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와서 평생을 전업주부로 지내게 밥차려라, 청소해라, 애봐라 입으로만 명령하고
집안일은 몽땅 나모르쇠 니가 알아서 해야할거 아냐
집에서는 드러누워서 손가락 하나 까딱안하고 이거해라 저거해라
바로 머리맡에 있는 전화기도 안들면서 시켜먹기만 했지
젊은시절에는 돈 버느라 힘들다고 스트레스 푼다고 친구만나고 술마시고 온갖 진상은 다 부리고
어디있냐 언제들어오냐 맨날 전화하고 데리러 가게 만들고, 가게에서 진상핀거 사죄하게 만들고
애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아파서 밤에 급하게 병원 데려갔던거,
애들이 학교에서 어떤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는지,
휴일에 애들하고 손잡고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기를 했어 놀이터에서 그네를 밀어줘봤어
애 좀 봐달라 그러면 나 돈벌고 와서 피곤해.
청소 좀 도와달라 그러면 나 일하고 와서 피곤해.
외식 좀 하자 해도 나 일하고 와서 피곤해.
제사 준비 좀 도와달라 해도 나는 돈벌잖아 피곤해.
가족들일, 집안일은 왜 다 피곤하고 친구들이랑 놀거나 술마시거나 티비 보는 것만 힐링이었어?
그렇게 집안일엔 무관심하더니
집안 사람들을 다 자기 수발만 드는 사람처럼 이것저것 부려먹더니
나이 들고 직장 그만두고 젊었을 때 미친듯이 마시던 술이 건강악화로 나타나고
택시하겠다고 돌아다녀도 돈 안벌리고 이러니까
이제와서 평생을 집안일만 해온 사람을 쥐어짜.
외출만 해도 돈벌러 가냐고 비꼬고, 밤에 조금만 늦게 들어와도 저녁밥 차리게 빨리 들어오라고 그러고.
술만 마시면 혼자 벌기 힘들다 식당일이라도 해야 되는거 아니냐 식충이 취급하잖아.
내가 돈버는 기계냐고.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냐고.
아빠.
전생까지 갈 일이 뭐가 있어? 아빠를 돈 버는 기계로 만든건 아빠잖아.
집안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그렇게 만들었잖아.
돈 벌어 오니까 집안일 등한시하고, 손가락 까딱 안하고. 육아든 집안일이든 모두다 엄마가 하게 만들었잖아.
난 돈 벌어오니까 집에서 아무것도 안해도 돼.
라는 식으로 생활한건 아빠였잖아.
그래놓고 왜 이제와서 짜증을 내고 엄마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말해?
젊었을 땐 하고 싶은 취미생활 다 하고 즐기고 살면서 돈벌어오는 것만으로 내 할일 다 했다는 식으로 살아왔으면서.
아빠로서 우리들 어렸을때 손잡고 놀이터에 나가거나,
같이 제사 준비를 하면서 가족행사를 하거나
매일 집안일에 육아에, 애들교육에 지친 엄마한테도 하고 싶은 일 찾아보라고 해보지 그랬어.
집안일만 하지말고 하고싶은거 있으면 해봐라 그래보지 그랬어.
돈벌어오는 기계 취급이 되기 싫었으면 진작에 집에 관심 좀 갖지 그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