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닭이 우려면 아직 한 참 남았는데 눈이 뜨였다. 천근이 내려 앉은듯 무거운 어깨 때문이랴. 창밖에서 달빛인지 간판불빛인지 안으로 들어와 어렴풋이 잠자고 있는 아내와 아들을 비춘다. 어둡고 고요한 방안에 깊이 잠든 아내와 아들의 숨소리만이 들린다. 쉭쉭.. 색색,, 이토록 평온한 방안에 잠 못드는건 나뿐인가. 조용히 몸을 틀어 일어나려고 하자 허리와 무릎이 꾹꾹 쑤신다. 어두운 방안에 혹여나 아내와 아들이 잠에서 깰까봐 조심 조심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왔다. 거실창 반대편에 맺힌 물방울들이 마디마디 괴롭히는 존재를 설명해준다. 해가 지나갈수록 더해지는 것만 같은 통증이 이제는 익숙한듯 나는 거실에 아들 장난감박스를 베개 삼아 누워 글을 써본다.
어두운 거실안에서 더욱 어두운 곳으로 빠져든다. 경계선이 없는 넓은 공간에 빛 한점 없는 공간에 오로지 나만이 존재하는 곳. 그 곳으로 나는 빠져든다. 그 곳에선 어떤 소리도 빛도, 물체도 통증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 곳에서 나는 나와 분리된다. 나는 나를 보고 나와 합쳐졌다가 분리된다. 태양도 별도 없는 우주에서 나는 내 마음대로 움직이며 진짜 나와 만난다. 나는 무엇을 위해 글을 쓰는가? 내가 쓰는 글에서 독자가 없다. 애초에 독자가 없기에 진실하게 나와의 대화를 나눈다. 잠깐동안 특별한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무엇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시시비를 가리지 않아도 된다. 굳이 나에게 거짓을 말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진실로 들여다보면 나를 이해하게 된다.
삐리리리리 알람소리가 나를 현실로 불러들인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는지 시끄러운 알람에도 아내와 아들의 뒤척임이 들리지 않는다. 나는 마른 장작마냥 뻣뻣해진 뼈마디가 삐걱대는 소리를 들으며 옷을 입고 가게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