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너를 위해 만들었던 기타 연주곡을 우연히 다시 듣게 되었다.
게시물ID : humordata_18084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하바나온난화
추천 : 3
조회수 : 159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9/04/04 21:03:14
옵션
  • 창작글
  너를 위해 만들었던 기타 연주곡을 우연히 다시 듣게 되었다. 기억의 저 너머로 밀어내고 단지 버리기 아까워 핸드폰에 담아놓았던 이 곡을 듣게 되었다. 스마트폰을 새로 장만해 자료를 옮긴다는 다소 세속적인 행위로, 과거의 나와 너로 물드는 기억 속의 차원에 내가 다시 초대되었다.

  그동안 잘 듣지 않던 스마트폰 속의 노래를 오랜만에 듣는 기분으로 새로운 스마트폰의 앱을 실행시켰을 때, 노래목록을 불러오는 로딩이 길었던 탓이었을까. 무심코 빗겨나간 손가락이 잘못 터치하여 닿게 된 곡은 너를 위해 만들었던 기타 연주곡이었다.

  그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나는 과거로 질주하였다. 1년 전 결혼식장에서 하객으로 또다시 만나고, 다시 1년 전 결혼식장에서 하객으로 만나고, 3년 전 너의 집 앞에서 싸우고 헤어지고(아니 일방적으로 화를 냈던 너로 기억한다. 다시 상황과 조건이 되면 연락하겠다고 말하고 연락을 끊은 나 역시 기억한다.), 그보다 몇개월 전 너는 다른 남자와 사귀기 시작했었다.

  또다시 몇개월 전 난 너에게 다시 고백할 것처럼 만나서 너와 멀어지겠다고 고하였고, 다시 시간을 거꾸로 올라가면 나는 다른 여자와 사귀었다 헤어졌다. 완전한 이별을 하기 전 너와 나는 학기와 방학을 오가며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였지만, 그것은 내가 원치 않는 것이었고 그것은 네가 조절할 수 없는 것이었다.

  또다시 거슬러 옛날로 돌아가면 너에게 나는 죽을 때까지 같은 곳에서 살며 평생 알고 지내고픈 오빠였고, 나에게 너는 사랑받기 좋은 성품을 지닌 영혼이 맑고 웃음이 예쁜 여동생이었다. 더 과거로 가게 되면 너는 너로써, 나는 나로써 같은 지구라는 별 안에서 살고 있었을 따름이다.

  우연이라는 것은 25%의 확률로 발생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현상이라고 나는 믿는다. A면서 B거나, A면서 B가 아니거나, A가 아니면서 B거나, A가 아니면서 B도 아니거나. 모든 현상은 최소 25%의 우연으로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치부하며, 내가 지금 이 곡을 듣게 된 것도 내가 너와 만난것도 모두 그 확률 안에 속하는 최소한의 우연일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너의 카카오톡 사진을 보았을 때, 사랑도 미련도 추억도 아닌 그 무언가를 느끼는 건 우연히 떠오르는 감정이다. 그 시절 너와 나는 공감할 수 있었던 향기와 소리가 있었고, 지금 그 소리 중 하나가 너를 기억하게 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너를 위해 만들었던 기타 연주곡을 우연히 되새겨 듣고 있다.
출처 벚꽃 시바ㅗ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