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아웃렛 가로수길 앞에서
가로수 길,
왕복 2차선 도로, 나홀로 외줄 타듯 걸어가는.
고갯 너머로 들려오는 하하 호호 소리
내 입에서는 하 호 소리.
과자를 고르는데 들려오는
과자 이야기들.
과자를 고르는데 머릿속에 울리는
과자 이야기.
봉투의 손잡이는 두개인데
두개 모두 나의 한 손안에.
두 팔 모두 벌릴 수 있지만
한쪽은 주머니안에서 그저 만지작 거릴뿐
밥을 먹으러 다니면, 옆 테이블에는 두개의 식판이 있지만
난 그저 앞에 놓인 가방 앞주머니 단추를 응시한다
퇴화 되어가는 성대,
두드리기만 하는 핸드폰.
그들은 나처럼 낮잠을 깨워주는 알람시계가 필요 없겠지,
영화를 어떻게 볼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지금 나처럼 이런 생각 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들 처럼 되는건
아직 나에게 너무도 먼 길이다
본삭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