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돈이 없어 삯월세 방에 살았던 우리 다섯 식구. 아빠. 엄마. 큰 누나. 작은 누나. 그리고 저 까지.
하루는 모두가 외출을 나가고 저는 큰방에.. 작은 누나는 작은 방에 누워 잠을 자고 있을 때 였습니다.
누나가 깨지 않도록 저는 이어폰을 귀에 끼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고 있었습니다. 당시 그 라디오 프로그램은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ㅎㅎ
한참 음악을 들으며 오후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던 그때. 제 머리에 강력한 충격이 찾아왔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누나가 씩씩거리며 화를 내고 있더군요. 저는 누나에게 "왜 때리느냐"며 대들었고 그런 누나는 제게 "아니 왜 잠을 자고 있는데 머리 맡에서 왔다갔다해?"라며 성질을 내는 것이었습니다.
억울했죠. 평소 누나 성격을 잘 아는 저는 누나가 잠 들면 되도록 누나 방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제가 살고 있던 그 집은 누나방, 즉 작은방을 반드시 거쳐야 부억으로 갈 수 있습니다. 또한 큰방을 나와 작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부억을 갈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도 있긴 했습니다.
누나는 불 같이 화를 내며 저를 다그쳤고 저 역시 악을 바락 써가며 응대했습니다.
저는 끝까지 "아니다. 방에서 라디오 듣고 있었다"고 말했고 그런 누나는 "니가 아니면 귀신이 그랬냐?"며 저를 다그쳤죠.
그리고 그 때 였습니다. 작은방 옆 부억에서 순간 들리는 남자와 여자의 짧은 웃음소리...
무서웠습니다. 서로 말하지는 않아도 찾아드는 두려움과.. 혹시 도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덜컥 겁도 났습니다.
저는 확실히 그 때 누나가 했던 말을 기억합니다. "아까 아빠 나가고 내가 문 잠궜는데. 두개 다."
그럼 저 부억안에서 들렸던 목소리는 무엇일까요? 당시 텔레비젼은 작은방이 아닌 큰 방에만 있었습니다.
저와 누나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벌벌 떨다 큰 누나가 오고 나서야 부억을 가 볼 수 있었습니다.
바뀐건 없더군요..ㅎㅎ 조금 시시하시나요..ㅎㅎ::
당시의 이야기를 누나에게 하면 우리 작은 누나는 기억나는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뭐 저는 당시 꽤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터라..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