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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팅만 해봤지만 좋다는 건 아는 책 게시판, 원래 책이란 눈팅하는 것!]
[병신 백일장] 나는 그런 소가 아니었소.
친애하는 우민(牛民) 여러분!
여러분께 저는 어떤 고백과 선언을 하고자 이 자리에 섰소이다.
물론 겨우 이 한(一) 우(牛)의 고백과 선언 따위 여러분들과는 상관이 없을 수 있소.
그러나, 저는! 모두가 송아지 워낭소리 찍는 소리하고 있다 무시할 지라도
단 한 우의 귀라도 저에게 펄럭여 준다면!
저는 저의 이 고백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 자리에 섰소.
나의 주인은 지금까지 진정 100년을 넘어 이름남을 가치 있는 소야 말로 자신의 목표라고 떠벌리고 다녔소.
아는 소는 다 알만큼 소문도 났소.
그러나 사실 이 소, 그런 소의 길을 가지 않았소.
젖소들과 같이 되새김질이나 하고, 청도 뒷골목에서 싸움이나 하다가 우민의 지팡이 신세도 져봤소.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서울 명동 하동관의 곰탕(熊湯)에 꿀도 넣어 먹어봤소.
그런 소갈머리 없는 이 소가 어떻게 그동안 상위 1%, 외양간 지도층 행세를 할 수 있었나?
그렇소! 사실 꼭,등신 같은 양아치 소들이 그렇듯, 나도 양을 팔았소!
털만 복슬복슬허나 그 속엔, 유별난 노린내에 먹기 힘든 한주먹거리 고기만 있는 양을 팔아, 나의 양심을 팔아! 나의 소소한 허영심을 채웠소!
나는 개나 소나 하는, 단지 한 번 소비되고, 한 번 소문이 되고 소멸될 양아치 소!
양을 판 소! 겨우 양판소에 불과했던 것이었소!
그런 이 소를 자신의 농업인 인생을 바쳐 쓰겠다는 우리 주인 양반에게……
양판소라서, 미안하다!!
정신차리고 너만의 소를 찾아라!!
부제 - 망한 소설이 꿈에 부푼 작가 지망생에게.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