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k 모뎀으로 pc통신을 하던 때엔,
mp3도 별로 없었고 있어도 받는 데 몇시간 씩 걸렸고,
상용화된 mp3 player도 거의 없었던 데다
누가 최신 cdp나 mdp를 샀느냐 따위가 중요하던 터라,
지금처럼 누구나 mp3를 클릭, 다운, 전송해서 듣질 않았다.
Channel V 나 MTV를 저녁내내 틀어놓은 채 그 앞에 앉아 할일을 하다가
이거다 싶은 노래가 나오면, 숨을 잔뜩 죽이고 볼펜을 든 채
노래가 끝날 때만을 기다리다, 제목과 가수이름이 나오지 않으면 아쉬움만 가득 안아야 했던 그 때엔,
철자도 부정확한 가수 이름들을 그렇게 받아적은 종이를 들고 동네 음반점에 가서
겨우겨우 찾아낸 후에도, 라이센스반이 나오질 않아 비싼 수입반을 놓고 살지말지 한참 고민해야했다.
그렇게 하나씩 산 시디는 처음부터 마지막 히든트랙까지 하나도 버릴 게 없었고,
첫 싱글부터 베스트앨범까지 모두 사모은 걸출한 밴드의 시디들을 주욱 늘어놓고 보면 그저 좋았다.
그러다 인터넷이 빨라지고 mp3가 인기를 끌고,
mp3플레이어들이 조금씩 그럴듯해 지면서,
언제부턴가 시디값이 비싸다고 생각되기 시작하고,
이윽고는 시디를 사지 않게 됐다.
"야, 그 밴드 진짜 좋대"란 말을 듣고 한 밴드의 모든 앨범을 다운받았지만,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몇 곡을 빼고는 제대로 듣지도 않았고
그나마 들은 노래의 제목도 기억하지 못한다.
어디 놀러가기 전날이면 밤새 몇 기가의 mp3를 플레이어에 꽉꽉 채우지만,
정작 듣는 노래는 늘 똑같다.
언제가부턴 그나마 하던 mp3 모으는 일도 그만둔 것 같다.
늘 같은 노래만 듣고 있고, 사람들한테 옛날 노래들을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고,
그러다 가끔 조바심이 나 이리저리 음악들을 모아보지만 그것도 결국 몇일 못간다.
그래도 그냥 이래저래 살고 있었는데,
얼마전 밤에 갑자기 올여름 한국에 갔을 때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은 James Iha의 노래가 생각나서,
급한 숙제도 잠시 제쳐놓고 아마존에 들어가 주문을 했다.
오늘 도착한 시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주욱 시디를 들어본 게 언제지 싶다.
시디를 걸고 소파에 앉아선 그대로 끝까지 주욱 들었다.
아, 이랬던 적도 있었지.
참 좋은 앨범.
기회가 되면 꼭 "사서" 들어보길.
Profile - James Iha
M/V - Be Strong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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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earlcity.egloos.com/ 출처입니다. 어쩌다가 알게된 블로그인데, 이 게시글이 정말 공감되어서 올립니다.
저분이 추천해신 노래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 mp3를 클릭 다운 전송 해서 듣는다는점과,..
좋아하는 가수의 모든 앨범을 다운받았지만 몇 곡을 빼고는 제대로 듣지도 않고 그나마 들은 노래의 제목도 기억하지 못한다는점이 공감되네요..
저도 같은 마음에 제 나름대로 글을쓰려고했었는데 어려서 저분만큼 글이 잘 정리가안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