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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오늘 생일이에요....한 번 만 읽어주세요..부탁드립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18106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티라노의손톱
추천 : 8
조회수 : 250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8/10/18 20:08:36
30년하고도 한 해를 더 살았는데, 이토록 힘들고 슬픈 생일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오늘이 절대 오지 않기를 바라고 바랐는데 10월 18일은 여지없이 찾아왔습니다.

2017년, 작년까지만 해도 생일이 되면 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지만

앞으로 제 인생에 남은 생일들은 오늘처럼 눈물로 하염없이 젖기만 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을하고 퇴근을하였고 늘 그래왔던 일상을 보내었고 이제 하루를 마무리 할 시간인데

몇 번이나 수건이 젖을 정도로 울었는지 기억도 안나고

그냥 그만 살까.. 너무 힘든데 그만 할까라는 생각이 몇 번이나 스쳐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매년 10월 18일 자정이되면 아빠는 늘 장난기 가득한 말들로 가득한 생일축하 메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메세지뿐만이 아니라 맛있는거 사먹으라고 용돈까지 두둑히 보내주셨습니다.

딸 돈 못버는거 아닌데.. 아빠에게 저는 서른이 넘어도 애기같은 딸이었나봅니다.

'세상 모두가 너에게 등을돌려도 아빠는 영원히 너의 편이야.'

'아빠는 너의 도깨비 방망이야.'

'아빠는 우리 딸내미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지.'

아빠가 자주 제게 해 주시던 말씀의 일부입니다.

아빠는 내 인생의 전부였고 내 인생의 멘토였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빠는 제가 살아가는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되어 주시기도, 친구가 되어주시기도 했습니다.

저는 아빠사랑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정말 너무 많이 .... 넘치도록 받았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그런 나의 하나뿐인 내 편 우리 아빠가 올해 3월 종이 한 장에 짧은 한 줄만 남겨두고 저를 떠났습니다.

아빠가 그렇게 끔찍하게 여기고 사랑하던 우리 가족을 떠나셨습니다.

수 개월동안 잠이 들 떄마다 아빠의 소식을 전하는 경찰의 목소리가 맴돌아서 미쳐버릴것 같습니다.

요 근래에는 일을 하다가도 자꾸 그 경찰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빠 환갑때 함께 해외여행가기로 돌아가시기 불과 2주전에 약속했는데 아빠는 바삐 가셨습니다.

죄책감에 시달린지 벌써 8개월이 다되어갑니다. 그렇게도 사랑해 마지않던 아빠를 지켜주지 못한 못난딸은

잘 먹고 숨도 잘 쉬고 못자다가도 피곤에 지쳐 쓰러져 잠도 드는데

아빠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만 힘들어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무서움에 떨다가 

그리도 외로이 떠나셨습니다. 유머감각 넘치고 늘 주위사람들을 웃게만드신 그 분이.....

사실 이 때 까지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확실하게 받아들여진 것 같습니다.

'생일축하해 딸내미. 태어나줘서 고마워...맛있는거 많이 사먹고! 용돈 줄테니까.'

매년 10월 18일이면 오던 메세지가 오늘은 오지 않았습니다.

정말 아빠가 내 곁에 없구나.. 정말 아빠가 떠났구나.. 

세상에서 나의 생일을 가장 축하해준 아빠, 날 가장 사랑해준 아빠..정말 내 곁에 없구나 

가슴속에 바위하나가 얹혀진 것처럼 먹먹하고 답답하더니 쉼없이 눈물이 흐른게 벌써 열 번은 넘은 것 같습니다.

내 생일을 늘 축하해주던 아빠가 정말 내 곁에 더 이상 없다는게 하루종일 가슴속에 박혀있어서

너무 괴롭고 슬프고 힘들고 견디기가 힘듭니다...

심지어 잠들때만 저를 괴롭혔던 경찰의 목소리가 오늘 하루종일 환청처럼 들려서 너무 힘듭니다.

오늘하루가 빨리 지나가면 괜찮아 질까요? 

이제야 아빠가 이해가 됩니다. 어떻게 그렇게 모질게 떠날수 있었는지 아빠 원망 많이 했는데..

정말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무너져 내리는거 정말 한순간이라는 것을.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정직하시고 올바른 분이셨으며,

세월호 아이들을 생각하면 아버지의 교직30년이 모두 실패인것 같다고 늘 가슴아파 하시던 분이셨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긍정적이며 지혜로우시며 유머감각이 넘치시던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더 이해하지 못했나봅니다. 

그런데, 정말.. 정말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확실하게 알것 같습니다.

아무 생각이 들지않고, 그냥 빨리 끝내고만 싶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렇게 키보드를 꺼낸 이유는,

그저 누군가는 내가 이렇게 너무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해서 입니다..

오늘도 저는 회사에서 한없이 밝았고, 생일이라 기쁜 사람인척 행세했지만..

가슴속에서는 수 천 번 소낙비가 내렸음을 그 누구라도 알아줬으면 해서 감히 긴 글을 남겨봅니다.

오늘 하루가 제발 무사히 지나갈 수 있게 기도해 주세요.

아, 죄송하지만....우리 아빠를 대신해서... 

제 생일도 축하 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아빠는 하늘나라에서도.. 제 생일을 축하해 주고 계시겠죠?

아빠가 너무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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