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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메소드
게시물ID : readers_146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몸과마음
추천 : 2
조회수 : 223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4/08/11 1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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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고 귀욤징어됩시다... 책게시판 놀러오세요!>


메소드 ver.2

 

#1. 세미나실

 

청소년교육센터 세미나실에서 한창 영화동아리를 진행하고 있는 학생들.

총 4명의 소수정예 학생들이 모여 대본 리딩을 하고 있다.

둥근 테이블 끝 가운데 자리에 앉아 공업용 커터 칼로 대본을 자르는 등의 장난을 치며 리딩연습을 구경하고 있는 현우(23세).

리딩을 진행하고 있는 학생들(19세)과 또래처럼 앳돼 보인다.

 

스태프 남학생 꼭 페북에 그렇게 올려야겠냐? 그런 거 올려대면 기분이 좀 나아져?

주인공 여학생 어. 내가 우울증 말기라서... 이런 거라도 올려야 좀 살 것 같음.

스태프 남학생 그냥 죽으면 안 돼?

주인공 여학생 그래도 돼?

 

미소 띤 얼굴로 대본을 리딩하는 주인공 여학생을 빤히 바라보다 웃는 현우.

스태프 남학생이 뭔가 찔리는 듯 머쓱하게 웃는다.

 

스태프 남학생 형. 저 땜에 웃어? 저 스태프야.

주인공 여학생 아냐. 저 오빠 나 땜에 웃었어. 맞지?

현우 히히. 어. 유리는 예뻐.

 

박장대소하는 세미나실의 모든 학생들.

유리가 어이없는 듯 헛웃음을 치다 정색한다.

 

스태프 남학생 맞네. 형 당신 땜에 웃었네. 좋겠다. 핸쇼.

유리 아 쫌. 저 오빠 또 저래. 하지 말라고. 그리고 핸쇼가 아니라 행쇼겠지.

 

그 때 리딩을 지켜보고 있던 시나리오 작가인 스태프 여학생의 핸드폰이 진동을 울린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스태프 여학생.

 

스태프 여학생 나 잠깐만 전화 좀.

스태프 남학생 같이 가. 저 화장실. 둘이 즐거운 시간.

유리 죽인 다

 

눈이 동그랗게 커진 현우가 유리를 빤히 쳐다본다.

세미나실을 나가는 스태프 남학생과 여학생.

그리고 유리와 현우 둘만 남은 세미나실. 어색한 공기가 흐르고 있다.

유리가 대본에 열중하는 척 하며 펜을 테이블에 타닥타닥 거린다.

 

#2. 세미나실 문 앞, 휴 카페 안

 

싸늘한 공기가 흐르고 있는 휴 카페.

그 안에서 스태프 여학생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스태프 남학생과 유리.

세미나실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나와 공업용 커터 칼을 한 손에 들고 멀뚱히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현우.

 

유리 죽기 싫으면 나오라고 해. 왜 못나와

스태프 여학생 그냥 방해하지 말자. 학업에 열중해야 된다는데

스태프 남학생 우리가 방해하는 거 아니잖아. 진수가 방해하는 거잖아.

유리 데이빗 말이 맞는 거지. 너도 좀 어이없다. 아 됐어 몰라. 자살할까

데이빗 주인공이 안 나오면 어떡해.

 

그 때 공업용 커터 칼을 실수로 바닥에 떨어트린 현우.

휴 카페 내에 커터 칼과 바닥의 마찰음이 메아리쳐 울린다.

현우에게 시선을 집중하는 동아리 부원들.

 

#3. 세미나실

 

급하게 남주인공으로 영입된 현우와 리딩을 진행하고 있는 동아리 부원들.

현우가 대사를 쳐야할 타이밍인데 정적만이 흐르고 있다.

 

유리 오빠 해 빨리

현우 ...꼭 그렇게 페...북...

유리 아 오빠? 왜 그래.

스태프 여학생 오빠. 대사 어려워요?

현우 잠깐만... 아.

 

심호흡을 하는 현우. 스태프 여학생이 작게 ‘파이팅’을 외친다.

 

현우 ...꼭...그렇게...아...대사가 나빠.

 

현우의 말에 조용해진 동아리 부원들. 스태프 여학생이 썩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웃한다.

그 때 현우의 말을 이해한 듯한 유리가 풋-하고 웃으며 말한다.

 

유리 오빠 어차피 연기야. 영화 찍는 거야 그냥 해

데이빗 현우 형. 유리 좋아해서 화 못 내는 것 같아.

