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연이와 남석이의 대화가 자꾸만 길어지네요.... 쓰기도 힘든 부분인데.. ㅠㅠ
내용이 늘어지지는 않는지 좀 오그라드는 건 아닐지 늘 걱정입니다.
좀 더 잘 쓰고 싶지만 마음대로만은 되지 않는 군요.
새벽이지만 올리고 자는 게 맘 편할 것 같아 올려봅니다.
분량은... 50화에서 안 끝나고 좀 늘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과 추천은 언제나 위안과 격려가 됩니다!
이번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46.
‘신고자가 누군지 알았어.’
‘어떻게?’
나는 누구냐고 물어볼 생각도 못 한 채 어떻게 알아냈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경찰에 물어봤지.’
‘알려줘?’
‘이래저래 말 돌리느라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아무튼.’
쉽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하긴 그러니까 이렇게 시간이 걸렸겠지. 쉽게 알려주진 않겠지. 그래도 하연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나라면 아마 힘들었겠지. 능청 부리는 것도 에둘러 묻는 것도 못 하고 요령도 없었다. 직접 부딪히는 것밖에 못 하지.
‘그래서 누구야?’
‘...’
하연이가 채팅을 입력하는 표시가 떴으나. 답장은 오지 않았다. 여전히 입력 중... 그러나 이내 그 표시마저 사라졌다. 나는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왜 그러지? 무슨 일 있나? 기껏 누군지 알아냈다고 했으면서.
‘왜? 무슨 일이야?’
‘전남석.’
‘응.’
‘내가 누군지 알려주면 어떻게 할 작정인데?’
이번엔 내가 하연이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다. 하긴 내가 뭘 어떻게 할 생각이 없다면 내가 알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난 뭐든지 할 작정이 되어있었다. 어떻게든 알아야만 했다. 하연이는 그것까지 직감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하연이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하연이도 나를 위해 걱정하는 것뿐이니까. 그렇지만. 그렇더라도 난 해야 했다.
‘미안. 먼저 사과할게.’
‘뭘?’
‘나도 하연이 네가 날 걱정하는 걸 알아. 그 마음을 못 알아주는 건 아냐. 무시하는 것도.’
‘그럼 왜? 왜 사과하는 건데? 알면 안 하면 되잖아. 왜?’
‘믿어주면 안 될까? 내가 이기적인 것도 알아. 미안해. 그래도 무작정 날 믿어줄 수 없을까?’
‘그게 뭐야... 너무한 거 아냐?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떻게 하려 그래? 응?’
나는 역시 설득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녹화된 장면을 다시 재생한다. 경찰서 문으로 나오는 아니. 들어가는 사람. 경찰이 아니었다. 누구지? 영상을 뒤로 돌려 재생속도를 정상으로 바꿨다. 그러면서 하연이에게 답장한다.
‘말해주지 못해도 이해해. 설득하지 못하는 내가 나쁜 거니까. 미안.’
나는 그렇게 답장하며 영상을 돌렸다. 야구모자를 푹 눌러쓴 채 경찰서로 들어가는 남자. 모자를 눌러 쓰고 들어가는 모습이라 얼굴이 힐끗 보인 수준. 그러나 누구인지 바로 감이 왔다. 다만 확신이 없을 뿐. 그 장면만을 몇번이나 되돌리며 확인하다가 이거로는 확인이 안 될 거 같아 앞으로 돌렸다. 나오는 장면을 보면 확실할 것이다.
몇 시간을 앞으로 돌려 그림자가 늘어져 가자 경찰서에서 나와 순식간에 지나쳐가는 사람이 보였다. 영상을 멈추고 다시 돌린다. 뒤로 돌렸다가 그 지점을 찾아내서 천천히 재생한다.
우웅.
스마트폰의 진동이 울린다.
영상에 집중하며 잠금을 풀고는 메세지를 클릭했다.
경찰서에서 슬로우 모션으로 걸어 나오는 사람이 문틀에 가려 발끝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오며 얼굴이 보인다. 침을 꿀꺽 삼켰다. 마침내 얼굴이 보인다. 그 얼굴은 바로.
‘신고자는 한지석이야.’
한지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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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하지 못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설마라는 생각이 계속 머리를 지배했었다. 멀쩡한 녀석이 갑자기 그런다는 것이 이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보통 범죄자들도 멀쩡하게 생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게 기억난다. 그래. 한지석이 범인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일단 사건 전으로 되돌리고 한지석이 범인임을 리와인더를 통해 알린다. 그걸로 이번은 끝이었다.
