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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 성탄제
게시물ID : readers_328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날,한시
추천 : 2
조회수 : 37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12/25 09:17:43


어두운 방 안엔
빠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 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 김종길, 성탄제
출처 https://www.youtube.com/channel/UCVxy1YXma328mNqu3kTB6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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