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관련 없으신 분들은 대부분 갤러리와 작가들 사이의 일반적인 계약조건에 대해 전혀 모르실거라 간단하게 몇 가지만 이야기하자면,
우선 작가가 대관을 해서 전시를 하는 경우는 작품이 판매되는 경우 작가에게 100%가 돌아갑니다.
이 경우는 물론 대관료와 홍보비, 책자 발간 등 모든 비용을 작가 자비로 부담하는데, 평균적 크기의 갤러리는 서울의 경우 대관료가 한주에 300~400 정도 됩니다.
대안공간이나 좀 외지거나 작은 공간은 한 주 200 정도.
여기에 작품 도록이나 엽서, 현수막 등을 제작하는 비용과 잡지나 온라인 홍보비 등이 추가발생하기 때문에 자비로 전시 한번 할려면 적어도 500만, 많으면 1000만 정도는 깨집니다.
사실 작품을 하기 위해선 작업실 임대료와 재료비, 기타 생활비가 꾸준히 지출되니 500~1000은 작품제작비는 전혀 계산 안했을 때 이야기지만, 이건 가난한 작가들에게 큰 부담이죠.
반대로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하는 경우는 대관료가 없고 홍보와 책자 등을 갤러리에서 책임지는 조건으로 작품 판매가 이루어질 경우 50:50으로 나눕니다.
이건 국내고 해외고 똑같은데, 50:50 조건은 얼핏 부당해 보이지만, 이렇게 50:50으로 작가들 등골 빨아먹고 갤러리들은 부자가 되는가 하면 어차피 대부분의 작가들은 전시를 해도 작품이 거의 판매가 안됩니다.
사실 국제나 가나 등 몇몇 상위 갤러리들 빼고는 다들 경영난에 시달리고, 소형 갤러리들은 자비 꼴아박으며 운영하다 망해나가는 경우가 태반이고요
(작품 못팔면서 안망하는 생존율 높은 갤러리들도 제법 있는데, 부잣집 사모님들이 취미로 운영하는 자기건물 갤러리들)
초대전은 작가들에겐 500~1000만원의 비용을 덜 수 있는 수단이고, 갤러리에선 오히려 손해 볼 가능성이 큰, 따라서 작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시가 초대전.
일부 갤러리들은 대관만 무료로 해주고 작가에게 책자나 홍보물 비용을 받는 대신 작품 판매시 작가 70 갤러리 30 조건을 걸기도 하는데, 이런건 작가 입장에선 오히려 손해입니다.
한편 아트페어의 경우는 작품 판매시 갤러리 70, 작가 30이 관례입니다.
70:30 비율만 보면 작가 입장에서 창렬같지만 갤러리에서의 전시와 달리 아트페어의 경우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부스에 대한 경비를 지급해야 하는 등 갤러리측 비용부담이 휠씬 크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 작가들도 딱히 불만을 가지지 않습니다.
다만 작품의 판매가 보장된 소수 유명작가의 경우는 갤러리 60, 작가 40 하는 식으로 조건을 더 유리하게 가져갑니다.
여하튼 해외전시나 해외 아트페어의 경우도 갤러리측에 많은 비용부담이 간다는 점에서 아트페어처럼 70:30 비율이 일반적입니다.
해외 아트페어는 국내 아트페어와 달리 작품 운송비와 포장비, 출장비 등이 추가로 수백 이상 더 깨지는데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70:30인 이유는 그나마 한국보다 외국이 작품이 더 잘 팔리는 편이라 갤러리들도 좀 더 수익을 올릴 확률이 높기 때문.
물론 작가에게 운송비용을 물린다고나 하는 경우엔 역시 이 비율에 작가에 유리하게 조정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작가들 입장에서 팔릴지 말지도 모르는데 자기 돈 넣는건 대부분 손해라 이건 작가들이 거부합니다.
그럼 이제 조선일보 보도를 보죠.
조선은 나전칠기 작품 두점을 1억 9천만원에 팔아놓고 장인에겐 월급 200~300만 주었다며 손의원 측이 장인을 착취하며 엄청나게 이익을 챙긴 것처럼 느껴지게 기사를 썼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데미안 허스트가 1억 9천만원에 작품 2점을 매입한 중에서 황 장인에게 돌아갈 몫은, 황 장인이 작품의 원작자이고 손혜원 측에서는 해외 전시나 아트페어를 통해 판매만 했다고 가정했을 시 판매대금의 30%인 5천 700만원입니다.
