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8뉴스 ‘끝까지 판다’ 팀이 손혜원 의원 차명 부동산 매입 의혹에 대한 후속보도를 내놓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실한 의혹제기’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지상파 방송 메인 뉴스 보도의 체면을 지켜야 한다는 절실함도 엿보입니다.
1) 확증편향 그리고 확증편향
첫 번째 글에서 언급했던 대로 해당 보도는 손 의원이 내부정보를 이용했는지, 문화재청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그리고 투기를 위해 부동산을 차명 매입을 한 것인지에 집중했습니다. 사안의 핵심이죠.
먼저 차명 매입 의혹을 뒷받침하기 위해 손 의원의 남동생과 20대인 남동생의 아들을 등장시킵니다. 남동생과 남자 조카는 목포의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처럼 묘사합니다. 손 의원 남동생의 주장에 따르자면 아내가 손 의원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SBS의 보도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쌍방의 신뢰가 적은 상황에서 부동산 차명 매입을 실행할 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매입자금에 대해서는 손 의원이 부동산 매입 대금의 3분의1을 보내왔다고 보도했습니다. 보좌관 딸, 문화재단 이사 딸, 남자 조카 등 3자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했기 때문에 남자 조카의 몫을 입금했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자신들은 건물가격을 알 수 없었던 만큼 손 의원이 건물계약에 직접 관여한 증거’라는 손 의원 남동생 주장을 전합니다. 손 의원이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남자 조카 명의를 일방적으로 도용했다는 주장입니다. 결국 투기 목적으로 보좌관 딸, 문화재단 이사 딸, 남자 조카 등 3자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했고, 그 과정에서 증여세도 냈다는 것이 SBS 주장입니다. 이런 해석이 합리적인지는 뉴스 소비자들이 판단할 문제겠죠.
그리고 문화재청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다시 제기했습니다. 2017년 11월 교문위 예결소위에서 예산안을 고쳐서라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고 그것이 현실화됐다는 겁니다. 또한 그 이듬해 8월 같은 상임위 예결소위에서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집처럼 머물 수 있는 숙소를 개발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종합해보면 손 의원이 문화재청에 강력히 요구해서 본인이 매입한 부동산이 문화재 지위를 얻어 혜택을 받고 도시재생 사업의 혜택도 바랐다는 뜻입니다. 손 의원이 17년 초부터 목포 근대문화재 보호를 주장했다는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SBS 보도대로라면 손 의원은 아주 그릇이 작은 인사가 되겠네요. 노력 대비 산출, 이른바 ‘가성비’가 매우 작은 일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2) 스모킹건 없으면 가족사는 건드리지 말자
SBS ‘끝까지 판다’ 팀은 손 의원의 주장은 반박하기 위해 손 의원의 남동생과 남동생의 아들을 등장시킵니다. 현재까지는 남동생의 주장을 토대로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15일 보도에서 ‘제보가 있다’고 했던 것은 남동생의 주장을 두고 한 말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또 SBS 보도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손 의원 남동생의 아들, 다시 말해 남자 조카 역시 손 의원으로부터 증여를 받았지만 문화재 보전이나 도시재생에 큰 관심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인터뷰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맥락이 와전됐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제보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제보가 신빙성이 있는지 냉철하게 판단하고 그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3) SBS의 헛발질 시리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SBS는 사회적 파장이 큰 헛발질을 여러 차례 거듭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3월 기무사의 위수령 검토 문건에 관한 보도를 들 수 있습니다. 기무사가 위수령을 검토했다는 보도는 JTBC에서 시작했습니다. 당시 국방부에서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취지로 해명을 했고 SBS가 국방부 논리를 적극적으로 방어했죠. 이것은 JTBC와 SBS가 공개적으로 논박하는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시에도 SBS 논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기무사가 계엄령까지 준비했다는 근거들까지 드러나면서 SBS의 주장이 틀린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또 이재명 경기지사와 조폭의 연루설을 제기한 ‘그것이 알고싶다’의 보도도 있었습니다. 조폭연루설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 결과 무혐의로 판명됐지만, 방송됐을 당시에도 언론계 종사자와 학계를 중심으로 ‘그것이 알고싶다’의 고발은 정합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최근 손혜원 의원 차명 부동산 투기 의혹 보도에 이르기까지 SBS는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논리와 근거가 빈약한 보도를 하고 지상파 방송사로서 권위를 지키기 위해 무리수를 지속하는 모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런 태도가 잠시 내부구성원들 자존감을 지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SBS가 이 나라 사회구성원들과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데 저해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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