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울산의 몽준이 형 처럼 깃발만 꼽으면 선거운동 안 해도 알아서 표 주는 그런 지역이 단 한 군데도 없다는 점 때문이다.
한 편으로는 열린우리당이 복 받은 당이라는 생각도 든다. 민심이 외면하면 바로 등져버리는 당이기 때문이다. 조금도 마음 놓이지 못하고 국민들 심기 살피는 당이 된다면 그 당만큼 건강한 당이 어디에 있겠는가.
열린우리당은 국민들 특히 서민들 심기를 두루 살펴야 한다. 실용이 나쁜지 개혁이 나쁜지 솔직히 내가 이야기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실용과 개혁 놓고 치고받고 싸우는 모습을 싫어하는 민심만큼은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 ‘헝그리 정신으로 열심히 잘해보겠다더니 이제 와서 당권 갖고 싸움질이냐. 정치인들 다 똑같다’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깊이 새겨둬야 한다.
물론 그런 싸움이 열린우리당 안에서는 밥그릇 쟁투가 아니요, 당의 노선을 만들어 나가는 생산적 토론이라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맞다. 그런데 여기에 지난 1년동안 열린우리당이 서민들을 감동시킬만한 ‘실적’을 전혀 내놓지 못했다는 점이 결부되면서 ‘열린우리당은 말만 앞서고 하는 일이 없는 NATO(No Action Talk Only)정당’이라는 인상이 심어졌다.
그러다보니 죽었다 깨어나도 한나라당을 찍는 분들만 투표소에 갔고, 열린우리당의 과거 또는 잠재 지지자들은 가차없이 쌩까버렸던 것이다. ‘담배값 올려서 참패했다’는 한 누리꾼의 우스개를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어쨌든 당권을 잡은 열린우리당 실용파가 작금의 개망신에 대한 책임이 8할 이상 있다. 그런데 오늘 보니 민주당과의 합당이라는 카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또 선거구 바꿔서라도 이득 챙기겠다는 심산도 내비췄다. 관권, 금권 선거에 이어 구태공천을 하더니 이제는 인위적 정계개편까지. 그 놈의 실용도 참 가지가지이다. 그래서야 되겠나? 진정한 ‘실용’을 알려준다.
첫째, 영남에서는 한나라당을 이길 길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보통 경쟁력 없는 상품들이 브랜드 이름을 식별 불가능한 유사 메이커로 바꾸듯, 이름을 ‘힌나라당’으로 바꾸는 것이다. 마크도 거의 엇비슷하게 한다. 그리고 과거 한나라당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서 후보로 세운다.
어차피 안 되는 동네, 백 여개 의석 가운데 어떻게 하나 둘 걸려들지 않겠는가. 거꾸로 서서라도 영남 입성이 필요하다면 이 방법을 쓰심이 어떨까? 원래 ‘국민통합을 먼저 주창했다’는 이유를 들어 ‘원조한나라’라는 당 이름으로 바꾸는 것을.
둘째, 당에 간판 스타가 필요하다. 얼마 전 한 여론조사 결과 우리나라 대학생의 다수가 재보선에는 관심 없고 ‘한가인 결혼’에 더 흥미 있어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렇다. 한가인 씨를 영입해야 한다.
그래서 한 씨가 요즘 <신입사원>에서 비정규직 사원 역할로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해 ‘당 노동위원장’ 자리를 내주는 것이다. 만인의 스타 문근영 양도 영입대상이다. 청소년위원장 자리를 마련해 다음 총선에서 비례대표 자리를 허락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재보선과 지방선거 때 배우 박건형 씨까지 동반 영입해 유세현장에서 춤 한 판 벌이게 한다.
사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신문 정치면을 아예 읽지조차 않는 사람들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포털에서도 뉴스란의 ‘연예’면만 단골로 클릭 하는 젊은층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의 이름이 정치면이 아닌 연예면에 노출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스캔들을 일으켜야 한다. 문희상 의장에게 숨은 아들이 있다는 ‘자뻑성’ 소문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 아들은 현재 가수로 활약하는 문모 군이라는 식의 뜬 소문 말이다. 그러면 당사자들은 펄쩍 뛸 것이다.
그 때 문 의장이 기자들 앞에서 문군을 만나 적극적으로 부인하면서 ‘이 참에 입당하지’라며 입당원서를 내밀고 그를 정계에 입문시키는 것이다. 이 드라마틱한 장면이 연예란에 노출된다면 대단한 시선을 끌어 모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는 우스개를 위한 지어낸 시나리오일 뿐이다. 실제로 문 의장에게는 그런 아들의 존재 자체가 없다. 말 그대로 루머인 것이다.)
셋째, 제일 중요하다. 투표 안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특히 한나라당에게 반감이 많은 젊은층의 저조한 투표율은 열린우리당에게 위기이다. 이들을 투표소로 끌어들이는 실용정책이 강구돼야 한다. 방법이 있다. 한 번 투표하면 남자의 경우 군 제대를 하루 정도 더 단축하도록 배려하고, 여자의 경우 직장내 생리휴가를 1회에 걸쳐 하루 더 부여하는 것이다.
대학생들은 남녀 공히 종교 사학에서 하는 예배 출석의 경우처럼 재학 기간 도중 투표를 몇 번 이상 의무적으로 하는 것을 법으로 정한다. 만약 몇 번 이상 투표 안하면 졸업이 안 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채찍만으로는 안 된다. 투표 한 번 하면 도토리 10개를 주고, 투표용지 하단에 절취선을 만들어 MP3 무료 다운 또는 담배 한 갑 교환권 같은 것을 부여한다. 어떤가.
어떤가. 이런 실용이야말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실용 아닌가.
당리당략을 위한 실용을 아주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리당략이 당리당략만을 위한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함으로써 얻는 당리당략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