 한마디를 드리고 싶어 고민게에 글을 씁니다.
우리는 폭력의 피해자이니, 이 아픔을 같이 끌어안고 울자...는 의미보다는 용기를 조금 드리고 싶어서 고민하다 쓰는 글이에요.
생각해보니 별 위로나 용기에 보템이 되진 않겠군요. 그냥 넋두리입니다.
+ 긴글 주의, 맥락 없음 주의, 멘붕 주의, 위로에 도움이 1도 안 될 수 있음 주의
저는 가정 폭력의 피해자입니다.
생물학적 부친(이하 생부)에게 여러 차례 폭력을 당해온 피해자입니다.
가정의 생계를 전혀 부양해주지 못하는 생부에게 서럽게 맞기까지 해왔지요. 학생 시절은 가난했고, 수많은 아픔과 고통이 있었지만 다행히 저는 밝게 자랐습니다. 어머니가 저를 키우시고, 생부가 필요할 때가 분명 있었으나 그가 없었기에 그 순간 만큼 저는 혼자 자랐어야 했습니다. 그는 술만 먹으면 속된 말로 도라이가 됩니다. 걷어차고 뺨을 때리고 욕을 하고 그랬지요. 어렸을 땐 맞으면서도 억울했어요. (물론 오늘도 굉장히 억울했습니다.) 아니, 지금까지도 그냥 계속 억울해요. 조금 전에 파출소 갔다가 경찰서까지 다녀왔는데도 쭉 억울해요.. 허허.
아무리 화가 나도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게 그냥 묵과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던, 그냥 앞뒤옆집 어딘가에 살고 있는 여학생 한명이었습니다. 세세하게 맞은 걸 다 토로를 해볼까, 그러면 이 상처가 좀 나아질까 싶다가도 괜히 울음만 쏟아질 거 같아서 목구멍 너머로 넘겨봅니다.
생부는 전과자입니다. 어렸을 땐 몰랐죠. 나는 아빠가 없나? 아빠는 뭘 하길래 집에 오다 안 오다 하나. 그는 왜 술만 먹으면 도라이가 될까. 하는 의문들이 참 많았습니다. 근데 이제 머리가 굵어지고 보니 모든 것이 다 이해되는 순간이 오더군요. 그는 전과자였고, 집에 오지 않았을 때는 수감중이었으며, 간혹 집에 오더라도 아주 드문 이유가 도주중이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아주 어릴 적에 올림픽 파크텔에 2주 정도 머문적이 있었는데 (왜 집에 못 가나 싶었음), 그게 다 경찰 조사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더라구요. 철없고 세상 모르던 저는 그냥 호텔에서 지내는 게 마냥 좋았었는데 말입니다.
가정 폭력이 지속된 것은 아닙니다. 그는 집에 있을 때보다 바깥을 쳐돌아다니거나, 수감중이거나, 도주중일 때가 더 많았으므로. 그러나 한번씩 발작처럼 폭력을 휘두를 때마다 그가 남긴 상처는 아주 많이 어른이 된 제게도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더라구요. 잠결중에 생부의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커지면 눈이 번쩍 떠지고 식은땀이 나며 심장이 갓잡은 생선처럼 펄떡펄떡 뛰고 숨이 잘 안 쉬어지더군요. 이것도 병일까요. 잘 모르겠네요.
주로 취중에 벌어지는 폭력이 많았으며, 술이 깨고 난 후에는 잘못했다 다신 안 그러겠다, 같은 아주 교과서적인 발언을 하더군요. 어머니는.... 글쎄요. 어머니에게도, 그녀에게도 그녀만의 고충의 있었겠지요. 머리가 다 굵어져 완전 으른으른해진 제가 오늘도 맞은 것을 생각해보면 어머니는 늘 용서를 해주셨던 것 같기도 해요.
