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남성들은 분노했습니다. 그 분노의 시발점은 페미니즘 이슈였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그 분노는 확대 재생산되었으며 이제는 젠더이슈와 무관한 부분에서도 분노에 찬 목소리들이 들리곤 합니다.
한때는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고 얼마전에는 꽤 큰 실망과 분노가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이게 뭔가 이상해지고있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남초사이트라고 불리는 2030남성들의 커뮤니티에서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 아니 비난이 일종의 밈이 되고있습니다. 이견이 갈릴수있는 부분, 가짜뉴스에 의해 왜곡된 사실, 잘하고있는 부분,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부분, 어떤 상관도 없는 부분에서도 문재인정부와의 연관을 찾아 비난하고 추천을 받는게 일상이 되고있습니다. 조금 온전한 사이트들에서도 비난에 가까운 비판을 찾는게 어렵지가 않습니다.
저는 이 분노의 방향을 설정하는 이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들을 비난하고 그에 휘둘리는 이들을 비난하는걸로는 그 어떤것도 해결되지 않는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들을 긍정하는게 아니라, 그들을 비난해봐야 바뀌는게 없다는겁니다. 왜냐면, 분노의 방향을 설정하는 이들과는 별개로, 2030남성들의 분노는 진짜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민주당내지 정부인사들이 왜 그런식으로 대처했는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최소한 원론적인 이야기만 했었어도 이 분노가 이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텐데 안타까울따름입니다. 그리고 정부의 지지자들이 2030남성들을 비웃으며 20대 개x끼론이니 일베니 낙오자니 작전세력이니 하는것에 대해 강한 분노를 느낍니다. 왜 우리의 목소리는 진지하게 듣지 않는건가요? 투표율이 낮아서? 어짜피 자한당은 안찍을거니까? 2030남성들이 등 돌려봐야 그 영향은 크지 않다는 계산이 나와서?
한번 이미지가 잡히고 프레임이 잡히면 바뀌기가 어렵습니다. 인지부조화ㅡ였던가요? 사람은 원래 자기가 한번 판단내린게 틀렸다는걸 인정하는데 큰 저항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문재인정부가 잘하더라도 이미 등 돌려버린 이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겁니다. 이런 분노가 계속된다면 말이죠
누군가는 2030남성들의 분노는 찌질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떼쓰는 어린애같다느니 떡하나 더 안준다고 땡깡놓는 애같다느니 하는 이야기도 본적이 있습니다. 저 또한 가끔 그런 기분을 느낄때도 있습니다.
근데 그게 우리세대가 특별히 찌질해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누군가가 그런 상황으로 몰고가는겁니다. 계속 그런 상황으로 몰리다보니 정신차리고보니 여성들 혜택좀 더준다고 찌질하게 화내는 유치찬란한 어린애취급을 받습니다.
물론, 정부여당만의 탓은 아닙니다. 그러나 일정 책임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갈등을 해결해야하는 주체가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가 정치공학이던, 정치적 올바름 때문이던, 그런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2030남성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주세요. 비웃거나 무시하면 이 미친싸움은 끝나지 않고 사회에 큰 상처를 남길것입니다. 저는 무엇보다 그게 두렵습니다. 저는 혐오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살고싶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