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0~1506)는 지구는 둥그니까 서쪽으로 항해해서 인도를 찾겠다며 투자자를 찾았지만, 대부분은 그를 미친 사람 취급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알려진 것과 조금 다른데, 그 당시 지구가 구형이라는 사실은 어린아이도 아는 상식이었고, 사람들은 지구의 크기를 꽤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 선박과 항해술의 수준을 고려하건데, 지구를 한 바퀴 돌아서 인도까지 항해하는 것은 거리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콜럼버스는 인도가 아닌 다른 곳에 도착했고, 대부분은 그가 인도가 아닌 다른 땅을 발견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콜럼버스는 자신이 인도에 도착했다고 굳게 믿고 '지구가 완벽한 구형이 아니라 좀 많이 찌그러져 있을 수도 있지 않느냐!' 고 마지막 논리를 펼쳤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1473~1543)은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이를 받아들일 경우 행성들의 궤도를 설명하기가 좀더 편안해졌지만 절대적인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주전원, 이심 같은 복잡한 도구들을 도입해야 했고, 그러고서도 궤도를 정확히 설명하지도 못했다.
거기에 더해 가장 치명적이었던 것은 '연주 시차'였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면 지구의 위치에 따라 별이 보이는 각도가 계속 바뀌어야 하는데, 당시 아무리 정밀한 망원경을 동원해도 이를 전혀 관찰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양쪽 모두 모순덩어리 이론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천동설을 고수했고, 지동설이 완전한 이론이 된 것은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가 사망한 이후로도 상당한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다.
3. 알프레드 베게너(1880~1930)은 과거 '판게아'라는 하나의 거대한 대륙이 있었고, 판게아가 분리되어 천천히 이동하면서 지금의 대륙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이론은 모순덩어리였다. 그는 프라이팬에 올려놓은 계란후라이처럼 가벼운 대륙이 지각 위를 미끄러져 이동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맨틀까지 같이 움직이고 있었으므로 이는 잘못된 설명이었다.
때문에 그는 여기에 따라올 각종 부가 효과들을 설명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대륙을 움직이는 데에 필요한 그 엄청난 에너지가 어디에서부터 오는지도 전혀 설명할 수 없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대륙이 매년 2미터 이상을 이동해야만 했는데 이는 터무니없는 것이었고, 실험적으로 검증 가능한 모순이었다. 때문에 당시 사람들은 그의 대륙이동설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는 잘못된 판단은 아니었다.
4. 아인슈타인(1879-1955)은 1905년 특수상대성이론을 담은 역사적인 논문을 제출한다. 20세기 과학자들은 빛의 속도가 일정하게 관측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로렌츠는 이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수학적 해법을 발견하였고, 당시의 저명한 과학자들은 상대속도에 따라 길이나 시간에 미묘한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러운 추측들을 내놓고 있었다.(일부 과격한 경우에는 상대성이론을 푸앙카레가 발견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인슈타인은 여기서 로렌츠 변환의 논리를 끝까지 밀어붙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직관적인 현상들은 모순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여기에 특별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당시에는 '식이 아름답다'는 것이 가장 큰 무기였다. 특수상대성이론의 실험적 증거는 10년이 넘게 지난 다음에야 제시되었고, 증거가 제시된 이후에도 상대성이론을 받아들이지 않는 과학자는 거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