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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글 한 개
게시물ID : readers_145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TD↓
추천 : 4
조회수 : 189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4/08/11 18: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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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것은 후에 당신을 도울 것입니다. 오징어들과 책을 읽어 우리의 미래를 밝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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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자게에서 본 일이다.

마른 오징어 하나가 건의게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글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추천이 주작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다른 오징어들의 입을 쳐다본다. 오징어들은 그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추천목록을 확인해 보고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글을 받아서 스크랩창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게시판을 찾아 들어갔다. 스크랩창 속에 촉수를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글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베스트 갈 만한 글이오?" 하고 묻는다.
그곳의 오징어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추천을 어떻게 주작했어?" 거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추천구걸이라도 했다는 말이냐?"
"누가 추천구걸을 받아줍니까? 반대가 더 많을 것 아닙니까? 어서 도로 주십시오."
오징어는 손을 내밀었다. 오징어는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지느러미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반대가 혹 늘지 않았나 확인해 보는 것이다. 거친 촉수가 10개의 추천을 느낄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글을 다리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추천을 많이 줬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글을 지느러미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신고하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주작한 것이 아닙니다. 구걸한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추천을 줍니까? 추천 한 번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댓글 하나 달아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곳곳에서 자료를 찾아 다녔습니다. 이렇게 모은 자료 마흔 여덟 개 중 하나를 겨우 유자게에 올렸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베스트 글 하나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먹물이 흘렀다. 나는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베스트에 가려 했단 말이오? 그 글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베스트게의 제 닉네임을 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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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태도 4개월이 지나 갑니다. 후에 정치인들은 사건을 잊을지라도 우리는 결코 세월호 사건을 망각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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