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너하임발-- 이번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은 사실 야구란 게임이 국제화되었음를 자축하는 행사라고 여겼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따고 보니 이 게임이 너무나도 세계화되어있어, 야구의 종주국인 최강 미.합.중.국.마저도 우승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임이 판명나버렸다.
일본인들이, 그리고 최근엔 한국인들이, 미국보다 더 훌륭한 자동차를 만들게 된 상황과는 또 별개인 것이다.. 그런현상은 그저 단련되고 부지런하고 독창적인 사람들이 주어진 글로벌 경제의 기회를 활용하며 이룩하낸 성과쯤으로 치부하고 그 업적을 인정하면 될터이다.
하지만 한국이 월요일밤 엔젤스 스태디움에서 미국팀을 7-3이라는 부정하기 힘든 스코어로, 그것도 우리나라의 국기인 스포츠에서 제압했다는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이제 미국팀은 첫경기의 패배로 인해 앞이 불투명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미국팬들에게 이 상황이 심각하게 들릴진 모르지만, 이번 월드 클래식 게임이 시사하는 바는 좀더 큰 의미에 있다.
현재 미국은 조 1승1패이며 전체성적은 3승2패이지만, 17세 어린선수들을 기용하는 팀들과 치룬 경기들을 제외한다면 2승 2패이다. 국제경쟁률로 따지자면 미국은 5할대 의 승률인 팀인 것이다.
이것이 국가적 수치의 원인이다. 미국은 더이상 이 종목에서 확고한 선두주자가 아닌 다른팀들과 별반 다를것없는 플레이를 펼치는 "보통"팀으로 전락해버린것이다.
미국은 캐나다에 한게임을 졌고, 한국에 한게임을 졌으며, 일본에게는 거의 질뻔했다 (그것도 심판의 별난 판정--그리고 종래에는 오판임이 분명한--이 아니었더라면 졌을것이다.)
하지만 끝없는 합리화는 차치하더라도, 이 문제에는 다른 측면이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들 국가들은 우리가 알았던것보다, 아니, 우리가 상상할수도 없을 만큼 훌륭한 야구실력을 가진 국가들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다보면, 이 결과들이 결코 요행이 아닌 대세라는것이 명확해진다. 미국이 가졌던 지난 두 경기들에서, 동아시아의 두 팀들이 근본적으로 탄탄한 야구실력을 가졌다는것을 볼수있었을것이다.
이 실력에는, 미국인들이 흔히 "소소한 것들"이라 치부하는 수비능력도 포함된다. (완벽하고 때론 눈부시기까지 한 수비능력말이다) 두 팀들은 적시에 주자를 진루시켜야 할지를 아는 팀이었고 기민함과 위협성으로 여분의 진루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들은 미국인들보다 이점에 있어서 더 월등했다. 아니 최소한 현재의 이 미국팀에 비해선 말이다. 당신은 이점을 한국전에서 너무도 생생히 목격했을것이다. 세번째 이닝, 한국팀은 노아웃에 두명이 출루한 상태에서 5번타자 송지만에게 희생을 부탁했다. 그는 이를 따랐고, 결국 싱글로인한 득점로 이어졌다.
네번째 이닝에 미국팀역시 노아웃에 두명이 출루한 기회를 만들어냈다. 마크 테이제이라가 타선에 나섰지만, 그에게 번트를 하라고 부탁할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슬러거이니까 말이다. 그는 삼진아웃을 당했고 더이상의 진루는 없었다.
결국 원아웃 상황에서 체이스 어틀리가 싱글을 만들어냈지만 미국팀은 점수를 보태지 못한채로 이닝을 마감했다.
사실 미국팀은 홈런에 의해 살아나는 팀이고, 홈런이 없어서 무너졌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아프리카와의 경기를 제외하면 (제외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미국팀은 총 15점을 기록했고, 이중 10개가 홈런에 의한것이었다.
만약 상대팀이 수비가 훌륭하지 않은 팀이라면 이런 전략이 계속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시나리오는 벌어지지 않았다. 미국이 압도적으로 제압한 상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유일했다. 사실 미국팀은 누구나 인정하듯이 최고의 타자들로 가득차 있으니까 말이다.
결국, 유일하게 설득력있는 설명은 멕시코, 캐나다, 일본, 한국의 팀들은 월등한 투수진으로써 미국팀을 봉쇄하거나---두경기에서는 제압하는데--성공했다는 얘기다.
미국팀 감독 벅 마티네즈는 패배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한국팀의 모든면을 칭찬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여섯명의 한국투수들의 업적에 할애했다. 이 여섯명의 투수들은 아홉번의 타격과 여섯번의 사구를 허용하긴 했지만, 절대절명의 위기에 순간에선 항상 필요한 피칭을 수행해냈다.
"오늘밤, 한국투수들은 요구되는 순간에 잘 맞춰 훌륭한 피칭을 했습니다. 그들의 투수들은 칭찬받을만 합니다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해야 할정도입니다" 라고 마티네즈는 말했다.
한국팀의 플레이 수준은 하나의 깨달음이었다. 비록 그것이 미국팀에게 있어서 유쾌한 깨달음은 아니었을지라도 말이다.
일루수 이승엽은 알고보니 일류급의 슬러거였다--그는 현재 5개의 홈런으로 일위를 달리고 있다.
유격수 박진만은 진루타으로 보여지는 치퍼존스의 타격을 더블플레이로 바꿔버리며 미국의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메이져리거중 이런 플레이는 오마 비즈쿠엘 에게서나 볼수있는것이다. (그러고보니 그도 미국인이 아니다)
2루수 김민재는 데렉 제터의 강타를 놀라운 수비로 막아내버렸다. 다음 타자인 그리피주니어가 홈런을 쳤으니 결과적으로 그는 실점을 막은 것이다.
한국팀은 이번 대회에서 무패의 전적을 보여주고 있다. 9이닝 내내 미국팀을 제압해버린 그들을 보면, 이 기록은 그들 실력 거짓없이 보여주는 성적표라는 것을 알수있다.
투수는 피칭을 할줄 알며, 수비수는 공을 잡을줄 알고, 기본기들을 오류없이 수행해내는 팀인것이다. 그리고 공격의 시점에선 메이져리거 최희섭이 벤치에서 걸어나와 3점 홈런을 때려버리는것이다.
이런것들을 다 차치하고 종합적으론 미국팀이 여전히 세계최고의 팀임에는 분명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결과들은 그저 이변에 불과한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경기의 결과는, 야구가 세계화된 지금, 세상의 훌륭한 팀이 맞붙었을때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결과물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물론 미국팀이 야구의 재능들을 모아놓은 완벽한 앙상블은 절대 아니다. 이번 대회의 진짜 메세지는 그 이면에 존재한다
현시점에 있어서 세계 여라나라의 팀들은 그 누구와 어느날 맞붙더라도 이길수 있을만큼 "준비된" 팀들이라는 것이다. 월요일밤은 한국에게 있어 그런 날이었고 한국팀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팬의 관점에서 볼때 어쩌면 미국이 야구를 지배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은, 야구라는 국제화된 게임이 점점더 자라고 또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면에서 봐도 우린 여전히 미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질수도 있다.
하지만 월요일 밤에, 우리중 몇몇은 엔젤스 스태디움을 떠나며 현대차 소유주라는것이 자랑스러웠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