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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깅 시작한지 10개월차입니다.
게시물ID : bestofbest_1462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늑대후
추천 : 623
조회수 : 62401회
댓글수 : 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4/01/28 00:13:59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1/27 23:04:06
안녕하세요.

전 31살 남성입니다.

전 작년 3월 13일부터 비가오나 눈이오나 강변을 따라 매일 6km씩 달리고 있는 아저씨죠.


오늘이 누적거리 1000km가 된 날이라 이렇게 글을 올려봅니다.

오늘같은 날은 감회도 새롭고 해서 10개월만에 술을 한잔 하려고 합니다.

오늘까지 누적거리가 986km였는데 오늘 그냥 무리해서 14km뛰고 1000km가 되었습니다 ㅠㅠ

누적 세션 261에 누적 기간 89시간 33분 누적 칼로리 60213kcal네요


30평생 운동이라곤 숨쉬기밖에 안하던 

저질체력인 제가 이렇게 거의 10개월이 다되도록 

러닝을 하고 또 즐기고 있다는게 너무 신기하고 대견해요 ㅠ

저같이 자존감 낮고 못난놈도 이렇게 열심히 운동을 하는데 모두 화이팅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전 아파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언제부터인가 소변을 보면 거품이 생기는 단백뇨 증상도 있었구요

술을 먹은 다음날이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 가보니 간과 콩팥이 상해서 그런거라고 더 심해지면 당뇨나 신부전증 환자가 될 수도 있다고

술 끊고 운동하라고 하더라구요. 평생 투석하면서 살고싶냐고-_-... 그건 싫죠


그래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300미터도 못뛰고 주저앉았습니다.

181cm에 78kg이었는데 겉보기엔 덩치 좋아보일 뿐 속은 거의 다 썩어있었어요.

300미터를 달리니까 온몸에 땀이 비오듯하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데 금방 죽을것 같긴 해도

기분은 좋았어요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굉장히 신기했어요.

주저앉아서 헐떡거리는데 

3월치곤 거의 봄날씨였던 날이었는데 달콤한 봄바람에 땀이 식어 날라가면서 미친듯이 뛰는 심장박동소리가 들리고..


그날이 시작이었습니다.

매일매일 나와서 달렸어요

그 좋아하던 술도 끊고요 담배는 원래 안피웁니다만

300미터가 500미터가 되고 500미터가 1키로가 되었습니다.

안쉬고 한번에 뛸 수 있는 거리가요.

그 1키로가 점점 늘어나서 5키로가 된 날 피니쉬 하고 나서 한동안 서서 울었어요.

아직 4월초라 좀 추웠는데 뛰느라 코에서 콧물이 줄줄 흘리면서도 뛰었어요 굉장히 힘들었는데

조금만 더 가자. 많이 힘들어? 아직 괜찮아. 할 수 있어. 온만큼만 더 가면 돼 그럼 5키로야. 힘내 힘내임마

어느새 제가 절 그렇게 응원하고 있더라구요.


30평생 살면서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대로 대학가고 군대가고 졸업하고 취업하고 야근하고 술쳐먹고

그렇게 흘러가는대로 살고 그랬는데 제가 절 응원하고 있더라구요.

뛰면서 힘든데도 제가 절 응원하고 있었다는걸 깨달은 순간 굉장히 뭉클했습니다.

그날은 정말 잊을 수가 없어요.

고관절에 무리가 와서 절뚝이면서도 걷거나 멈추지 않고 5km를 바득바득 달려서 들어왔습니다.

강변이라 지나다니는 사람도 많았는데 서서 엉엉 울었어요.

너무 기쁘고 제가 너무 대견하고 고마웠습니다.


제가 달라진게 아마 그날부터였던거 같아요.


여튼 봄이되고나서부턴 많이 아팠어요. 고관절 통증이 한 2주 갔구요. 참고 뛰니까 고관절 부분은 강화가 되어서 더이상 아프지 않았는데

오른쪽 발바닥과 아킬레스건이 굉장히 아팠어요. 뛰는데 무리가 갈 정도로 아팠는데 파스 바르고 뛰었습니다.

아프면 참지말고 운동을 쉬라는데 그땐 이미 중독상태여서 그럴수가 없었어요. 

주민분들께 정말 죄송했지만 엘리베이터에 맨소레담 냄새 풀풀 풍기면서 매일 저녁이면 그렇게 뛰러 댕겼습니다.

오른쪽 족저근과 아킬레스건이 한 열흘 갔고 그 다음은 왼쪽 무릎 그 다음은 허리 그 다음은 오른쪽 무릎 왼쪽 족저근

정강이 오른쪽 정강이 이런식으로 한부위당 거의 열흘~2주 정도씩 해서 한여름이 될 때까지 아팠어요.

아파도 그냥 파스바르면서 참고 뛰니까 신기한건 한번 아팠던곳은 굉장히 단단해졌습니다.

