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얼마전에 회사자랑글로 베오베갔던 오유인입니다.
저는 자랑쟁이니까 이번엔 동생자랑 좀해볼게요
일단 저는 누나고 제동생은 저랑 7살차이나고 남자에요.
제가 초등학교 5학년때 어머니가 일을 시작하시면서 동생을 돌보는게 제 담당이 됐고 12살짜리 애가 애를 키우게 됐죠.
동생이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을 다녀서 학기중엔 같이 등교해서 동생유치원반에 데려다주고 저는 제 반으로 올라가고 하교는 제가 먼저해서 집에와서 좀 쉬다가 동생 하원할때되면 가서 데려와서 숙제나 준비물같은거있음 챙겨주고 엄마가 해놓고가신 밥&국&반찬으로 같이 밥먹고 엄마퇴근할때까지 같이 놀아주고 시간보내는게 제 일과였어요
방학땐 아침에 동생 옷입히고 밥먹이고 (깨우고 씻기는것까지 제가 했는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어린이집 차태워 보내는것도 같이했고요
그렇게 동생이 초등학교 들어가기전까지 몇년을 보냈습니다
이런얘기들으면 친구들이 진짜 니가 키웠네 엄마네 이런말 많이하는데ㅎㅎ 동생은 그때 어려서 잘 기억을 못할것같은데도 나이 한참 먹은 지금까지도 쭉 일관되게 저한테 참 잘해줍니다
그리고 어린시절부터 워낙가깝게 붙어 지내서 서로 의지도 많이하고 서로많이 아끼고 친하다보니 보통의 남매는 상상도할수없는 그런 에피소드가 많아요.
그래서 이게 주작이라고 할수도있는데 모두 사실입니다..ㅋㅋ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1. 동생이 밖에서 놀다가 들어올땐 항상 전화해서 누나 뭐먹고픈거있냐고 뭐사갈까 물어봅니다.
전에 한번은 같이저녁먹으려고 기다렸나? 그랬는데 동생이 나 친구들이랑 버거킹먹어서 저녁못먹는다고 그래서 제가 울컥해서 너는 너혼자만 맛있는거 먹냐-했더니 동생이 왜 화내냐- 한마디도 안하고 그냥 태연한 목소리로
버거킹 누나 것도 사갖고 가고있어 이따 집에서 먹어- 라고함ㅠㅜ 그래서 그런줄도 모르고 먹는거에 눈이멀어서 화내서 미안하다고ㅠㅜㅜ
2. 또 동생이 밖에서 놀다가 들어올때 뭐필요한거없냐-해서 파란펜 좀 사다달라했어요. 근데 동생이 주변에 펜 살곳 없을것같다고해서 알겠다고 했는데 집에 도착해서 이런저런얘기나누다가 갑자기 아맞다-하면서 외투 주머니에서 파란펜을 슥 꺼내서 주더라고요
살곳없는데 어디서 산거냐 했더니 그냥 좀 찾아서 샀다고ㅠㅜㅜ 누나부탁 안까먹어요 ㅠㅜ
3. 이게 제일 감동이고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나는 일인데
제 생일이었어요. 대학교수업마치고 방에 드갔는데 불이 꺼져있고 케잌에 촛불켜져있고 창문에 풍선여러개 붙어서 누나 생일축하한다고 한글자씩 적혀있고 동생이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게다가 선물은.. 제가 겨울생인데 그 추운겨울에 어린애가 시내 돌아댕기면서 털장갑이랑 가방을 사왔더라고요ㅠㅜㅜㅜㅜ
그때 제가 20대 초중반이고 제동생이 중학생이었을때라서 중학생이 20대들이 매는 가방사기엔 돈이없잖아요 그래서 가죽도 금방 헤지는 저렴한 가방을 사왔는데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실밥 다 떨어지고 가죽다 벗겨질때까지 매고다녔습니다 그뒤론 차마 버릴수가없어서 지금까지 잘보관하구있네요 ㅎㅎ
4. 제가 위가 안좋아서 매일 감자즙을 먹으려 한적이있어요. 근데 제가 힘이없어서 감자즙 짜는데 힘들어하니까 동생이 옆에 슥 와서
누나 힘약해서 힘드니까 하지말라고 내가 매일저녁마다 짜줄테니까 그거먹으라고ㅠㅜㅜㅜ 세상스윗한 동생 ㅠㅜㅜ
5. 제가 ㅅㄹㅌ이 좀 심해요. 약없으면 앉고 걷는건 물론이고 누워서도 좀비꼴이라 약을 항상 구비해두는데 가끔 약이 떨어지면 헬인거죠
근데 그럴때마다 동생이 항상 약을 사다줬어요. 초딩때라서 롤러브레이드타고 약국가서 항상ㅎㅎ
귀찮을텐데 귀찮은 기색 하나없이 사다주고 ㅠㅜ 동생덕분에 많이 살았네요 ㅠㅜ
6. 이것도 ㅅㄹㅌ 관련인데 이번설날에 또 약이 다 떨어져서ㅋㅋ 설날이라 약국도 문을안열고 편의점에서 파는약은 저한테 안들어서 아무데도못가고 집에서 배부여잡고 뒹굴었어요. 원래 이모네 가기로했는데 전화해서 못간다고 알려드렸는데 그뒤로 동생이 이모한테 안부전화를 했다더라고요 (군인)
그래서 이모가 너네누나 배가너무아파서 난리란다-하니까 동생이,
누나가 알아서 하겠죠 뭐
이랬대요 ㅋㅋㅋㅋ
그얘기들음서 내동생 참 시크하네 ㅋㅋㅋ하면서 웃었는데 그 주 주말에 전화가 와서(군인) 얘기좀 하다가 아맞다 누나 배아프다더니 지금은 괜찮아?
