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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가?
게시물ID : phil_146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천중의새
추천 : 1
조회수 : 42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10/17 05:15:33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을 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사실 대학교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당시에 조금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대학교? 그까짓거 들어가지 않아도 내 인생에 아무런 지장도 없어."라는 생각 말이죠.

이 생각에는 나름대로(?) 타당한 근거가 있습니다.

제 꿈은 일류 기업에 취직하는 것도 아니고, 법률가나 의사가 되는 것도 아니고, 권력을 얻고 싶은 것도 아닌.

그냥 한 사람의 소설가가 되고 싶었을 뿐이거든요.

그리고 당시 제 생각에는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다독 다작 다상량'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하필 들어갔던 고등학교가 진학교라서(매년 SKY에 20명 이상 보내는 걸 자랑거리로 삼던 학교였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이 학교라면 네 수능 성적으로도 갈 수도 있다. 그리고 네 꿈에도 도움이 될 거다."라면서 추천해주시더군요.

모 대학의 문예창작과요.

그래서 어찌저찌 대학교에 들어갔습니다.

대학교에서 느낀 것은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다르다'라는 점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는 주입식 교육을 받습니다.

주입식 교육은 말하자면 자신이 숟가락질을 하지 않아도 남이 밥을 떠먹여주는 교육입니다.

반면 대학교에서는 스스로 공부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1학기 전체 F학점이라는 인생의 흑역사를 만들었습니만...

거기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배운 것 중에서 가장 유익했던 것은 '평생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저력'을 몸에 익혔다는 점입니다.

이건 현대 대한민국의 교육체계 중에서 유일하게 대학교에서밖에 배울 수 없는 점입니다.

고등학교 졸업생이 과연 평생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학문에 대한 욕망'을 체득할 수 있을까요?

아주 특별한 경우(학생이 특별하든지, 선생이 특별하든지, 혹은 둘 다든지)가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이런 생각도 합니다.

요즘 대학을 보면 제가 생각하는 대학의 역할, 즉 평생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일을 스스로 버리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대학은 학문의 보금자리입니다.

하지만 대학이 곧 학문은 아닙니다.

대학이 학문의 보금자리이기를 포기한다면, 우리는 다음 세대가 써야 할 학문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뭐.......

그런 생각을 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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