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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본 갓갓들
게시물ID : animation_4386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흰장미
추천 : 2
조회수 : 27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1/31 23:19:36
최근 한 달입니다.
 
1. 유리쿠마 아라시

하드 백합애니 원탑. 사실 백합물 외로 소비해도 대단한 작품인데, 워낙 백합끼가 강해서 다수에게 어필할 수 없는 점이 유일한 단점?
 
처음 본 건 1년 반은 됐을 텐데 오랜만에 재탕해보니까 끝내주게 잘 만들었더군요.

내용 다 알고 보니까 예전에 느꼈던 한 화 한 화 마음이 부서지는 감각은 없지만, 이번에는 그 속에 담긴 날카로운 주안점과 시선을 세세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된 느낌이라고 할까.

명작. 명작.

2. 우주보다 먼 곳

청춘+성장계 탑. 2018년 최고 애니.

한 화 한 화 스토리텔링에 정성이 듬뿍듬뿍 들어가있습니다 쥿키세키. ost도 아낌없이 팍팍 사용했고, 특히 기억에 남는 건 기묘하면서 현실적인 얼굴 작화.

캐릭터들 하나하나가 공들여 만든 이 시대의 인간군상. 하나같이 성격에 조금 문제가 있어서(정확히 말하면 그들 자신은 정상인데 너무 정상인 나머지 비정상인 주변에 맞춰주지 못하는 느낌. 세상이 취했는데 홀로 깨어있다고 보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죠.) 대인관계가 괴멸적이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덕분에 서로 만났는데. 남극까지 가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는데.

애니 보다가 상대적 박탈감 느껴서 울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니, 사실 그건 일부지만. 아무튼 보니까 울게 되더군요. 이건 나중에 재탕하기도 어렵겠어요. 처음 볼때 뭔가 아니면 적당히 하차해야겠다 생각했던게 지금 와서는 공허하기만 합니다.

아직까지도 op, ed, 삽입곡들 듣다보면 가슴이 떨리고 맹맹합니다. 솔직히 어지간한 애니 섭렵하다보면 보통 머리로 보게 되지, 가슴으로 보기 어려운데 이건 반대가 더 어려운 쪽.

아직까지도 줄거리 하나하나, 캐릭터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가 손에 잡힐듯 보입니다. 계속 떠오르면 일상생활 영위에 문제가 크니까 평소에는 되도록 잊으려 하지만.
 
..아, 여행가고 싶다.

3. 리즈와 파랑새

예전부터 그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라프텔에 있길래 정주행. 가장 최근에 봤군요.

그야말로 감성의, 감성에 의한, 감성을 위한 애니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90분이 할당되어있습니다.

내러티브적으로는 (스포일러라서 안 쓰지만) 문장 한두줄이면 써버릴 내용이고, 거기서 두 인물의 심리에 극단적일 정도로 포커스를 줍니다.

그렇다고 니시오 이신쪽 만연체 애니 느낌 없이 세련됩니다.

단순히 늘여써서 복잡한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독자의 감정선까지 제대로 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손을 잡고, 눈을 깔고,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고. 그런, 타 애니에서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행동 하나하나가 리즈토리에서는 작품 전체를 뒤흔듭니다.

마리미떼쪽 감성이라는 얘기도 있던데, 마리미떼는 리즈토리보다 훨씬 서사가 진하면서 가볍고, 동시에 꽤나 다각적으로 전개된다는 느낌이 강해서 직접비교는 어렵습니다. 굳이 따지면 세이시마 에피였던 2기 6화나 가시나무 숲 편이 비슷하려나. 그런데 그 에피들은 사실 콘노 오유키가 일제시대 S소설에서 따온 게 크니까 엄밀히는 같은 조상을 두고 있는 관계지 어느 쪽이 서로와 비슷하다던가 영향을 받았다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노조미조.

4. 마법소녀 육성계획 limited

애니 말고 원작소설입니다. 4,5권 분량.

재탕하면서 느꼈는데 이 작가는 배틀로얄계에 있어서는 최고의 B급 작가입니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이걸 보면 극찬할 게 틀림없습니다.

소설이 빈틈 없고, 신속하고, 경쾌하면서도 사람이 픽픽 죽어나갑니다. 기존에 쌓아온 인간관계와 갈등을 정말 이렇게까지 쉽게 박살내고 모욕하고. 그런데 너무 재밌어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시리즈 사상 최강의 마법소녀와 최약의 마법소녀들만 모여서 죽고 죽이는 구도라는 점도 재밌는 점.

머리에 나사가 나가버리고 미친 애들이 쏟아져나오는데 은근히 정상인도 많은 그 간극. 근데 정상인이나 선역으로 나오는 이들도 파고들어보면 진짜 ‘착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

또 전체 줄거리를 성장으로 봐도 좋을 정도로 평범하게 애 같은 마법소녀들이 ‘어른들의 세계’에서 철저하게 영혼까지 유린당하며 눈물을 씻고 자라납니다. 근데 기껏 성장하고 바로 죽어요(..)

스토리 전체가 물샐 틈 없이 이어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실 그 군상극과 각자 일어나던 일이 끝을 가보면 결국 단 하나였다고 에필로그에서 짤막하게 언급해주는 것도 충격과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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