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민왕.
당신은 참으로 훌륭한 군주입니다.
그러나 나는 임금 공민왕이 아닌 사람 왕기가 항상 떠오릅니다.
그대를 향한 처연한 감정은 실패한 개혁이 아닌 애절한 사랑에서 옵니다.
이역만리에서 시작된 사랑.
그리고 눈을 감은 후에도 맞잡던 두 손.
어찌 감히 제가 당신의 마음을 논하겠습니까.
어찌 감히 제가 당신의 사랑을 논하겠습니까.
당신과 반려의 무덤.
그 가운데에 만든 자그마한 문 하나.
저는 사랑하는 모든 이들께 이 문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당신에 대한 저의 마음은 이 문으로 모두 표현됩니다.
부디 저승에서 못다이룬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그곳은 정적의 시달림도, 어지러운 시국을 바로잡아야한다는 부담감도 모두 없는,
당신과 노국공주만의 공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