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남도청 공무원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과 군생활을 같이 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물증은 없지만 자기가 근무했던 군부대를 중심으로 역추적 한다면 신변을 확보할 수 있다며 사건의 재조사를 촉구 중이다.
19일 전 충남도청 공무원이자 2014년 충남도지사 선거에 무소속 후보로도 출마했던 김기문 행정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김 행정사의 따르면, 지난 1992년 강원도의 한 부대에서 복무하던 중 신병과 위병근무를 설 때의 일이다.
그 신병은 “살인하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느냐”는 질문을 여러 번 망설인 끝에 어렵게 꺼냈고, 나이 많은 할머니, 빨간 구두를 신은 결혼을 앞둔 처녀와의 성관계 경험도 이야기 했다. 처음엔 농담이나 꾸며낸 이야기려니 생각했지만 신병의 묘사는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군입대 후 화성연쇄살인사건 보도를 접한 김 행정사는 신병의 모험담과 사건의 정황이 일치하단 걸 깨닫고 범인으로 의심해 헌병대에 신고하기로 마음 먹는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공무원 수습기간 중 입대한 자신의 불확실한 처지와 당시 구타가혹행위, 의문사 등 흉흉했던 군 내부 분위기 상 신변의 위험을 우려해 행동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런 갈등은 마음의 병이 됐다. 제대 후에도 악몽을 꾸기 일쑤였고, 혹여나 자신이 진범을 알고도 놓친 것은 아닌가 걱정됐다. 다행히 TV에는 범인이 잡혔다는 방송이 나왔고 그 이후로는 마음을 놓고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
그러던 2007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고 진범이 잡히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 다시 신고를 결심하지만 이미사건이 발생한 지 20여 년이 지났고 당시 신병의 이름조차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무엇보다 단 둘이 근무를 서면서 들었던 진술이 전부였기에 증거가 전무했다. 또 당시만 해도 SNS나 청와대 홈페이지 등 공론화 시킬 방법도 제한적이었기에 공무원 신분으로서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진범 잡혔다는 소식 알고 보니 거짓…“지금 봐도 알아볼 수 있어”
이후로 10년이 더 지난 지금. 김 행정사는 이제라도 재조사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충청헤럴드>와의 통화에서 그는 “그 신병을 진범으로 확신하는 이유가 있다. 당시 군대문화는 엄격했는데 선임을 귀찮게 하다 얻어터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굳이 살인의 죄값을 묻는 다는 것은 자기 이야기가 아니면 할 이유가 없다. 사회에서 잘못을 저질러 경찰의 추격을 피해 입대했다는 말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집과 대학교가 경기도 지역이었고 노가다(막노동) 현장도 그 지역에서 다녔다고 들었다. 키는 170㎝ 정도에 호리호리했고 얼굴을 거무잡잡한 편이었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겠지만 학교를 다니다 휴학하고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들어왔다는 걸 봐서는 20대 초중반으로 생각된다. 지금 만나도 알아볼 수 있다”고 인상착의를 증언했다.
특히 “어디 집에 들어가서 어떻게 성폭행 했는지 등 방송에서 묘사되지 않은 구체적인 정황을 이야기 했다. 물론 살인을 저질렀다고 이야기하진 않았다”면서 “방송에서 소개한 특징도 확인했다. 노가다 현장을 다녔다고 했지만 손이 무척 부드러웠고, 끈을 매는 솜씨가 훌륭해서 부대에서 훈련할 때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고 확신했다.
김 행정사는 이같은 내용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리고 사건의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반응은 아직 냉랭하다.
그는 “당시 근무했던 사람들, 그중에는 당시 광주 MBC방송국에 근무했던 자의 이름도 알렸고 해당 군부대 이름까지 언급했는데도 수원지검에서는 '증거 등이 없어서 수사할 수 없다'고 한다”며 “제가 근무하던 부대는 몇몇 선임병에게 각자 자기의 이름을 써서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고, 단체 사진도 있어 역추적 하면 분명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행정사의 청원은 지난 18일 시작해 다음달 18일 마감될 예정이며, 19일 오후 4시 현재 17명이 동참한 상황이다.
한편 지난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반경 2km이내에서 6년동안 10명의 여성이 살해된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91년 4월3일 마지막 발생한 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2006년 4월2일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