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추리 스릴러 리와인더 47화입니다.
사실 좀 더 일찍 올리고 싶었는데 소설이 막간으로 갈수록 쓰기가 더더욱 어려워지네요.
끝맺음이 중요한데 그 끝맺음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그러다보니 소설이 늘어지기도 하는 것 같고, 이대로 가도 되나 하는 걱정이 계속 앞서네요.
뭐 그래도 방법이 있겠습니까. 열심히 결말을 향해 달려가봐야겠죠.
이번화도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추천과 댓글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47.
수요일 밤.
나는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불과 계획을 세운 지 며칠도 되지 않아 하루 만에 리와인더가 작동했다. 어제 내가 우려한 대로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원인이 누군지 알고 있다는 점이다.
한지석.
그리고 그 대상은 여전히 하연이겠지. 다만 문제는 장소와 시간은 달라졌으므로 쓸모가 없다. 그래도 충분하다. 누가 누구를 노린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정보다.
한지석만 잡으면 끝나는 게임이었다. 목표는 굉장히 간단했다. 하지만 조금 생각해보니 간단하지만 어려웠다. 아직 한지석은 범인이 아니니까. 어떤 범죄도 저지른 게 없었다. 내가 사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걸 누구한테 말한다고 해도 믿어줄 사람도 없다. 인망도 한지석이 나보다 낫다. 근거도 없는 내 일방적 주장을 듣고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고 한지석을 함정에 빠트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성적만 생각해도 그 자식이 나보다 머리는 더 잘 굴러가니까.
결국 할 수 있는 건 직접 몸으로 때우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다음 날인 목요일. 오늘은 방학식이었다.
방학이라 분위기는 꽤나 소란스러웠다. 내 신경은 한쪽으로 쏠려있었다. 대놓고 보거나 하지는 못했지만 언제라도 어떤 일이 나도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집중하고 있다 보니 중간중간 한지석 쪽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느껴졌다. 어제까진 철저히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은데. 왜 그러지?
확실하진 않지만 한지석도 나를 신경 쓰고 있었다. 뭔가 걸리는 게 있는 거겠지. 내 나름 이유를 떠올려본다면... 월요일의 실행이 나로 인해 수포로 돌아가 버렸고 다시 시도하려 하는데 내가 걸림돌이 되는 걸까? 그래서 내가 신경 쓰이는 걸까.
그래도 이건 내가 한지석을 범인이란 걸 알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래서 굉장히 답답했다. 남에게 설명할 수 없는 힘으로 범인이 누군지 알게 되었으나. 지금은 벌어지지 않은 사건이기에 어떻게 먼저 대처할 방안이 없었다.
심지어 이미 한 번 잠재적인 범죄를 막았더라도 원인이 제거되지 않은 지금은 한지석이 언제 다시 범죄를 저지를지 알 수 없었다. 여기서 끝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지만 리와인더가 일어난 것은 그가 다시 한번 행동했음이다.
누군가 범죄를 저지를 것을 알고 그게 누군지도 아는 데 대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시간만 지연시킬 뿐이다. 끝맺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끝맺음의 형태도 중요하다.
그중 최선은?
무언가를 저지를 때 그것을 저지하고 붙잡는 것이다. 확실하게 행동을 취했을 때 그러나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붙잡는 게 중요했다. 그래야 피해가 없이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법적인 구속이 가능하다.
차선은 어느 정도 피해가 있더라도 범인을 붙잡는 거겠지.
그리고 최악은 리와인더를 쓰는 것조차 불가능해지는 상황이다. 리와인더를 써야만 하는데 스마트폰마저 문제가 생기는 상황. 그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 돌발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대처는 필요했다. 내 몸을 지킬 수 있을만한...
그러나 그렇다고 무언가 연장이나 무기 같은 것을 챙기기엔 무언가 알 수 없는 거리낌이 있었다. 심리적 거부감. 왜지. 너무 오버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 이미 리와인더가 몇 번이고 진행되었다. 거기서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면 이상하다. 좀 더 철저하게 준비해도 이상하지 않았고 난 그걸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거리낌을 느낀 것은 무언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리와인더일 것이다.
필통 안에 커터칼이 보인다. 그래 저 정도는 괜찮을지도.
도와줄 사람이 없는 것은 아쉬웠다. 뭔지도 모를 일을 도와줄 사람은 없으니까. 그걸 마다할 정도의 인맥은 없었다. 하연이는... 최대한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연이가 위험해지는 건 더는 보고 싶지 않으니까... 잠깐. 더는? 젠장. 그런 적은 없었는데. 그런 일이 생기는 걸까. 리와인더에서 본 것일까. 아니면 그냥 계속된 상황에 나도 모르게 추측해버린 걸까. 알 수 없다. 점점 머리만 복잡해져 간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하연이를 최대한 위험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나마 도와줄 가능성이 높은 하연이는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데에 가담하지 않을 테니까. 조직적인 범죄라고 하기엔 상대가 한지석이었다. 학생이었고, 그동안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우발적인 범죄라고 볼 수 있었다. 처음부터 그럴 작정이었다면 하연이한테 고백했다가 차일 일도 없었다. 그리고 그 이후 직후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었다.
