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장르의 4DX는 다경험해봣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특히 2D 애니메이션을 4DX로 접할기회가없었는데
같이 일하는 사장형이 아침출근 대신 조조영화를 보고 점심을 먹은후에 오후근무를 하자는 제안을 했다.
드디어 이인간이 정신을 놓았구나란 생각에 아그럼 저녁은 지옥에서 먹는거냐고 되물었다가 정말이라면서 흥분된
표정으로 모바일 티켓을 보여줬는데...
드래곤볼 슈퍼 브로리 4DX.
그랬다 옆에 사장형은 총각시절부터 그놈의 드래곤볼에 환장해서 일본어를 배우고 (나는 전혀다른걸로 배웠지만)
드래곤볼 굿즈 모은답시고 일본에 들락날락거리다가 일제하드수입하는일해서 이가게 차렸다는것을.....
어쨌든 판은 벌어졌고 분명 저티켓이 나한테 까지 굴러온걸보면 형수님은 거절했으며 아이들은 안본다고했을거고
옆집 사장님들도 그를 버린게 틀림없는것이다. 그렇게 버림받은 가장,취미공유를 거절당한 아빠,다른 사장님들에게 거절당한
남자가 아침반차와 점심을 미끼로 나에게 딜을 걸었고, 직원된 입장에서 나는 응할수밖에 없었다.
나도 여타 비슷한또래들과 마찬가지로 첫 일본만화책은 드래곤볼이었고 최근에 새 시리즈가 나왔는데 주인공이 육공인가로
바뀌었다는 개소리를 듣고는 관심을 끊은참이었다.
어쨌든 공짜점심,영화관람에 반차같지않은 반차라는 상황에 최대한 사장형의 움직임에 맞춰줄려고 아침 9시에 정확히
도착하였고 기분이 좋은 형은 거대한 팝콘콤보를 가져오며 영화를 즐기자고 관에 들어갔다....
그때 튀었어야했었다는 뒤늦은 후회를 지금 자판을 두들기면서도 계속하는중이다.
후회를 하는 주된 원인은 좌석의 위치였다. 저영화 자체가 그렇게 많은 관에서 하는것도 아니고 4DX는 알리타와 함께 쓰는 관이라서
조조나 심야 이렇게 한두관밖에없는 영화였고 오늘은 개봉첫날 첫상영날이었다. 그래서 좋은 포지션의 좌석은 대부분이 나간상태였다
그래서 형이 예매한 자리는 C열 3,4 벽에 가까운 자리였다. 안그래도 영화 보기에는 안좋은 자리였지만 내돈주고 보는게 아니라서
그냥 참고 앉았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시작하자마자 토에이의 고양이 마크가 나오는데 벽면에 사이키효과가 번쩍이면서 눈을 강타했고 이때 부터 잘못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후 이어지는 우주선씬, 체어FX효과 설계를 누가 했는지 우주선이고 주인공움직임이고 모슨 모션을 의자에때려넣어놔서
고요한 우주장면이 나오는데 현실은 지진난 영화관마냥 의자가 흔들리고있었다. 지진이 많은 일본관객들이나 동요않을듯한
체어FX설계는 나에게 영화관 멀미라는 신세계를 보여주기위해서인지 계속해서 흔들리렸고 그것은 거의 재난에 가까웠다.
하지만 극초반부의 과거 서사가 끝나고 현재로 왔을때 그나마 그움직임이 멈추었고 나는 내가 지진이 잘없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다행이라는 이상한 안도감과 아직 영화가 시작한지 20분도 안지났다는 공포가 동시에 뇌리를 스쳤다.
그때였다. 드디어 베지터와 손오공이 브로리와 싸우는 장면에 돌입했고, 화려한 전투에 맞게 화려하게 움직이는 의자는 나의 견갑골과
등짝을 후드려치기 시작했고 기공파가 폭발할때마다 위쪽사이키가 번쩍거리면서 나에게 시각적 폭행을 하기시작했다.
영화안에서 베지터가 걸레짝이 될정도로 처맞고있는데 관람객인 나또한 베지터의 기분을 느낄수있다니 과연 최첨단 기술이라면서
이영화를 보는걸 거듭후회할때쯤 브로리가 베터지터를 빙산에 기공파화 함께 쑤셔박는 장면에서 의자가 앞쪽으로 크게 기울어지고
4DX의 3번째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빙산속 냉기를 표현할려고 켜진 안개발생기는 곧장 우리자리로 쏟아졌고, 뒤쪽 관객에게는
실감난 영화체험이 되었겠지만 정작 그자리에 앉은 나에게는 재난체험일 뿐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냄새 효과(기공파가 터질때라던가
화산지대에 들어갈때 탄내비슷한 향기를 안개와 함께 분사하는것같았다)는 나에게 완벽한 전천후 생지옥 체험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상화좌우로 마구흔들리는 의자, 화면과함께 나에게 레이저를 쏘아되는 싸이키장치, 이곳이 영화관인지 전쟁터인지 분간못하게하는
연기발생장치 그리고 괴악한냄새를 자랑하는 향기분사장치(....) 4DX 라는 명칭을 단 전자동식 고문의자 완전체가 나를 괴롭히는것에
어느정도 익숙해져서 그나마 화면이란걸 보고있을수있을때 메인 주인공인 손오공이 브로리와 한판 붙으는 순간이었다.
배경음악으로 손오공이 화면에 나올때는 고쿠! 브로리가 화면에 나올때는 브러리!! 라고 보컬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이게 거의 노래가사가 아니라 고쿠!브러리!고쿠!브러리! 이런식으로 캐릭터 이름만 샤우팅하기 시작했고, 이는 싸우는 중간까지 계속되었다
심지어 후반부에 고지터가 나오자 고지~터! 고지~터! 라는 소리가 백사운드를 뭉개며 샤우팅으로 들릴때는 이게 배경음악인가
아니면 과거 마케팅 수업에서 듣던 음악을 이용한 세뇌적광고 사운드인가를 고찰하게 만들었다.
어찌되었든 스토리는 진행되어 영화는 끝났고 최첨단 시스템에 농락당한 나의 첫 2D애니메이션 4DX 관람도 끝이났다.
영화관을 빠져나오고 3시간이 넘은 지금도 약간의 멀미가 느껴질정도로 강렬한체험이었지만,
옆에있던 형의 얼굴은 덕심에 은총을 입어서인지 내가겪은 전쟁체험은 패시브로 넘기고 감동만 남은 얼굴이었다.
이후 사준다는 점심은 내팽겨치고 정신적 산재를 요청하여 지금은 집에서 이렇게 후기를 남기고 있다
4DX 효과장치 근처자리 에는 돈내고는 보지말라고 이글을 쓰는거다. 궁금해도 보지마라.
<요약>
1. 드래곤볼 슈퍼 브로리 4DX 볼때는 맺집키우고가라. 주인공들 두들겨맞는 만큼 당신들도 의자에맞는다
2. 음료수 시작하자마자 반은 비우고 들어가라. 음료수가 역류하는 기적을 맛볼수있다.
3.
4. CGV에서 저거 봤으면 표들고 카운터에 가봐라 포스터랑 마우스패드 주더라....
이상 영화한테 두들겨맞고온 한남자의 푸념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