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미국 리츠 칼튼 호텔의 한 청소부 아줌마가 세계 품질 경영의 대명사로 불리는 ‘말콤 볼드리지상’을 수상해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필리핀 출신의 이 청소부는 “청소는 허드렛일이 아니다”라면서 손님들이 안볼 때 더 빨리, 더 깨끗하게 청소했다. 그의 청소는 바로 ‘고객 감동’이었다.
국내에도 ‘친절’ 하나로 고객을 감동시킨 사례가 있어 화제다.
1997년 서울은행 안양 석수지점에서 14년간 용역직 청원경찰로 일하면서 ‘친절’ 하나로 이 지점 전체 5백억원의 수탁고 중 절반이 넘는 3백억원을 유치한 한원태씨(51)가 그 주인공.
그는 대량감원의 한파가 한창이던 IMF시절 고객들이 “정식 직원 안 시켜주면 다른 은행으로 계좌를 옮기겠다”고 ‘난리’쳐서 정식 발령을 받은 인물로 당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호사다마라 했던가. 얼마 후 서울은행이 하나은행과 합병하면서 명예퇴직을 권고받았다. 그 자신에게 엄청난 충격이었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신앙과도 같은 ‘친절’이란 ‘인생의 무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그만뒀다고 소문나자 다른 은행에서 거액으로 스카우트를 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여기 석수에서 뼈를 묻을 운명”이라며 거절하고 2003년 2월부터 안양 북부 새마을금고를 일터로 선택했다.
‘내 모든 것을 고객에게 바친다. 그리고 내 영혼까지도 고객에게 바친다’는 그의 신념은 새마을금고로 옮긴 뒤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예전 고객 가운데 1,000여명이 그를 따라 마을금고로 예금을 옮겼다. 그가 마을금고에 들어가던 때 80억원에 불과하던 예금이 현재는 2백60억원으로 껑충 치솟았다.
그가 최근 청원경찰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은행 직원 이상의 능력을 발휘해 고객의 신뢰를 받는 사람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300억의 사나이’(다산북스)란 책을 펴냈다.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나 중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인 그가 처음 은행과 인연을 맺은 것은 용역업체에서 파견된 청원경찰로서였다. 첫 발령받은 곳이 바로 서울은행 석수지점이었다.
“어느날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청원경찰의 태도가 너무 거만하고 딱딱하다’는 지적을 받게 됐습니다. 가스총에 손을 댄 채 객장 한쪽에 떡 버티고 서서 손님들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