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조국 사랑 아직 끝나지 않았다"
추성훈, 태극기-일장기 동시에 달고 싸운 사연
우승후보 매누프에 1회 암바로 기권승
히어로스 라이트헤비급 초대 챔프 올라
◇추성훈
정상급 유도선수에서 파이터로 변신한 재일동포 4세 추성훈(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이 히어로스 라이트헤비급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추성훈은 9일 일본 요코하마아레나에서 열린 히어로스 라이트헤비급 세계최강결정 토너먼트대회 결승전(3분 3회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멜빈 매누프에 기습적인 암바(팔꺾기)로 1회 기권승을 거뒀다.
경기 초반 매누프의 거친 공격에 수세에 몰렸던 추성훈은 1회 1분58초에 매누프의 한쪽 팔을 잡으며 그대로 암바로 연결했다. 메누프는 즉시 기권을 표시하는 탭아웃을 하면서 경기를 포기했다.
우승을 확정지은 뒤 추성훈이 입은 유도복 상의 오른쪽 어깨부분에는 태극기, 왼쪽 어깨에는 일장기가 있었다.
그의 유도인생은 파란만장했다. "할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에서 태극기를 달고 한국인의 기상을 떨쳐라"라는 아버지 추계이씨의 유언에 따라 추성훈은 98년 4월 현해탄을 건넜다. 그러나 재일동포 출신인 그는 한국 유도의 텃세에 번번이 쓴잔을 마셨다. 결국 다시 일본으로 돌아간 그는 일장기를 달고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 출전, 한국의 안동진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굴곡많은 그의 유도인생 때문에 '조국을 메쳤다', '용기있는 선택이었다'는 상반된 평가를 받기도 했다.
세간의 평가와 무관하게 추성훈은 '할아버지의 조국' 한국에 대한 사랑이 여전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히어로스 경기에서는 태극기를 달고 링에 오르기도 했다. 그가 착용한 유도 띠는 너덜너덜하다. 중학교 때부터 착용한 유도 띠를 보면서 초심을 잃지 않고, 항상 성실히 노력한다.
결국 그는 히어로스를 대표하는 파이터로 우뚝섰다. 추성훈은 감격의 우승을 차지한 뒤 "결국 챔피언이 돼 버렸습니다. 부상 중인 사쿠라바 가즈시가 빨리 회복해 맞대결을 펼치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 류동혁 기자 sf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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