하더라고요
츤데레도 아니고 ㅋㅋㅋ 알아서 하겠죠 뭐 하더니 누나걱정 ㅋㅋㅋ
그래서 생리통이었다 지금은 괜찮다 했더니
동생이 약 이름을 말하면서 누나 아직도 그거먹어? 하는데
와..... 감동....ㅠㅜ
보통 아무리 가까운친구 혹은 남친도 자기여친이 먹는 생리통약 이름 기억못하잖아요 게보린 타이레놀 이런거아닌이상
근데 제동생은 정확히 기억하고있더라고요. 동생초딩때니 10년도 전의 일인데ㅠㅜ
심지어 그 약, 자기동기가 생리통으로 고생하니까 제얘기하면서 추천까지 해줬다고...ㅠㅜㅜ
7. 그외 소소하게,
같이 외출했는데 제가 추워하면 옷벗어줍니다 (심지어 구남친들도 겨울엔 아무도 옷벗어준적없는데!!)
식당에서 밥다먹고 외투입을때 제가 팔도짧고 칠칠맞아서 옷을 잘못입기때매 동생이 매장직원처럼 팔넣을수있게 옷잡아주고 목도리같은것도 다 챙겨줍니다
그리고 인생샷을 잘찍어줘요(심지어 남친도 넌 왜맨날 사진만찍냐고 또찍냐고 귀찮은티 팍팍내는데) 동생은 귀찮은 기색하나없이 이각도 저각도에서 고개를 이렇게돌려라 저렇게돌려라 하면서 인생샷 엄청 찍어줍니다
그리고 하루는 제가 구두신고 나갔다가 발터질것같아서 집앞 버스정류장으로 슬래퍼좀 가지고나와달라고한적있는데 그때도 귀찮은기색 하나없이 가져다주고 발많이아프냐고 구두 들어주고ㅠㅜ
글고 동생이 몸에 열이많아서 손이 태양의 손이라 안마를 진짜 잘하는데 가끔 볼때마다 꼭 안마를 해줍니다. 최고 ㅠㅠ
또한번은 제가 크게 몸이안좋아서 몇주간 죽만 먹어야햇었는데 그때도 제동생이 죽 다 끓여줬어요
자기 참치죽이랑 계란죽 잘한다고 두개만들어줄테니 번갈아 먹으라고ㅠㅜㅜ
8. 제가 뭘 해줄때 가족이라고, 누나라고 당연하게 생각한적이 한번도없는 동생이에요
한번은 제 생일이었는데 동생이 캐릭터 섬유향수를 사줬었어요 근데 그뒤에 이러는거에요
누나한테 미안하다고, 누나는 나한테 xx사줬는데 나는 돈없어서 이거밖에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막 한숨쉬면서ㅠㅜ
저는 동생이 학생인데다 이제 저도나이먹어서 생일안챙겨도 돼서 삔하나만 사줘도 고마운데 저렇게 말하니까 얘는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아이일까
어쩜이렇게 애가 어른스러울까 (팔불출맞습니다) 싶으면서도 너무 짠하고..
그래서 누나는 돈벌고 너는 용돈받아쓰는데다가 내동생이라 누나가 돈을 더쓰는게 당연한데 그런생각을 왜하냐 그러면서 다독여줬는데
앞에서는 알겠어-라고 하더니 계속 맘에걸렸는지
없는돈으로 하루뒤에 또 케잌 기프티콘을 보내주더라고요 ㅠㅜㅜㅜ 세상에 이런동생이 어딨는지 ㅠㅜ
9. 7살이나 어린데 어른스러워요 오빠같아요 (제가 어린걸지도)
7살이나 어린데 제 연애상담 다해주고 남친얘기 다 들어주고 뭐가 문제인지 하나하나 다 짚어주고 누난 어떤사람을 만나야한다ㅋㅋ 이런얘기까지 다해줍니다
그리고 공대남자인데도 저보다도 더 꼼꼼해서 제가 옷이나 신발같은거 둘중에 뭐살지 고민하고있으면 제가 열번을 들여다봐도 못본 것들을 한번에 캐치해서 이건 이러이러해서 안좋다 별로다-라고 명쾌하게 답내려줍니다
그외에도 많지만 이미 글이 너무 길어져서 ㅠㅜㅜㅜ 사실 가족얘긴 본인만 웃기고 재밌고 남들이 볼땐 별거아닐수도있어서 좀 걱정되지만.. 그래도 동생자랑은 한번은 해보고싶었어요 ㅎㅎ
마무리는
대한민국 군인분들 그리고 모든 남자분들께 감사드리고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