하지만 이 5천 700만원이 황 장인 몫이란 계산은 이것이 오롯이 황 장인 본인의 작품일 경우입니다.
이것이 본인의 작품으로 성립하려면 이 작품의 아이디어를 본인이 구상하고, 직접 작품을 제작하거나 본인이 어시 비용을 지불해서 작품을 제작하여,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참고로 작가들이 아트페어에 나간 작품 판매대금의 30%를 받는 것은 본인이 작업실 비용, 재료비, 관련 인건비 등을 모두 직접 지불해가며 제작한 본인 작품에 대해서입니다.
그런데 정황을 보면 손 의원이 작품의 아이디어, 즉 작업개념을 제공하고 실제 장인들을 모아 제작을 지시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 나전칠기 작품의 저작권자는 손 의원이고 황 장인은 작품 제작의 참여자입니다.
그러니까 원래대로면 황 장인은 작품 제작과정에 참여하여 지불받은 액수 외에 작품에 대한 다른 권리는 없는 것이 맞고, 사실 손 의원이 작품을 본인 이름으로 냈어도 상관 없었을겁니다.
하지만 손혜원 의원은 장인들이 보람을 느끼도록 작품을 장인들 이름으로 내주었죠.
한편 작품판매 대금 1억 9천만원의 30%인 작가 몫 5700만원에 대해, 저작권자인 손 의원이 권리를 포기하고 장인들에게 대급을 지급한다고 합시다.
그러면 일반적인 기준에서 황 장인에게는 저 중 얼마에 대한 권리가 있을까요?
우선은 저 안에서 장인들에게 이미 지급된 비용은 제해야 합니다.
작품을 혼자 제작한 것이 아니라 옻칠작가 따로, 형태를 만드는 작가 따로, 3d도면을 그리는 작가가 다 따로 있어 사실상 4명의 공동작업이라고 하니, 한달에 200~300씩 줬다면 200으로 계산하더라도, 조약돌 시리즈 하나당 걸리는 시간이 3개월이면 2점에 6개월, 단순계산으로는 장인에게 지급된 비용만 4800만원입니다.
물론 황 장인이 메인으로 일을 하고 다른 장인들은 서브로 일을 해서 노동시간과 시급이 더 적었다면 인건비 지출이 이보다 적었을 수도, 혹은 손 의원 주장대로 매달 300~500만을 준 것으로 계산하면 더 많았을 수도 있겠네요.
여기에 작업실 인테리어 공사해서 장인들 들이고, 정치 하기 전까지는 임대료를 대신 내주었고, 고가의 나전재료도 수천만원치를 쟁여놓고 쓰게 해주었으니 사실 계산해보면 장인들에게 투자된 돈이 작품 수익보다 많았던 셈입니다.
그러니까 조선에서 작품 두점 1억 9천만원에 판매하고 황 장인은 월급 200~300받았다는 워딩은 이러한 전후사정을 누락시키고 일부러 착취처럼 보이도록 쓴 전형적인 조선일보식 왜곡보도인 것이죠.
부연하자면 착취는 작가로서 많이 당해봐서 아는데, 황 장인이 받은 대우는 예술인에 대한 착취가 아니라 후원입니다.
저 정도면 극소수 거물들을 제외한 미술계 대부분의 작가들이 봤을 때 부럽기 그지없는 대우에요.
당장 저만 해도 전시 한번 할때마다 수백만원 깨지고 작품을 통한 수입은 없기 때문에 다른 일 해서 번 돈을 작업실 임대료와 전시비용에 쳐넣으며 건물주와 운송회사, 인쇄업체에 돈이나 벌어주고 있죠.
그렇게 손해만 보면 작업 때려치면 되지 않냐고 하는 분도 있겠지만 손익 계산해서 작업 때려칠려면 한국 작가들 중 한 백명 정도 빼곤 다 작업 접어야 합니다.
제법 유명하다 싶은 작가들도 대부분 부수입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예술 현실이거든요.
조선 쓰레기들이나 조선 왜곡보도 보고서 좋다고 손 의원 욕하는 인간들은 물론 예술계와 예술인들의 현실 따위 관심 없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