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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자화상
게시물ID : readers_147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금전출납부
추천 : 0
조회수 : 234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4/08/12 16: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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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게의 활성화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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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온다는 말이 무색할만큼 햇빛 쨍쨍한 오후 그는 집으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친구놈들과 오랜만에 만나 술잔을 거나하게 기울인만큼 몸도 기울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술을 멀리하라고 했지만 어디 술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이던가. 어쩌면 기울어진 지금이야말로 올바른 세상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 그의 앞에 20대의 앳된청년이 나타났다. 한손에는 전단지를 들고 다른 한손에는 서명용지를 든채로.
그는 짜증이 왈칵 치미는 것을 느꼈다. 지들 앞가림도 못할 녀석들이 정의로운일을 한답시고 행동하는 꼬락서니를 보노라면 한심하기 그지 없었다. 차라리 로또당첨확률을 높이라고 데모나 할것이지, 변할것도 없고 변할가능성도 없는 일에 헛힘을 쓰고 다른사람들을 괴롭히는 작태를 보면 빨갱이와 그닥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자신이 노력할 생각은 안하고 그저 사회탓만 하다니......
그는 청년에게 한심함이 가득란 눈길을 보냄과 동시에 가던길을 재촉했다. 집도 더울것은 자명했으나 적어도 집에선 저런 치들을 봐야하는 고역은 없으니까.

그는 집에 돌아와 능숙하게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확인했다. 오랜만에 의뢰메일이 하나 와있었다. 문학이 죽은 이 시대에 실로 오랜만의 의뢰메일이었다. 의뢰내용은 자신은 누구인가에 대한 레포트를 작성하는것. 보나마나 레포트월드는 불안한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일테다. 의뢰비용은 5만원. 자신의 생각을 적지 못해서 5만원을 쓰는 한심한 의뢰자를 생각하자니 순간 아까 본 청년이 떠올랐지만 아무렴 어쩌랴. 중요한것은 5만원을 번다는 단순한 사실인것을. 그는 열심히 그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의뢰인이 준 정보는 아무것도 없으니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 쉽게 써질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글은 쉽게 써졌다. 다만 글은 간결할수록 좋은거라는 그의 지론을 따라 그가 쓴 글을 한번에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함축적인 단어나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은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것이다. 이것만 마무리하면 실로 완벽한 작품이 탄생할거란 생각으로 그는 무작정 문장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두개의 문단이 하나가 되고 하나의 문단이 세줄로 줄어들고 있었다.


A는 그의 소식을 한줄의 문자로 통보받았다.
00장례식장. 2호실.
첫날이라 장례식장은 한산했다. 아니 인원만 적었다.
그의 아버지는 집주인과 실갱이중이었다.
그의 죽음을 처음 접한사람은 집주인이었다. 그가 생전에 가장 피하고싶던 사람. 그의 업보, 아니 그가 밀린 집세가 그를 고독한 죽음에서 건저내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였다. 집주인은 그의 아버지에게 사람죽은 고시원은 장사 망한다며 밀린집세 2배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 옆에서 그의 어머니는 두명의 남자를 붙들고 사정하고 있었다. 우리애가 스트레스와 과로로 죽을리 없으니 재조사를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노모의 청을 듣고있는 두명의 남자는 난처했다. 붉게 충혈된 눈은 누가봐도 과로의 흔적이었지만 그가 죽은 장소에 덩그러니 켜져있는 문서파일이 혹시 타살의 증거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때문이었다. 
그 문서파일엔 '병신ㄴㄴㄴㄴㄴㄴㄴㄴㄴ'이라는 글자만 오롯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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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월호를 잊지 않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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