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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백일장] 내 친구는 맹독의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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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미리내Magos
추천 : 12
조회수 : 830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4/08/12 10: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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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게시판은 오늘의 유머를 지탱해주는 듬직한 버팀목이다.






얼마전 강철의 연금술사라는 애니의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예전에 겪은 일이 생각나 이곳에 써본다.


-------------------------------------------



20대 초중반 무렵.

그땐 극도의 가난과 세상의 핍박으로 인해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살고 있었다.

그 지경이 될 정도라면 겉모습이 이라크 현지에서

갓 출고된 프로 전쟁 고아 정도로 보일거라 예상하겠지만

사실은 그렇게 살이 빠지지도 않았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정답은 '자취하는 친구의 덕' 이었다


그 이전 자취하는 친구에 관한 기억은 좋은게 없었다

어떤 친구는 심하게 깔끔하여 

자기 집 바닥에 앉지도 못하게 만들고

어떤 친구는 심하게 지저분해 날 미치게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알게된 어느 친구의 집.

그 집은 아주 평범했다.

다만 단점이 하나 있다면 먹을게 없다는것이었다.



난 요리를 정말 못한다.

내가 요리하면 파괴되어 사라진다 하여

통칭 '강화실패요리'라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 후 몇번 연습을 해보았으나

내 요리는 자비없이 친구들의 혀를

맛의 지옥으로 이끌게 됐고

'저주받은 요리死'라는 타이틀과 함께

쓸쓸히 부엌을 떠나야 했다.

그리고 새로 알게된 자취하는 친구 역시

요리와는 담을 쌓고 살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동네 모든 음식점들의

이모 삼촌들과 안면을 트고 살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진정한 이웃사촌'의 왕도를 실천하는

착한 20대 후반으로 성장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짓도 하루 이틀이었다.



어느날 불현듯 배가 아팠다. 

아아. 배는 인공의 조미료가 머물던 곳이다.

오늘은 아직 머문적 없는 인공 조미료..

머리속에서는 자연산, 집밥등이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졸린 눈을 비비고 이렇게 외쳤다


"음식을 만들어 먹어보자

먹자,먹자, 제대로 된거좀 만들어 먹자

한번 만들어 보자꾸나!!"



그렇게 우리의 절규와 함께

수원 어느 곳에서 지옥은 시작되었다.



일단 한국인은 밥심!

밥이 있나 확인차 밥통을 열어보자.


............


피콜로가 전기밥솥에 봉인이 되어있다면

내부는 아마 이런 모습일까?

밥솥엔 뭔가 알수없는...... 식물..... 하.....

초록색... 나메크... 염병..... 

밥맛 떨어지니 여기까지 하자.

밥을 만들어 먹을 상황이 안되니

당장 나가서 장을 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가면서

'1년이상 쓰지 않는 물건은 버리자'라고 하며

밥솥을 버렸다.



슈퍼에서 이것 저것 둘러보며 최종적으로

결정된것은 떡볶이였다.

친구는 블로그 같은곳에서 레시피를 뒤지며

열심히 떡볶이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내 손은 믿지 못하겠다면서

자기가 모든걸 전담했다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 후

그래도 제법 식량의 값어치를 할 것 같은 냄새가

거실 가득히 채워졌다.

상과 식기를 세팅한 나는 정말 간만의 메이드 인 집밥에

양껏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그 광경!







일반 떡볶이다. 집에서 먹는데 뭘 기대하는가.

어쨌든 젓가락으로 떡을 집으며 양념을

듬뿍 발라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눈을 감고 맛을 음미했다







.... 황량하다 ....

눈앞에 펼쳐지는 광활한 사막...

마침 가진 식량도 얼마 남지 않았고 더 이상의 희망도

미래도 없는 상태의 우린 절망했다.

모래바람속에서 우린 이제 이 마지막 식량으로

맛있게 떡볶이나 해 먹고 끝내자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렇게 만든 떡볶이엔 모래바람덕에 모래가 잔뜩 들어가

한입 먹을때 마다 우적우적 소리가 났지만

생의 마지막 음식이라는 생각에

남기지 않고 모래와..

그리고 흐르는 눈물과 함께 꼭꼭 씹어먹었다.







'미친놈이 잘도 그딴 소감을 말하는구나'라고 하며

친구는 눈으로 한밤의 클럽처럼 레이져를 쏴댔고.

