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느날 느닷없이 내린 비 같았다
예고도 없이 찾아와
이미 너로 반쯤 젖어버린 몸으로 급하게 사 쓴 우산 역시 흠뻑 젖어버렸고
나는 니 흔적이 다른 곳에 묻을까 두려워 우산에 비닐을 씌워버렸다
다음날 혹시나 니가 올까 니 흔적이 채 마르지도 않은 우산을 꺼내들고 길을 나선다
하지만 너는 오지 않았고
너를 위해 준비했던 우산만 내 손에 남아 나는 어딜 가도 한 손에 머무는 아쉬움을 버릴 수 없었다
결국 해는 떴고, 니 흔적 남은 우산만 창고에 우두커니 녹슬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