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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용사
게시물ID : readers_147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그케인
추천 : 1
조회수 : 23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8/12 16:5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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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책 읽기 좋은 계절이죠. 이번 가을은 책게에서 보내보는게 어떨까요.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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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서 이름 모를 새가 지저귄다.

내가 앉아있는 침대 위로 햇살이 비춘다. 

나는 조심스럽게 어제의 결투 현장이었던 창문으로 다가간다.

깨끗했던 유리 위로 칼자국이 난잡스럽게 나 있었다.

역시 그 녀석들이 왔다 갔었어..! 더 조심했었어야 했는데.. 칰쇼...



내가 이 세상을 구할 용사라는 것은 초등학생 때 깨달았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을 때였다.

지나가던 한 남자가 날 보다니 내 어깨를 붙잡고 주위를 살폈다.

나는 덜컥 겁이나 내 어깨를 꽉 쥔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며 소리를 질렀다.

남자는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내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너는 선택받은 아이야. 이 세상을 구할 사람은 너밖에 없어. 때가 되면 차원의 문이 열릴 거야. 그때 이 시계를 들고 '디지몬 세계로!'라고 외쳐."

남자는 나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시계를 손에 쥐여주고 골목 밖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나는 시계를 주머니에 넣고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내가 용사인 걸 들키면 나쁜 녀석들이 날 죽이려 들 거야...'

그 날 이후로 나는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게 되었다.

밖에 나갈 때는 늘 무기(커터칼을 테이프로 감싼 것)를 소지하고 나갔으며, 날 노리고 접근하는 녀석들도 있을 수 있으니 친구도 사귀지 않았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봐서 힘들었지만, 용사로서 해야 할 일이기에 꾹 참고 차원의 문이 열릴 때를 기다렸다.



그렇게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차원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아마 내가 아직은 필요하지 않다는 뜻인 것 같다.

유리 위에 난 칼자국을 포스터를 대충 붙여 가린 후, 교복을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부엌에서 엄마가 요리하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발소리를 죽여 현관으로 걸어갔다.

집에서 빠져나온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라는 종족들은 만나면 귀찮은 잔소리만 늘어놓기 때문에 만나지 않는 게 상책이다.

고개를 돌려 거리 쪽을 바라보았다.

날씨가 꽤 더워졌는지 하복을 입은 학생들이 종종 보였다.

나는 피식 하고 웃으며 학교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용사라는 것을 깨달은 날 이후, 주위에 있던 정령들이 내 말을 따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다.

'미개한 너희들은 이런 것도 할줄 모르지.. 크큭..'

나는 건들건들 거리며 교문을 지나갔다.

등교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아무도 날 잡지 않는다.

나는 지각해서 벌을 받고있는 아이들을 슥 쳐다보고 웃으며 여유롭게 교실로 들어갔다.

수업중이지만 나는 문을 쾅 하는 소리가 나도록 세게 연 뒤, 맨 뒷자리에 있는 내 전용 자리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수업하시던 선생님부터 모든 반 아이들까지 나를 쳐다봤다.

그들의 시선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기분이 좋았다.

그들은 아마 나의 당참과 용감함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자리에 앉아 어제의 싸움으로 지친 몸을 회복하기 위해 엎드려 잤다.



달콤한 꿈을 꾸고 있던 도중에 내 어깨를 툭툭 치는 느낌이 들어 몸을 일으켰다.

내 옆에는 벌벌 떨면서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남자애가 서 있었다.

"저 선생님이 오라고 하셔서."

나는 손짓으로 그에게 가보라고 한 후, 잠깐 망설이다가 주머니에 들어있는 커터칼을 만지작하며 교무실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지나가던 여자애들이 내가 지나갈 수 있도록 비켜주었다.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친구에게 무어라 하는데 들어보지 않아도 뻔하다.

왜 나는 잘생긴 얼굴로 태어났는가.. 신이 원망스러웠다.

잘생긴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눈에 띄기 마련이다.

나중에 내가 용사인 것이 세상에 알려지면 내 미모가 빛을 발하겠지만, 용사가 아닌 지금은 걸림돌이 될 뿐이다.

나에게 반해있는 팬들을 위해 손을 살짝 들어 인사해주었다.

"여어."

그리곤 다시 주머니에 손을 넣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고개를 살짝 숙인 뒤 교무실로 들어갔다.

선생님은 나를 학생용 의자에(용사에게 이런 하찮은 의자에 앉게 하다니...) 앉게 한 뒤,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며 잔소리를 시작했다.

"너도 이제 고3인데 그런 짓은 그만하고 공부해야지. 대학은 가야 하지 않겠니? 또…."

나는 다른 한쪽 손도 주머니에 넣어 용사의 상징인 시계를 쓰다듬었다.

그 시계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넌 용사인데 왜 공부를 해야 해? 그 시간에 더 수련해서 세계를 구할 생각을 해야지. 어차피 네 눈앞에 앉아있는 저 늙은이도 네가 없으면 찍소리도 못하고 죽을걸? 왜 그렇게 앉아서 잔소리나 듣고 있어.'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교무실을 나왔다.

뒤에서 선생님이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시간 낭비인 것을 알기 때문에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와 학교에서 빠져나왔다.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해가 지면 그 녀석들이 나와 나를 해치려 들것이다.

나는 쉽사리 당하지 않지만, 필요하지 않은 싸움은 피하고자 집을 향해 달렸다.

빛이 닿지 않는 골목길에서 빨간 눈이 나를 노려보는 것을 보고 더... 더........ 더 빨리 달렸다.

간발의 차로 집에 도착했다.

엄마가 부르는 소리도 무시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나를 보지 못하도록 포스터로 막아놓은 창문 말고 다른 창문에도 커튼을 쳤다.

전부 꼼꼼히 막혀있는지 확인한 후, 내가 유일하게 즐기는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검색창에 천천히.. to..day..hu...mor...co.kr...

이 사이트에는 북한에 선동당한 불쌍한 좌빨들이 모여 폭동을 모의하는 곳이다.

나는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전문용어로는 '산업화'.

오늘도 나는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댓글을 쓴다.





ID:용사 추천2/반대39
좀비들아. 애들 시신 꺼내주고 죄송하다 했으면 됐지;
왜 또 선동질이노
어떻게 이런 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할수있노;;;;
역시 미개한 오1유충들 클라스 ㅉㅉ

ID:기다립니다 추천51/반대0
1 병신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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