그 모습에 나도 지지 않고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모래가 씹히냐

소스를 사하라 현지의 거상 압둘라에게서

특별 공수해왔나보지?'라고 하며 거칠게 항의했다.

도대체 무슨짓을 한건지 떡볶이에선

사하라의 모래 향기가 물씬 풍겼고 그 덕에

그날의 음식은 사하라 떡볶이라는

정말 적절한 호칭을 부여받고 쓰레기통으로 사라졌다.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데 친구가 티비를 보며

자기가 그런 실패작을 만들리 없다며

뭔가 잘못됐다며 계속 투덜댄다.

설거지 하던 후라이팬을 쥔 오른손에

강하게 힘이 들어갔지만 친구의 다음 대사에 멈칫하게 되었다


'좋아. 그럼 내가 다른걸 만들어 보겠어!'



그리고 3일 후.

다시 친구집으로 향했다.

그날의 난 조심스러웠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가방 안쪽에

우황청심환과 소화제도 구비해두는 치밀함도 보였다.

벨을 누르고 문이 열리자 보이는 친구들.

시커먼 남자 2명이 더 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우린 오늘의 메뉴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김치찌개'


잘 만들기도 힘들지만 실패하기도 힘든

한국 고유의 음식.

이것이 오늘 만들 요리라고 한다.

나는 마음을 살짝 놓을 수 있었다.

마침 그날 구해온 김치가 우리 사이에선 아주 유명한

'장프로의 맛깔나는 김치' 였기 때문이다.

(하여튼 그런 우리끼리의 상호가 있다)

재료를 들고 부엌으로 향한 친구는

오늘은 기대 해보라며 요리를 시작했다.

중간중간 놀러온 또 다른 자취친구가

이것 저것 훈수를 하는거 같기도 했지만

나야 뭐 상관 없으니...


한 20분정도 지났을까

구석에 잠자던 상이 호기롭게 펴지고

그 위로 김치찌개가 태산같이 강림했다.

전작의 실패를 거울삼아 느낀 점은

일단 음식을 쳐다보기 전 마음을 다잡아야한다는 것이다.

혹시 모를 참사에 우황청심환이

들어있는 가방을 살짝 내 쪽으로 끌어당긴후

김치찌개로 불안한 시선을 옮겼다.


그런데 내용물이... 김치도 있고

돼지고기도 있고 토막 꽁치도 있고 당면도 있다.



.....이런 시부엉......



에일리언의 토사물을 꼭 먹어봐야

'아 이제 맛이 있는지 없는지 알겠구나!'하고

깨닫는게 아닌것처럼 이것도 보자마자

어떤 독극물인지 단박에 알아 챌 수 있었다.

헤엄치듯 떠다니는 꽁치토막을 쥐고

친구 면상을 향해 손끝으로 불꽃을 쏘려 했으나

그래도 한번 먹어보라는 간곡한 권유에

잠시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일단 친구도 잘먹고 또 다른 자취친구도 잘 먹는걸 보아

생긴건 개떡같아도

그나마 음식의 값어치를 하는 것 같아 크게 한술 떠 먹어보았다.

그리고 진심으로 놀랐다.

의외로 맛이 없는게 아니었다.






이건 맛이 크게 잘못됐다.

이미 이건 음식이 아니었다.

음식을 가장한 독이었다.

같은 재료로 음식이 아닌 독을 연성한것이다

그때 난 알 수 있었다.

예전, 사라진 연금술사들은

자신들을 배척하던 세상에서 도망쳐

복수의 칼을 품고 지금까지 살며

이딴 식으로 민가에 크나큰 피해를 끼치고 있었다는것을....



후에 장프로가 연락을 받고 음식을 살려보려 왔으나

연성된 음식을 보더니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허준이 와도 살릴 수 없을 정도의

매우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라고 했다.

더욱 기괴했던건 자취를 하는 또 한명의 친구가

먹을만 하다며 계속 먹는 모습이었다.



만든녀석과 먹는녀석 둘을 제외하곤

모두 일어나 근처 술집으로 향했다.

모두 말이 없었다.

하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흔들리는

눈동자에선 오늘의 데미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렇게 그날 빠져나온 몇명의 피해자들은

그때부터 나라 잃은 백성 마냥 미친듯이 술과 함께 달렸다.



마치 우리의 혀에 깃든 악령을

떨쳐내고자 애 쓰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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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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