다신 아프지 않았어요. 원래 이러면 몸이 상하는건데 그냥 달리는게 너무 즐거웠어요.


그렇게 여름이 됐고 하루에 10키로씩 뛰었어요.

저녁 8시까지 온도가 33도 이런날은 밤 11시나 12시까지 기다렸다가 무슨일이 있어도 뛰고 잤습니다.

비오는 날은 긴팔 입고 뛰었구요. 강변이라 뱀이랑 개구리들이 너무 많아서 밟을까봐 쫄아서 깡총깡총 뛰어댕겼습니다.

밤이라 깜깜한데다가 비가오니까 바로 앞이 아니면 잘 안보이는데 뛰다가 바로 앞에 뱀이 지나가면 억!!하면서 놀랐는데

뱀은 저보다 더 놀라서 도망가고 그랬어요. 뛰다가 뱀 한번 보면 놀라는 바람에 호흡이 깨져서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여름 내내 술한잔 안하고 친구들 안만나고 뛰었어요.

조깅 어플은 런타스틱 이용했고요.

너무 덥고 관절들도 아프고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온도가 너무 높으니 체력소모가 봄보다 갑절이나 더 되어서 같은 체력으로도 평균페이스가 적게 나왔어요.

근데 어쨋든 여름이 체력을 만들어놓는 계절이라고 하니 혹서기 훈련한다 생각하고 매일매일 10키로를 뛰었습니다.


살은 거의 빠지지 않았어요.

애초에 살을 빼려고 시작한게 아니었고 운동 전후에 엄청 많이 먹었거든요.

체격이 그렇다보니 엄청 먹었습니다. 먹고싶은만큼 먹었습니다.

원래 치킨 피자 이런거 사먹는걸 안좋아하다보니 집밥 소모가 엄청 났습니다. ㅋ

주로 곡류랑 나물같은거 많이 먹었고 우유는 뼈를 상하게한다고 해서 오히려 먹지 않았습니다.

콩이랑 두부 엄청나게 먹었어요. 

거의 망아지가 먹는 정도의 콩과 두부를 그 여름에 먹었던거 같습니다 ㅋㅋ

그런데도 하루에 750kcl정도를 달리기로 소모하다보니 살이 점점 빠지고 혈색이 좋아졌습니다.

단백뇨는 당연히 사라졌구요. 술을 안 마시니 두드러기가 나는지 안나는진 모르겠지만 두드러기 문제도 사라졌습니다

친구들이 오랜만에 만나서 절 보면 다들 깜짝 놀랐어요 왜 너만 어려졌냐며.. 빈말이었겠지만 굉장히 기분 좋았습니다.


여튼 그렇게 여름을 지내고 가을이 되었는데 선선하고 너무 좋았어요.

관절 아픈곳은 전체 사라졌고 하체가 굉장히 야무지게 탄탄해졌습니다. 다리에 지방도 싹 빠지구요.

가을이 되니 운동하기가 너무 좋아진데다가 몸상태까지 최상이라 굉장히 즐겁게 달렸습니다.

하루 최대 12km까지 운동량을 늘렸구요 12km 이상은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더이상 늘리지 않았어요.

가을부턴 회사도 좋은 곳으로 옮기고 이제 시작이라 회사에 시간을 많이 투자했습니다.

이때부터 지금까진 하루에 거의 4km정도밖에 못 뛴 날이 대부분이에요.

그래도 4km는 무조건 달렸습니다.

이때쯤부턴 봄부터 매일 꾸준히 뵙던 아저씨 러너분들이랑 인사도 주고받을 정도가 되었는데

어느샌가부턴 제가 더 빠르더라구요. 봄엔 정말 너무 빠르셔서 우와.. 와... 나도 저정도면 되었으면 싶었는데 신기하고 뿌듯했습니다.


겨울이 되었고 이때부턴 힘들었어요.

영하의 온도인건 크게 상관이 없었어요.

처음에야 신체에 추위내성이 없으니 허파가 아프고 팔근육이 아릴 정도였는데 뛰다보니 적응이 금방 됐지만 

문제는 미세먼지였어요. 미세먼지가 너무 심한 날은 운동을 쉬어야했습니다.

겨울이 되면 체력훈련 위주로 진짜 빡세게 한번 해볼 생각이었는데

겨울이 1년중 가장 공기가 안좋다는건 30평생 처음 알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헬스장에 등록해서 트레드밀을 타봤는데

강변에서 바람 맞으면서 경치구경하면서 달리는거에 비교해서 재미가 너무 없었어요.

이왕 끊은거 딱 한달만 열심히 뛰고 나와서 1월1일부터 지금까진 다시 강변에서 달리고 있습니다.


쓰다보니 두서도 없고 길기만 하네요.


늦었지만 이제 한잔 하고 자야겠어요 ㅎ

이렇게 긴 글을 누가 읽어주셨을지는 모르겠지만

끝까지 읽어주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00km가 되는 날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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