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고민인 점이 꾸준히 조금씩이라도 같은 주기로 연재를 하는 게 좋냐. 아니면 안 나올 때는 안 나오더라도 나올 때에는 좌르륵 나오는 게 좋은지 고민입니다.
사실 35화 쯤까지는 비축은 1~2편 해두면서 주 2회 올리고 있었는데. 야근에 야근하다보니 비축이고 뭐고 없더라고요.
지금은 또 바로바로 올리지 않았으면 다음주까지는 비축될 분량이긴 했는데 그냥 이렇게 좌르륵 올려버리는 게 나은지 잘 모르겠네요.
어떤 게 나으신가요?
아무튼 리와인더 45화입니다.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추천과 댓글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45.
하연이로부터 온 메세지는 어젯밤부터 드문드문 와있었다. 괜찮냐고. 엄마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니가 범인이 아니라고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다며 핸드폰도 뺏긴 채 강제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 경찰에 있냐고 물어보고 나오면 메세지를 보내라는 이야기까지 되어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아침에 온 게 나 맞냐는 물음과 메세지를 보면 연락 달라는 말이 와있었다.
경찰에 있진 않았지만 영 꼬여버렸다. 진작에 이걸 떠올렸으면 연락할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하연아?’
나는 조심스럽게 메세지를 보냈다. 아직 확인하고 있으려나. 일단 오프라인으로 뜨긴 하는데... 그 순간 하연이의 계정이 온라인으로 바뀌었다. 그리곤 채팅을 입력하는 표시가 떴다.
‘어디야? 괜찮아? 왜 이렇게 늦었어? 아침에 온 거 너 맞지?’’
‘집이야. 그리고.. 아침에 간 건 나 맞아.’
‘괜찮아? 엄마가 미쳤지 정말. 왜 그러는 거야? 니가 아니라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도 안 들어. 어쩜 좋아. 뺨은 괜찮아?’
‘으응. 넌? 몸은 괜찮아? 어젠 제대로 확인도 못 했네.’
‘... 응. 괜찮아.’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면 실례일까. 모른 척 하는 게 나을까. 괜찮다고 대답은 하지만 그래 보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경찰이다. 지금은 그저 내가 특이한 상황일 뿐이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내가 이해시킬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내가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하연이에게 사건을. 상처를 들춰내는 것은 괜찮나? 어차피 없어질 기억이라 할지라도.
‘그것보다 왜 이렇게 늦었어! 경찰서에 다시 끌려가기라도 했나 싶어서 걱정했잖아.’
‘그건 아닌데... 연락도 안 받고 찾아가도 안 되고... 포기했었지... SNS는 안 하니까 이걸로 연락할 생각은 못 했지.’
‘하아... 왠지 연락 안 받길래 그러려나 했더니 진짜네. 어떻게 SNS를 안 해?’
‘알람 도 귀찮고... 근데 다른 거로는 연락 안 돼? 피시 톡은?’
‘우리 집에 컴퓨터 없잖아. 옛날에 쓰던 핸드폰에 와이파이 잡아서 보내는 거야. 원래 껀 엄마가 가지고 있고.’
‘아.’
그래서였구나. 지금은 공기계로 연락하는 건가. 어쨌든 연락이 닿아서 다행이었다.
‘그건 그렇고 왜 우리 엄마가 널 의심하는 거야? 경찰도 그런 것 같은데... 무슨 짓을 했길래 그래? 니가 한 거 아니잖아. 응? 정말 너가 한 거 아니지?’
‘그럴 리가 없잖아.’
‘그렇지. 다행이다...’
하연이는 내 말에 너무 쉽게 수긍해버렸다. 그래도 나를 전적으로 믿어주는 것은 하연이와 엄마 둘뿐이구나.
'고마워.’
‘뭐가?’
‘믿어줘서.’
‘당연하지. 애인이 안 믿어 주면 누가 믿어줘?’
하연이의 말이 와닿는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서로를 믿어주지 못하면 도대체 누가 믿어준다는 말이. 맹목적인 믿음은 아니더라도 하연이는 나의 말을 믿어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연아.’
‘? 왜?’
돌아오는 답에서도 의아함이 느껴진다. 갑작스럽게? 아니 새삼스레 이름을 부르니 그럴지도 모른다. 할 말이 있음을 눈치 좋은 하연이가 모를 리 없다. 이미 말을 꺼낸 이상 말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리와인더에 대해서는 말을 할 수 없다. 그런데도 하연이는 나를 믿어줄 수 있을까.
‘혹시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
‘아...’