범죄를 저지른 이유에는 아마... 간단하게는 내가 하연이를 채간 것이 계기 중에 하나가 될 수 있겠지.
아니 아니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한지석을 잡아낼 것이냐인데...
내 생각은 의자를 끄는 소리에 멈췄다. 애들이 전부 자리에서 일어나고 선생이 교실에서 나갔다. 방학식이 끝난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아직 어떻게 행동할지도 정하지 못했는데. 일단 하연이를 집중 마크하는 것은 의미 없었다. 해결책이 되지 못하니까. 한지석의 뒤를 밟아볼까.
나는 그대로 교문을 빠져나가는 한지석의 뒤를 밟았다. 일정 이상 거리를 유지하며 그가 눈치채지 못하게 쫓았다. 교복을 입고 있었기에 미행을 위해 영 좋은 복장은 아니지만 하교하는 학생들의 인파가 나의 모습을 가린다. 가방은 애초에 챙겨오지 않았기에 다행이었다.
“전남석?”
“악! 뭐야. 깜짝이야...”
“푸하하핫. 왜 그렇게 놀라는 거야?”
하연이네 반장 이지혜였다. 그녀는 내가 놀라는 모습이 어지간히도 웃겼는지 내 어깨를 치대며 말했다. 나는 한지석이 가는 방향을 힐끔거리며 대답했다.
“갑자기 그렇게 물으니 놀랐지. 뭐야. 왜?’
“하연이는 어쩌고 혼자 가?”
아. 까먹고 있었다. 큰일인데. 어쩌지. 분명 엄청 화낼텐데. 미리 말해놨으면 모를까.
“할 일이 좀 있어서.”
“그래? 하연이는 너 찾으러 가는 거 같던데.”
“...”
갑자기 후환이 두려워졌다.
“어딜 그렇게 봐? 아. 한지석? 한지석은 왜? 무슨 일 있어?”
이지혜가 내가 힐끔거리는 걸 보고는 그쪽을 보고 말했다. 약간 들뜬 듯한 물음이었다.
“아니. 뭐. 그냥. 아무튼 방학 잘 보내.”
나는 여기서 더 시간을 지체하다간 놓칠 것 같아 대답을 얼버무리며 이지혜에게 대충 손 인사를 하며 말했다. 이지혜도 약간 갸웃하며 내 인사를 받는다. 나는 멀리 떨어진 한지석의 뒤를 잰걸음으로 따라붙었다. 그리고 교문을 빠져나갈 때쯤, 스마트폰의 진동이 울렸다.
‘어디야?’
하연이로부터 메세지였다. 같이 가려고 나를 찾다가 내가 없으니 문자를 보낸 것 같았다. 이런. 일단 같이 갈 수는 없다. 해야 할 게 있었으니까. 뭐라고 둘러대야 하지?
‘아. 지금 집에 가고 있어.’
‘뭐???’
‘미안. 먼저 말했어야 하는데 까먹고 있었네. 정말 미안.’
나는 일단 잘못한게 있으니 빌었다. 그러나 바로 답장이 올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늦었다. 그러니 더 불안했다. 그리고 돌아온 답은 더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왜.’
이건 좀... 답장이 짧아질수록 더 무서워진다. 참는 게 느껴져서 그럴지도 모른다. 뭐라고 말해야 나을까.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연이한테? 어차피 다 들킬 일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게 나을지도.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서 그래.’
‘나한테도 말 못 하는 일이야?’
리와인더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설명이 너무 길어진다. 나중에 모든 것이 끝나면 설명할 기회가 올 것이다. 그리고 리와인더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더라도 한지석을 붙잡는다면 그걸로 대체해 설명할 수 있었다.
‘나중에 말하면 안 될까? 나중에 꼭 말해줄게.’
‘그래도 까먹는 게 말이 돼? 나중? 언제?’
어차피 이번 리와인더 안에 한지석을 잡아낸다면 늦어도 토요일. 그러면 일요일이면 충분하겠지.
‘정말 미안. 일요일에 설명해줄게. 전부.’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전부. 전부...? 고백은 좀 그런데. 그런 곳에 기댔다는 사실까지 말하는 건 좀 꺼려지는데. 뭐 어떤가. 일단 고비를 넘는 것이 중요하낟.
‘제대로 설명 못하기만 해봐 아주. 응? 두고 봐!’
아뇨. 저기. 우리 서로 죽이려고 만나는 건 아닌데요.
‘으응.’
일단 답장을 보내놓고 정신을 차리자, 어느새 한지석의 집 앞까지 도착했다. 한지석이 빌라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대충 이쯤 사는 것까지만 알았는데, 이 빌라에 살고 있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