유리 아 하지 좀 말라고 죽기 싫으면

데이빗 아 뭐 넌 죽이는 것 밖에 알아.

현우 유리야 화내면 안 돼 우린 없으면 이거 못 하잖아

 

알 수 없는 말을 뱉는 현우. 뜬금없는 현우의 이상한 말에 유리가 웃는다.

 

유리 아 이 오빠 뭐래... 우리 다 제쳐두고 이 오빠 연습 좀 시켜야겠는데?

데이빗 야 당신이 뭔데

 

해명하는 유리와 폭소로 가득한 세미나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유리를 바라보고 있는 현우.

 

#4. 바리스타실

 

바리스타실의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는 현우.

뒤에서는 진지하게 현우에 관해 회의를 하고 있는 유리와 데이빗, 스태프 여학생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카메라는 계속 현우의 얼굴을 잡고 있다.

 

스태프 여학생 혹시 내가 대사를 너무 어렵게 썼어?

데이빗 아니. 하나도 안 어려운데 왜 그래 저 형.

유리 애초에 저 오빠. 지능이 좀 낮잖아.

스태프 여학생 ...아...내일 선생님한테 준비 다 된 거 확인 시켜드려야 되는데.

데이빗 아 씨.

유리 뭐야. 진짜?

스태프 여학생 근데 또 문제가 나 지금 가야 될 것 같아서. 너 네가 저 오빠 좀 어떻게 해봐.

유리 아 어디 가는데...

스태프 여학생 몰라. 일찍 들어오래. 그래도 너네 잘하잖아. 저 오빠만 잘 타이르면 어떻게든 되겠지. 너네만 믿고 간다.

 

카메라가 바리스타 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장례식장을 잡는다.

음침하게 어둠이 내려앉아서 인지 꽤나 을씨년스러워 보이는 장례식장.

 

#5. 바리스타실

 

바리스타실 안에 있는 의자에 앉아 공업용 커터 칼을 만지작거리며 창문 쪽을 바라보고 있는 현우.

밖에서 회의를 하고 있던 데이빗과 유리가 문을 열고 바리스타실 안으로 들어온다.

 

데이빗 형 와봐. 제가 연기 잘하게 해줄게.

유리 아 병신. 진짜 하려고?

데이빗 빨리 와 빨리

유리 아 오빠 상처 받아.

데이빗 (유리를 힐끗 보며)아 저만 믿어봐. 형 주차장 쪽으로 가.

 

먼저 문을 닫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데이빗과 유리.

데이빗과 유리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심호흡을 하는 현우.

그 후 뒤따라 일어나 주차장으로 향한다. 문을 닫고 나가는 현우.

 

#6. 센터 앞 주차장 / 저녁

 

옅은 어둠이 드리워진 센터 앞의 주차장. 그들은 주차장 앞에 있는 더 그늘진 터널 안에 들어 가 있다.

아무 말 않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셋.

그러다 데이빗이 유리의 손을 에로틱하게 만지작거린다.

 

데이빗 이 형이 화를 내야 우리가 좀 할 만하지.

유리 아 병신...

데이빗 형 얼른 화 좀 내. 우리 영화 찍어야지.

 

데이빗이 유리에게 입맞춤을 하려 하자 유리가 데이빗의 이마에 딱밤을 날린다.

데이빗이 이마를 문지르며 다시 입맞춤을 하려한다.

 

카메라가 현우의 얼굴을 잡는다.

아무 생각이 없는 듯 멍해 보이기도. 조금은 일그러져 가는 것 같기도 한 현우의 얼굴.

 

현우의 생각 in

 

(#1.)

 

유리 죽인다

 

(#2.)

 

유리 죽기 싫으면 나오라고 해. 왜 못나와

 

(#3.)

 

유리 아 하지 좀 말라고 죽기 싫으면

 

카메라가 다시 현우의 얼굴을 잡는다.

 

현우 그냥 죽으면 안 돼?

 

#7. 바리스타실

 

굳게 걸어 잠근 바리스타 실 문 앞을 가로막고 앉아있는 데이빗이 오열하고 있다.

밖에선 누군가가 계속 문을 발로 걷어차고 있다.

 

데이빗 형. 제가 미안해. 제발 하지 마. 형!

 

오열하는 데이빗의 목소리와 바리스타실의 문이 걷어차이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가운데

카메라가 바리스타 실 창문 밖의 장례식장을 잡는다.

장례식장 계단을 올라가면 보이는 입구에 한 여학생이 힘없이 쓰러져있다.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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