하연이는 대답하지 않고 말을 흐렸다.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데...’
그 메세지를 보자, 입안이 바싹 타들어 간다. 누구나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가 있는 법이다. 비록 하연이의 탓은 아무것도 없지만 사회의 분위기상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범죄를 당했을 때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울 수 있었다. 나조차도 희미한 리와인더 저편의 기억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데, 당장 몇십 시간도 지나지 않은 기억은 얼마나 무서울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하연아.’
‘으응.’
‘하나만 알아줘.’
하연이는 답장을 하지 않은 채 내 말을 기다렸다. 나는 이어 메세지를 보냈다.
‘네가 나를 믿어주는 것처럼 나는 항상 네 편일 거야. 이번엔 조금 늦어버렸지만 다음엔 반드시 널 지켜낼 거야. 그러니까...’
뒷말이 쉬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날 믿어줘.’
메세지를 보내고는 화면을 꺼트린 채 고개를 숙였다. 후. 영 설득력이 떨어졌다. 언제나 느끼지만 말솜씨가 부족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을 때 스마트폰에 진동이 왔다.
‘응.’
답장은 간단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잘 알 수 있다. 하연이가 날 믿고 있음을. 그 여운을 느끼고 있는데 다시 진동이 울렸다.
‘근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야? 설마 또 뭘 하려고?’
‘어... 그게...’
‘아냐. 안 돼. 어차피 경찰이 수사하기 시작했잖아. 너도 지금은 의심 안 받는 거 아냐? 그래서 풀어준 거 아냐? 괜히 이상한 짓 하다가 너만 의심 받을 거야. 그리고 범인이 너한테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잖아. 안 돼. 아무것도 하지 마. 응?’
눈치가 좋긴 정말 좋구나... 단순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었을 뿐이었는데. 내가 뭘 생각하는지 순식간에 뒤쫓아와 버린다. 그래도 리와인더에 대해서는 몰라서 다행이다. 그것까지 알게 되면 전부 다 들통나버릴 것만 같았다.
‘아냐. 그런 거. 범인 누군지 모르겠다고 했지?’
‘응... 그냥 남자인 것만...’
‘그래. 사실은 내가 의심 가는 사람이 있어서.’
‘어떻게? 누군데? 어떻게 아는데?’
‘경찰에 신고한 사람.’
‘... 왜?’
하연이는 영문을 모르는 듯 반문했다. 신고자가 신고한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하는 거겠지. 일일이 알아야 할 필요도 없었다. 보통은 모르겠지. 그게 정상이다. 아마도? 딱히 경찰이랑 연루될 일이 없었으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취조를 받다가 알게 된 건데 말야. 그 사람이 날 용의자로 몰았어.’
‘... 왜? 왜 널...’
‘그냥 적당히 뒤집어씌우기 좋았던 거 아닐까.’
마침 그 장소에 나타난 게 나였으니까. 뒤집어씌우기 딱 좋았을 거다. 망치로 자물쇠를 부수는 모습까지 보았으니까.
난 침대에서 일어났다. CCTV. 아니 디지털카메라를 회수하러 갈 시간이었다.
‘그래서 아까 경찰이 나한테 전화한 거야?’
그래도 경찰이 제대로 일은 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그렇다면 나에 대한 누명은 곧 풀리겠지. 그리고 경찰이 신고자를 확보하려 할 것이다.
‘아마... 아무튼 혹시 누가 신고했는지 알아?’
'아니...’
역시 그런가.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지만 아쉬웠다.
경찰서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답은 거기서밖에 얻을 수 없었다. 제발 카메라에 찍혀있기를 바라면서 걸어간다. 멀지 않은 거리건만 한세월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결국 도착하고 나는 구석에 쪼그려 앉아, 디지털카메라를 확인했다. 아직 녹화 중. 보조배터리의 배터리는 바닥났고, 카메라도 꺼지기 직전이지만 중간에 멈추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제 문제는 집으로 돌아가 확인하는 것뿐이다.
방문을 잠그고 컴퓨터에 메모리칩을 연결했다. 왠지 엄마한테 들키면 복잡해질 것 같으니까. 그리고 영상을 몇 배속으로 돌리며 출입하는 사람을 확인한다. 영상 확인은 쉬웠다. 대부분은 경찰이었으니까. 몇 십 분 동안 그 장면만 바라보니 벌써부터 눈이 아파온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무언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고는 영상을 멈췄다.
우웅.
그 와중에 진동이 울린다. 핸드폰을 보자 SNS를 통해 하연이로부터 메세지가 와있었다.
‘신고자가 누군지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