지금 이 순간 제가 느끼는 것은 분노나 증오가 아닌 아무것도 아닌 느낌에요. 말로는 잘하겠다. 열심히 살겠다고 하지만 그의 폭력과 그가 해오던 많은 일들로 떨어질 정은커녕 지금 당장 사망 소식이 들려와도 아무렇지 않을 거 같아요. 이게 정상적인 생각은 아닌 거 같은데... 심정이 그러네요. ㅎㅎㅎ 그와 같이 밥 먹는 것도 싫고, 같은 찌개에 숟가락 담그는 것도 싫고, 같은 물병 쓰는 것도 싫고...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다가 오늘 결국 사달이 났습니다.
네, 제가 드디어 신고를 했어요. 불철주야 열심히 일해주시는 경찰분들께 참으로 송구한 이야기이나 집에서 도보로도 5분 거리인데 왜 이리 안올까 싶더라구요. 어머니를 때리길래 막다가 쥐어터지고, 저도 이제 어린애가 아닌 성인인지라 나름 같잖은 반항으로 밀어내보긴 했는데, 술을 처먹었어도 등치가 있어 그런가... 집밖으로 밀어내려 했더니 뒤에서 제 목을 조르며 내팽겨치더라구요.. 허허.. 이런 미친늠을 보았나. 싶더라구요.
서에 다녀오기까지 내내 차분하다가, 여기다가 뭔 얘기를 주절주절 쓰고 있는 건지 갑자기 머리속이 복잡해지네요. 아무튼, 그래도 생부인데 말이 너무 심한가 싶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유 없이 맞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맞고, 억울하게 맞다보면 생부고 나발이고 그냥 피해자에게는 잡쓰레기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는 개보다도 못한 놈이 맞으며, 양아치에 쓰레기로밖엔 생각되지가 않아요.
자식에게 존경받는 부모는 되지 못 하더라도 경멸은 받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오늘도 폭력을 휘두르며 부모를 뭣같이 보냐는 둥 너랑(어머니) 너랑 나를 뭘로 보냐는 둥... ㅎㅎㅎ 자식에게 병신 같은 년이라고 하더라구요. 그 순간 생부고 나발이고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이 50이 넘어서 반평생 이상을 범법자로 수감하며 지낸 댁의 인생이야 말로 병신 아닌가?
수틀리고 좆 같으면 마누라 패고 자식 패고 그러는 댁이 병신이 아니면 대체 누가 병신일까. 나는 나름 번듯한 회사 다니며 신용카드도 있고 은행에서 대출도 가능한 평범한 사회 구성원인데.... 나도 평범한 아빠, 혹은 무뚝뚝하고 엄하더라도 당신의 화를 주체 못하겠다는 이유로 아내와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는 그런 아버지가 있었으면 했는데. 한때는 저도 꿈꿨죠. 근데 저는 이제 더는 아빠가 필요하지 않을 어른이 되었고, 그는 어쩌면 당신을 무척 사랑했을지도 모르는 딸을 오늘 잃게되었네요.
저는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술을 마셔서, 술김이라, 너무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더라구요. 그럼 나도 자식이지만 생부 때문에 열받고 빡치면 그를 때려도 되나요? 술에 취해 그에게 발길질을 하고 욕을 해도 되는 걸까요? 물론 저도 사람이라 오늘 맞고 보니 악이 생겨서 나도 때려? 말아? 고민하다가 주방에서 쥐어터진 상황인지라 칼이라도 들면 어쩌나 싶어서 참았어요.
한때 그는 용서를 빌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명언이 있죠. 기계는 몰라도 사람은 고쳐쓰는 거 아니라는 말. 저는 그가 변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으며, 언젠간 또 이 염병을 떨 것이란 걸 예상했던 것 같기도 해요.
그가 마지막 장기 복역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저는 마중도 가지 않고, 복역중에 면회 한 번 간 적 없습니다. 왜냐면, 저는 그 행위를 이해할 수가 없었거든요. 왜 타인에게 피해를 주며, 사기도 치고, 법으로 금지된 대마도 하고, 그렇게 장기간 복역을 하고 나왔을 때, 어린 딸은 이제 어엿한 사회 구성원인 회사원이 되어 있음을 보면서도 느끼는 게 아무것도 없었을까요.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 길에는 침을 뱉지 않는 것, 이런 것처럼 우리가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며 지켜야하는 혹은 삶의 예의인 것들이 있는데, 그는 마치 다른 세계 살다온 사람마냥.... 왜 남을 때리고 욕을 할까요. 그게 그가 살아온 인생에선 당연한 일이었기에 그런 걸까요. 참 의문이 듭니다.
