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게가 좋아욤
========================================================================
그를 처음 만난 건 형형색색의 네온사인들이 넘치는 도시의 밤거리였다.
거리의 수많은 사람이 저마다 화려한 복장을 하고 공작새가 이성을 유혹하는 몸짓을 하고 있었다.
그는 비록 눈에 띄는 옷차림은 아니었지만, 행동거지는 그 사이에서도 눈에 띄었다.
지나치는 행인들은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그를 은근슬쩍 흘깃 쳐다보고 지나갔다.
그의 주위를 서성이는 나에게 그는 무언가 필요하다는 듯 다가와서 말을 건넸다.
"인세르토 코인?"
프랑스인이었나.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나에게 동전을 빌려달라는 의미였던 듯하다.
"프레스 아 스타르트 바트온"
동전 몇푼을 건네주자 고맙다는 뜻일까 그는 내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난 그가 누군지도 모른 체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고 언어가 아닌 행동과 몸짓 눈으로 데이트를 즐겼다.
경험이 많았던 것일까. 난 그의 말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가 다정한 사람이라는 것은 알았다.
"유 와인"
내가 와인처럼 달콤하다는 뜻이었을까. 그는 나를 만날 때마다 이 말을 자주 하곤 했는데
비록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가 주절거리는 게 나에게 좋은 칭찬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관계를 계속할수록 난 예의 바르고 상냥한 그에게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사람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이름은 헤레 코메 아 뉴 차렌제르.
이름이 긴 걸 보니 아마 귀족 출신이었을까.
결국 난 그 남자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걸 느꼈다.
"유 로세"
이 말이 그 사람의 마지막 이별 통보임을 느꼈다.
붙잡고 매달리는 나에게 그는 차가운 한마디만 반복할 뿐이었다.
"콘티누에"
냉정하게 그는 자리에 일어서 돌아섰다. 그리고 나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남기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가메 오베르"
그것이 마지막까지 가르쳐주지 않던 그 남자의 이름이었을까, 작별의 인사였을까. 잘 모르겠다.
다만 또다시 오늘 밤 외로운 거리를 서성일 그 남자가
새로운 세상에 눈뜨고 있던 그 시절 나에게 남긴 마지막 한마디였다.
================================================================================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