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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 유리창 부수기
게시물ID : readers_328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틴K
추천 : 2
조회수 : 29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12/24 19: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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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유리창 부수기


  어제의 숙취가 가시지 않아 어지러운 기분으로 길거리를 걷고 있을 때였다.
  
  내 옆으로 시끄러운 드럼 베이스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빨강색 스포츠카가 있었다. 그 차는 음악보다 더 시끄러운 배기음을 냈다. 그러면서도 속도는 내가 걷는 것보다도 느렸다.

  왜 저런 차가 이런 구석진 마을에 왔는지 모르겠다. 아마 여기에서 나뒹굴고 있는 늙고 가난한 머저리들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거겠지. 사파리 투어를 온 것처럼 안전하게 차창 밖으로 내다보면서 말이야.

  나는 그들의 완벽한 붉은 스포츠카에 비둘기가 단체로 똥이라도 누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안을 들여다보니 젊은 애송이 한 놈과 골이 비어보일 정도로 예쁜 여자 한 명이 타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화가 났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화가 났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홧김에 차창을 두드렸다.

  거울같이 깔끔한 차창에는 검버섯과 주름으로 가득한 못생긴 내 얼굴이 비쳤다. 나는 화장실에서도 거울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타입인데. 기분 잡쳤군.

  남자는 살짝 창문을 내렸다. 남자의 피부에는 잡티 하나도 없었다. 그는 썬글라스를 살짝 내려 나를 노려보았다.

  "아저씨 조용히 가세요. 네? 어린 놈한테 피보지 마시고요."

  당돌한 녀석이다. 나는 나의 남아도는 시간을 이 녀석을 괴롭히는데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것을 보여주지.

  나는 계속해서 유리창을 두드리며 남자를 괴롭혔다. 남자는 귀찮은 듯이 엑셀을 밟아 거리로 나갔다. 얼마 못가 신호등 때문에 멈춰섰긴 했지만.

  우리의 짧은 만남이 곧 끝난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나는 벽돌을 추워 창문에 던졌다. 그리고 허세를 부리며 소리쳤다.

  "유리창처럼 얼굴 박살나고 싶지 않으면 내려."

  얻어맞을 각오는 되어 있었다. 감옥에라도 가서 추운 겨울 따뜻하게 보내지 뭐. 밖에 있어봤자 얼어죽기밖에 더 하겠는가.

  차 안에서 개의 자식 어쩌구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여자의 앙칼진 소리는 내 피를 더 솟구치게 만들었다.

  남자는 갓길에 차를 대더니 나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여자는 저 멀리서 스포츠카에 기대어 싸움을 구경할 심산이었다.

  남자의 주먹에 나는 나동그라졌다. 그런 힘을 내려면 하루 3 끼니를 고기로 챙겨먹어야 할텐데. 대단하군. 내 얼굴은 피투성이가 됐다.

  옷을 벗은 여자를 보고 코피를 쏟은 적은 있어도 옷을 다 입고 있는 여자 앞에서 코피를 쏟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깝치지 말고 조용히 찌그러져 사세요. 알겠어요?"
  "경찰에 신고해줘."
  "뭐라고요?"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나는 핸드폰이 없어."
  "깽값 달라는 거예요? 지금?"
  "필요 없으니까 112에 전화 좀 하라니까."
  "별 미친 녀석을 다 보겠네."
    
  남자는 여자를 데리고 파랑불이 켜지자마자 박살난 나를 남겨두고 시속 100km로 멀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경찰서 유리창을 깨부수는 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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