ㅎㅎ..... 평범한 소녀였던 저는 어떻게 대마가 무슨 냄새인지를 알고 있게 된 걸까요..... (이게 30년 넘게 살며 제일 어이없는 일)
전과자라 일자리 구하기가 힘든 건 저도 압니다. 나라도 이런 사람 고용하지 않습니다. 복역 마치고 한 몇개월은 대리하면서 어머니께 생활비를 주긴 하더군요. 근데 배가 부르고 세상 맛을 좀 보고 나니까 병이 또 도지는지, 전과자 친구들과 몰려 다니고 일도 안 하고, 또 쓸데없는 짓을 벌이는 거 같더라구요. 며칠 전에 일본에 뭐 어쩌구 저쩌구 주식을 배당 받아야 하는데 본인 앞으론 안 된다. 니 앞으로 좀 하자. 하길래 안 한다고 했어요. 그가 그의 인생을 스스로 말아먹는 건 상관없는데, 굳이 제 인생까지 말아먹을 필욘 없잖아요. 그랬더니 찜찜하면 하지마~ 하면서 급정색, 나 기분나쁨 티를 팍팍 내더라구요. ㅎㅎㅎ 노어이... 삼심년 넘는 세월 동안 그에게 쌓인 신뢰는 키보드 사이 먼지 만큼도 없는데.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건지 원.
아무튼, 오늘 거하기 쥐어 터지고 (목 졸린 게 좀 충격이었어요. 와, 이 도라이 이러다 나중에 뭐 들어서 찌르겠다 싶더라는) 처음으로 파출소에 갔습니다. 경찰분들 오시는 사이 밖으로 나가서 폭행 현행범으로 체포는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그는 그걸 알았던 거 같아요ㅋㅋㅋㅋㅋ 하긴 인생이 감방 아니면 불법적인 일들 뿐이었으니. 모르면 그게 더 이상하겠네요. 그리고 경찰이 온 지 1-2분 쯤 뒤에 집앞 빌라로 슥 오더군여. 경찰 두분이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말하는데 거기서도 경찰분들께 시비 걸고 무례하게 행동하고... 저런 양아치였지 싶어서 헛웃음이 나오더라는.
파출소 앉아서 상황 진술서 쓰고, 신고가 들어왔던 거라서 서로 가야 한다더군요.. 송파서 여청과....? (저도 파출소 및 경찰서는 처음이라 멘탈 바사삭) 가서 다시 한번 진술하고, 처벌 원하느냐길래 네! 라고 수차례 대답하고, 제가 진술했던 내용 타이핑한 서류 확인하고 지장 찍고 서류도 두장 받아왔어요. 저처럼 가정 폭력에 피해받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내용이 기재된 서류였어요. 첫번째는 형사...뭐인가 (기억 희미)로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나, 처벌에 대해선 서류발송 되는 부분이라 법원에 가는 게 더 낫다, 라고 하시더라구요.
결론 적으로 가정법원가서 피해자 보호 명령 신청을 해보려고 합니다. 법원에서 받아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데... 안 받아주면 좀 억울할 거 같아요. 요청이 안 된다면, 기왕이면 맞을 때 나도 몇 대 때릴 걸. 하는 생각이 들 듯합니다. 사이다 먹이게 되면 후기글 쓰러 오겠습니다. 가정법원님께 후기글이 쓰고 싶으니 꼭 요청 받아달라고 하면 안 되겠죠. 네, 저도 알아요. 허허
저처럼, 아니 어린날의 저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아픔을 겪어야 했던 학생분들 계시다면 신고하세요. 신고 내역이 있어야 가정법원 방문시 서류 제출에 용의하다고 합니다. 신고됐던 내역, 진술서, 그리고 죄송하게도 기억나지 않는 서류 (사실... 무슨 뭐였는데;;) 등등. 가정 법원에 제출하여 피해자 보호명령 요청을 할 수 있다고 해요. 저는 평생 이런 것도 모르고 살아왔습니다만.... 가정 법원 제출하여 요청이 확정될 경우 친권행사에 제한 또한 가능하다고 합니다. 주거지로부터 퇴거,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의 조치가 가능하니까요.
