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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양이
게시물ID : animal_1469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연후안
추천 : 3
조회수 : 41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1/29 18: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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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벌써 7년전의 일이다. 



친구가 덜컥 고양이를 기른다는 말에  "너희 집에는 다 자란 개가 있는데 그 아이가 잘 지낼 수 있을까?" 물어보니 괜찮을거라 대답했다.
걱정이 되긴 했지만, 어차피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무시했던 것이 잘못이었던 것 같다. 



어느 날 밤이었다. 친구는 카톡으로 "고양이가 이상해." 라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분유를 먹여야 할 만큼 어린 고양이인걸까? 
카톡 프로필 사진에, 친구가 고양이를 안고 찍은 사진이 있어 살펴보니 젖먹이 어린 고양이는 아닌 것 같아, 왜 먹지 않는지 궁금해졌다.
일단 분유를 먹여보거나, 사료를 바꿔보라고, 혹은 물에 불려 먹여보라고 했다. 하지만 먹지 않는다고 했다. 
먹지 않는다는 소리를 사흘 째 들었을 때, 불안감이 들었다.



시간을 내서 친구의 집에 찾아갔다. 좁은 원룸문을 열자 먼저 뛰어온 개가 반겼다. 그리고 철창 안에 갇힌 작은 고양이를 보았다.
피부병으로 여기저기 털이 움푹 파여 죽어가는 어린 고양이를.
가슴 깊숙이 밀려오는 이상한 감정에 철창을 열고 아이를 안았다. 고개가 축 늘어져서 마구 흔들자, 반응하듯 고개를 들어올렸다. 
친구의 탓도 누구의 탓도 할 시간 없이 나는 그 아이를 들고 병원으로 뛰었다.



영양실조와 심한 스트레스로 조금만 늦었으면 죽었을 거라고 그렇게 말했다. 친구는 집에 있어야 한데서, 전화로 사실을 알려주니 친구는 울었다.
그리고 못 키우겠다며, 다시 입양샵에 돌려보내겠다고 그렇게 말하는 모습에 나는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내가 돈을 주고 데리고 왔다. 지금의 너를.



앙상한 팔에 링거를 둘둘 감고 있던 너였지만, 지금의 너는 집에서 가장 뚱뚱한 고양이가 되었다. 
사람을 무서워 하는 너였는데, 지금의 너는 무릎냥이라 너무 귀찮다. 
눈조차 마주치지 못했던 녀석이, 이제 이름을 부르면 커다란 눈으로 나를 바라봐 준다.  


세삼 생각해보면 키운다는 친구를 만류했다면 너는 그렇게 굶주림에 죽을 고비를 넘기지 않았을거라 생각했다.
나보다 더 좋은 주인을 만날 수 있을거라고도 생각했다.
나의 고양이에게 슬픈 추억을 남겨준 것이 매번 미안하고, 내게 와 주어서 정말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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