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8뉴스 ‘끝까지 판다’팀이 손혜원 의원 친인척과 지인의 부동산 매입 건을 보도했습니다. 보도의 핵심은 ‘손 의원이 목포 건축물이 문화재로 지정될 것을 미리 알았거나, 일정한 압력을 행사해서 지정되게 함으로써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 아니냐’는 것이었죠. 아마 SBS는 추가적인 보도를 준비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도 내용 중에 "저희가 제보가 들어온 게 있어서 그런데요"라는 언급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 다른 근거가 있지 않다면 아주 이상한 보도입니다. SBS가 추가 보도를 하게 되면 더 명확하게 알 수 있겠죠. 그래도 오늘 SBS 8뉴스 '끝까지 판다'에서 보도한 네 꼭지에서 몇 가지 체크포인트를 도출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내부 정보 먼저 알았다’ vs ‘영향력 행사했다’
SBS 8뉴스는 손 의원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마음만 먹으면 누구보다 관련 정보를 빠르게 입수할 수 있었을 것이라 말합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정황이죠. ‘거시기 했으니 거시기 했을 것이다’라는 일종의 확증편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기사 말미에 가서는 문화재청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두 가지 의혹이 충돌하지 않으려면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문화재청이 해당 지역의 근대역사문화 공간 지정 검토를 최소한 2017년 3월 경 이전에 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이 정보를 손 의원이 입수해서 부동산 매입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런 사실관계 확인 없이 보도하진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만약 손 의원이 문화재청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가지고 보도를 준비했다면 문화재청장 인터뷰를 시도해봤을 것이고 더 나아가서 문화재청에서 졸속으로 문화재 지정을 추진했다는 정황도 파악했을 겁니다. 추가 보도를 기다려보면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2) ‘손 의원이 지인 대동했다’ vs ‘손 의원은 사면 안 됐다’
두 번째 꼭지에서 대선 전후 손 의원이 지인들을 자주 데리고 왔다는 언급이 나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네 번째 꼭지 마무리에서는 ‘누가 사라고 권유해도 뿌리쳐야 하는 것’이라 지적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두 주장이 충돌하지 않으려면 한 가지 방법 밖에 없습니다. 손 의원이 차명으로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이죠. 손 의원이 지인들 부동산 투자 이득 안기려고 ‘자주’ 목포에 지인들을 대동하고 내려가는 수고를 하지는 않았으리라 보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도였다면 다른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해당 부동산 보유자들의 매입 자금출처를 조사하려는 시도 정도는 했을 겁니다. 아니면 이것을 의심할 만한 결정적인 제보가 있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주 이상하죠.
3) 이미지 비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SBS 메인 뉴스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해서 보도를 했습니다만, 결국 ‘이러이러한 정황으로 미루어 보건대 구린내가 난다’라는 허무한 결론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해당 보도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기보다 ‘부동산 가치 급상승에는 공정하지 않은 요소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만 부추기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일단락된 ‘아이유 투기’ 의혹과 비슷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중파인 SBS가 이런 식으로 보도를 마무리 짓지 않을 것이라 믿으며 후속 보도를 기다려 보겠습니다. 반드시 후속보도를 내놔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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