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병신백일장] 어느 일요일
게시물ID : readers_146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긍정대답왕
추천 : 5
조회수 : 259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8/12 09:26:16
옵션
  • 본인삭제금지
책게에 처음 글을 쓰게 해주신 백일장 관계자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책게짱짱!
 
 
 
프롤로그
 
1와 ... 나 이런거 한번 해보고 싶었다.
 
 
이 글은 내 아픔에 관한 이야기임. 당연히 슬프고 괴로운 이야기임.
마음의 병이 어떻게 몸을 지배하는가.... 그런 이야기....
 

 
 
 
아침
 
눈을 뜨면 누구나 그렇지만....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전날의 과음으로 인해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더라도 어쨌건 감사하다.
어제 누구랑 왜 술을 먹었는가 따위는 어제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을때
이미 기억에서 사라진바 있다.
그래.... 오늘은 일요일.... 샤워하는 날이다.
병을 가지게 된 이후로 샤워도 날을 정해놓고 해야만 했다....
거의 불가능한것을 그래도 가능하게 하는것은 규칙적인 생활이다.
 
 
 
 
 
점심
 
벌써 해가 중천이지만 두꺼운 커튼으로 두른 내방에서 시간이라는건
그저 여기저기 존재하는 시계의 의무적인 움직임일 뿐이다.
어제는 장을 보는 날이었다. 그랬어야 했다.
스스로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냉장고의 상태즘은 머리속에 들어있기 마련이지만
난 또다시 어제의 의무를 외면한채 술을 먹어버렸지....
혹시나 하며 냉장고를 열었더니 팬티만 입은 내 몸이 시원했다.
그걸로 좋았다.
 
 
 
 
오후
 
계란은 없었지만 라면은 있었다.
뜨거운 국물이 들어가니 체온이 오르며 온몸이 가려웠다.
등을 긁어줄 가족따위는 없다. 효자손을 사는건.... 너무 슬프다.
책상 모서리에 등을 대고 몸을 흔들어 보았다. 효과는 탁월했다.
하지만 땀이 났다.... 역시 샤워를 해야 하는가.......
커튼을 열어보고 싶었지만 일년동안 쌓인 먼지를 화나게 할순 없다.
화장실에는 수줍은듯 걸려있는 수건이 한장 있었다.
다행이었다. 다음주에는 샤워하기 전에 빨래부터 해야한다......
 

 
 
저녁
 
역시 일요일은 일년중에 해가 가장 빨리지는 날이다.
시계인척 하고있는 저 핸드폰도 느꼈으리라....
콧수염이 무성해지면서 자꾸 콧구멍을 찔렀다. 간지러웠다.
입을 움직이지 않아 보았다. 수동으로 숨쉬는것과 같은 효과가 있었다.
며칠전에 한달만인가... 거울을 보았더니 코털하나가 참으로 간사하게 나와 있었다.
아래로 쭉쭉 뻗은 다른놈들과는 다르게도 매끈하게 콧볼을 따라서 말려올라가 있었다.
잡아 뽑았는데 눈물이 났다. 왜냐하면 이상하게도 눈 바로 아래가 아팠기 때문이다.
코털이 코만했다.
이달 말일에는 면도할때 꼭 코털도 깎아야겠다.
 
 
 
 
 
자.. 이제 자자! 하고 잠드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자려고 누웠을때 오늘 내 하루를 돌아보거나 내일 스케줄을 떠올리는건
치킨 또는 이성의 살냄새에 허기져있는 내 육체에 하등 도움이 안된다.
하지만 역시 나는 병들어 있다. 모든것을 뒤로하고 잠든다.
며칠전에 신발을 잃어버리는 꿈을 꾸고 목돈을 날렸었지...
꿈을 꾸지 않기를 소원하면서 오늘도 나는 잠든다.
울면서 깨지 않기를 소원하면서.....
 
 
 
 
 
에필로그
 
1 ^오^

내년부턴 귀찮이즘에서 벗어나 날개를 달고 세상으로 날아가고 싶다...
아참.... 샤워 안했네.. 올 ㅋ
 

----------------------------------------------------------------------
세월호는 사고가 아닙니다. 사건입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