뭐. 아직 계획까진 시간이 남아있긴 했다. 컴퓨터를 꺼버린다. 스마트폰에 계속 진동이 온다. 하연이겠지.
‘뭐야? 왜 대답이 없어?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아냐.’
‘난 또 내 톡 받자마자 뭔 일 벌이고 있나 했지. 대답이 없길래.’
뭐... 계획 시간이 되면 바로 일을 벌일 예정이긴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에이. 아냐.’
‘그런데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어?’
‘그건 그렇고. 진짜 몸은 괜찮은 거야?’
하연이가 글을 쓰는 게 보이지만 채팅이 곧바로 올라오지는 않았다. 주저함이 느껴졌다.
‘괜찮아.’
그럴 리가 없었다. 나마저도 그곳에 갇혀있던 하연이를 본 것만으로도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알고 있었다. 당사자가 어떤 기분인지까지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것이 가볍지 않음을 알고 있다. 오히려 지금 저렇게까지 말할 수 있는 하연이를 이해하기 힘들 정도였다. 단순히 납치만 당한다고 하더라도 충격이 클 것이다.
‘정말로? 괜찮을 리가 없잖아... 정말 괜찮은 거야?’
'진짜 괜찮아. 나도 내가 이상할 정도로. 심지어 납치되었을 땐 역시 이렇게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하연이의 말이 순간 이해 가지 않아 반문했다. 하지만 곧 떠오르는 게 있었다. 리와인더.
‘뭔가... 말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꿈에서 먼저 본 것만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
리와인더. 그 기시감을 하연이도 느낀 것이다. 그런데 그건 오히려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요소가 아닌가? 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일은 익숙해질 수 있는 게 아닐 텐데...
‘그러면 더 힘들게 되는 거 아냐? 그리고 또 범인이 그런 짓을 하면...’
나는 그런 짓이라고 일부러 에둘러 말했다. 누구나 그런 일을 당하면 수치스러울 테니까. 그렇기에 하연이를 볼 때도 나중에도 그냥 괜찮냐고만 물었다. 오히려 하연이에게 상처를 줄까 봐. 그러나 이것도 아니다 싶어 정정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납치말야. 실제로 당하면... 오히려 더 무섭지 않았어?’
그러나 이게 더 말실수에 쐐기를 박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연이는 내 말을 보고 채팅을 치다가 지우고는 다시 치기 시작했다.
'괜찮아. 돌려서 말하지 않아도. 넌 내가 그런 일 당했다고 싫어져? 그런 쓰레기야?’
나는 바로 대답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럼 됐지. 뭘 그래? 난 네가 그런 사람인 걸 아니까. 그러니까 좋아하고 그러니까...’
하연이는 평소답지 않게 말줄임표까지 쓰며 말을 흐렸다. 그리고 잠깐의 침묵 뒤에 덧붙였다.
‘그 기억은 정말 무섭고 괴롭지만. 그래도 괜찮아.’
나는 하연이의 괜찮다는 말을 보고 오히려 이해하지 못했다. 모순이었으니까. 무섭고 괴로운데 왜 괜찮은 건지. 날 안심시키기 위한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괜한 짓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하연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나를 위해서라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인할 수도 없는 일이니. 그래도 나는 솔직하게 말해주길 원했다.
‘왜..? 전혀 설명이 안 되잖아. 괜찮은 척이라면 안 해도 돼.’
‘왜냐면 그 고통스런 꿈속의 기억 끝에서 니가 날 구해주러 왔으니까.’
아아. 이전의 나도 리와인더를 통해 하연이를 구출했었나. 하연이는 그 기억을 본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진짜로 전남석 네가 날 구해줬잖아. 그러니까 이제 더이상 무섭지 않아. 괜찮아. 니가 날 구해줬으니까.’
그제서야 하연이의 말이 이해되었다. 나에게 보여주는 약간 맹목적인 믿음도. 자신을 구해준 나를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그 믿음으로 무섭고 괴로운 기억을 잊으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극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반드시 후유증이 남겠지. 나라면 그 기억을 없애줄 수 있었다.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리면 되니까.
약간의 망설임은 있었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지 않을까. 경찰이 해결할 것이고 내가 바꾼다해도 더 잘 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연이도 저렇게 날 믿고 있고 이걸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이제 곧 시간이었다.
하지만 하연이가 날 믿고 있으니까. 자신을 구해줄 거라고. 완전한 구원을 위해서라면.
나는 리와인더의 버튼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