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분기 최고 기대작 부기팝의 최고 기대편인 이미지네이터 편 대망의 첫 화를 보고 왔습니다. (흥분)
이하 짤막(?)한 감상
1. 성우 관련
야스카이 진과 코토에는 훌륭했습니다.
다만 미나호시 스이코에 하나카나.. 미스매치까지는 아니지만 자기 색이 강한 나머지 부기팝 시리즈에서 부기팝의 안티테제 격으로 색깔이 강해야 할 캐릭터를 덮어버리는 느낌이 없잖아 있습니다.
2. 캐릭터 조형 관련
전반적으로 감도는 위화감이 부기팝 특유의 분위기와 잘 맞물리며 시너지를 냅니다.
상담 장면은 책으로만 읽다가 얼굴이 나오니까 ??? 하기는 했지만 뭐, 애니메이션인 이상 엑스트라에게 주목가지 않는 선에서 잘 타협했다고 봅니다.
나머지 캐릭터들은 이미 정보 찾아볼 만큼 찾아본 상태고, 다 자기 개성에 맞게 어울렸습니다. 다음 화에 나올 스푸키 E가 기대입니다.
3. 연출 관련
꽃 이번 편에서 제일 신경써줘야 하는데 날림이네요. 제작진이 이 작품의 어느 곳에 주목하고 만들고 있는지 잘 드러납니다. 원작에 빼곡하게 담겨 있던 철학이나 냉소, 은유는 거의 쳐내고 그 자리에 ‘있어 보이는 분위기’와 ‘재미’를 남겼습니다.
그마저도 제대로 못 하는 사례가 수두룩하니 타협하고 보지만, 그래도 1권 분량에 비해서 신경을 덜 썼다는 느낌입니다.
꽃부터 볼까요.
책 읽으면서 생각하기를, 애니로 나온다면 사람의 가슴 위에 꽃이 보이는 정도의 연출이 아닐까 했는데 사실 그렇게 나오면 너무 없어보이죠. 그래서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사람(육체)과 꽃(마음)을 분리하는 수준의 연출이 나왔네요. 저는 아아 하고 말았지만, 애니만 보는 사람이 이해하기에 어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뿌리, 줄기, 잎, 꽃봉우리로 이어지는 꽃이 그 사람의 어떤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지 세세하게 나오는 설명도 거의 잘라먹었네요.
원작에 있던 묘사는 이렇습니다.
소녀a - 뿌리가 없다. 잎사귀가 부족. 봉오리는 비대. 줄기는 부러질 것 같음. - 말라 비틀어진 모습. 창백하고 퀭하다는 묘사 - 공부만 하면 앞에 있을 불확정된 미래. - 스스로의 냉정을 찾기 위한 무의식에 의한 꿈. - 안심했을 때 비로소 봉오리가 느슨해지는 봉오리.
주정뱅이들 - 취해서 낄낄거리며 지나감. - 뿌리 혹은 꽃이 없다고 묘사.
코토에 - 풍부한 잎. 안정적인 뿌리와 줄기. 하지만 꽃의 결여. - 결정적으로 화려한 무언가가 없다고 묘사. - 뭐 하나 부족한 것 없으면서, 별 볼 일 없는 정열에 당황하고 부러워한다.
소녀b - 줄기가 없다. - 자신에게 확고한 무언가가 없는 것에 겁을 먹고 있다. 야스카이 진은 단순한 위로를 해주지만 시간이 흘러도 불안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절망. - 줄기가 없기에 집어넣기, 암기에 소질이 있지만 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키우고 늘리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집어넣어도 쌓이기만 할 뿐 썩지는 않는다. - 목적의식이 없고, 타인이 무언가를 부여하면 금방 안심한다.
소년a - 잎이 없다. 꽃과 줄기는 나름대로 자리잡고 있다. - 인생에 정감을 가지지 못하고 메말라있다. 지극히 냉소적인 태도로 묘사. - 야스카이 진은 그에게 위로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후 직설적이고 가벼운 실무적 말투로 응수. - 타인과 있어도 마음의 평화를 느끼지 못해 세계에서 일탈되어 있다. 그 커뮤니케이션 결여를 보충하기 위해 방법론에 민감하다. - 방법론의 충실은 이해되지 않는 노력으로, 고립만 초래한다. 같은 타입의 인간도 다른 종류의 방법론에 냉담하다. 고로 동지가 없다.
상담 장면은 반 이상 잘려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원작에서 보여준 수준 높은 담론들을 죄다 자르고 스토리에만 집중하겠다고 결의한 모양입니다. 음. 덕분에 내용 파악은 쉬웠지만 이거 원작의 그 느낌 제대로 살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보는 분들은 꼭 원작을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