오늘 제가 이 일을 겪으며 느낀 건, 조금만 더 잘 알았더라면, 조금만 덜 어렸더라면... 그렇다면 이런 걸 시도라도 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입니다. 물론 생부가 이 지랄을 떨 경우, 생계에 문제가 생기는 가정도 있어서 쉽진 않겠지만... 그래서 삭이고 삭여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술을 마셔서, 술김에, 화가 나서 같은 이유로 마누라와 자식을 패는 씹쓰레기들에겐 위에 나열된 조치가 솜방맹이일 수도 있겠지만요. 그렇지만... 뭐라도 하려고 신고하고, 서에 다녀오고, 가정법원에 방문할 계획을 잡고, 그렇게 생각을 하고 마음을 먹으니 정말 솜털맨치 마음에 울화가 사라집니다.
서에 가서 진술하고 안내받고 나와 어머니와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가 챙피하다 하더라구요. 근데 저도 이유를 모르게 창피하더라구요. 그러면서 너무 의문이 드는 거예요. 왜? 맞은 건 나인데, 상처가 생긴 것은 나인데, 왜 챙피해야 하지? 애비가 쓰레기라? 애비가 전과자라서?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하나도 창피하지 않았어요. 창피와 수치는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가 느껴야 하는 것입니다.
내가 잘못해서 맞은 게 아니에요. 어딘가 나와 같은 아픔을 겪었을 당신도 무언갈 잘못해서 폭력에 당한 게 아니에요. 그러니 위축되지 말고, 창피해하지 말아요. 저는 그 말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당신은 잘못하지 않았어요.
나도 잘못하지 않았어요.
+ 가정법원 방문하고 사이다 결과 나오면 후기 작성하러 오겠습니다.
(솜뱅맹이 처벌, 아니 처벌도 아닌 피해자 보호 요청이라 사이다감은 안 될 듯하지만)
+ 제가 법에는 문외한이라... 지식인 보면서 따로 처벌을 줄 수 있는 게 없는지 확인중인데 어렵네요 @.@;;
+ 상태는... 이제 좀 진정이 되니 아프네요. 오늘 운영하는 병원이 있다면, 해뜬 뒤에 어머니 손잡고 진단서부터 떼러 갈 예정이에요.
(귓방맹이를 너무 씨게 맞아서 고막이; 귀 안쪽이 이제야 아파요. 그리고 이랑 턱도 아파요 엉엉)
+ 내일 열쇠집 하는 곳 있었으면 좋겠네요. 오래된 빌라라 열쇠 쓰는데 전자식으로 바꾸려고 해요.
+ 용서는 없습니다. 용서는 사람한테 하는 거니까요.
+ 되돌아 위로 올라갔다 와 보니, 대체 뭐라고 쓴 건지 원. 맥락 없음이 국보급.
+ 또 되돌아 올라갔다 와 보니, 별로 맞지 않은 것 같기도.... (?)
+ 그냥 제가 지금 약간 넋이 나간 상태인가 봅니다. ㅋㅋㅋㅋ
+ 왜 그걸 버텨? 왜 진작..? 같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구나 싶네요. ㅎㅎ
+ 혹시라도 그럴 일은 없겠으나, 이 글이 당사자에 귀에 들어가게 된다면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앞으로 인생을 말아드시든, 또 빵에 가시든 내 알 바 아닙니다. 내 인생보다 니 인생이 더 병신 양아치세요.
사망하셔도 장례 안 치러드립니다. 댁 인생은 댁이 알아서, 나도 내 인생 알아서 ㅇㅇ 너는 딸 없음. 마누라도 없음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