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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살아갈 수가 없다.
게시물ID : phil_146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붕대인간
추천 : 2
조회수 : 441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6/10/11 12:45:32
산다는건 욕망과 의무다.

난 매일 아침 비몽사몽 일어나 부풀어있는 육봉과 주린 배를 동시에 움켜잡으며 오늘은 무슨 일을 해야할지에 대해 가만히 생각한다.
욕망과 의무는 우리가 추구해야하는게 아니다. 축구공은 나 자신이다. 욕망과 의무가 나를 추구한다.
그렇다고해서 욕망의 방탕함과 의무의 가혹함을 추궁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난 주춤할 수 밖에 없다. 
욕망과 의무는 그 색깔이 어떠하든 그 자체가 생이며 삶이다. 악마에게 성수를 붓는 손의 주인은 어째서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가. 이 미소에도 난 아무런 할말이 없는 것이다.
대립, 편견, 양분, 전쟁을 난 질투한다. 이것들은 건강한 욕망과 의무를 가진 삶이 보여주는 생생한 현실이다. 욕망이 무너져가고 의무가 사라진 내게 이런 현실이 이제는 잔혹함이 아니라 활기참으로 보인다. 
죽음이 탄생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이 관점이 나의 살아감에 문제를 일으킨다.
난 더이상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살아가고 싶은 사람은 죽어있는 사람이여야 하지 않는가?
난 태어났고 살아있다는걸 알았기에 이제는 죽어가고 싶은 것이다. 사라지고 싶은 것이다.
혼돈과 안개로 뒤덮힌 밤 에로스의 사랑으로 닉스가 모로스를 낳았다.

가장 확실하게 이행할 수 있는 의무는 운명처럼 정해져있는 것을 행하는 것이다.
모두가 죽을 운명이다.
그래서 희생은 가장 쉬운 의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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