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서울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강연에선 학생들이 김 전 대통령의 코앞에까지 진출하는 진풍경을 이뤘다. [다시보기]김대중 전 대통령 서울대 학생들과 일문일답 / 김윤상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 서울대 통일연구소 초청강연 질의응답/2006.10.19 (목). 질문1.
대통령님께서 강연에서 햇볕정책의 정당성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는데, 제 생각에는 햇볕정책이 북한의 경제·사회적 변화를 유도했을지는 몰라도 군사·정치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햇볕정책을 통해 남북 간의 정치·군사적 변화까지도 유도하고 통일의 기반을 제시하려고 하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햇볕정책이 북한 체제의 변화와 특히 군사 분야에서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결론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6.15 남북정상회담에서도 군사문제와 평화문제는 합의를 내리지 못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번 북한 핵실험 역시 햇볕정책의 효용성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햇볕정책이 어떠한 연결고리를 통해서 북한의 체재변화나 정치·군사적 변화를 이루고 통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서 어떠한 태도를 지녀야하는지 궁금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답. 첫 질문부터 아주 공격적으로 한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햇볕정책은 남북관계에는 성공했고, 완전히 성공하지 못한 것은 북미관계가 나빠서 성공하지 못한 것입니다. 여기 6.15 남북공동선언문이 있습니다만, 우리는 북한과 모든 문제를 자주적으로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남북 간의 통일에 있어서도 제1단계 남쪽의 ‘남북연합’과 북쪽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같다는 것이 합의가 되었습니다. 북한은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처음에 연방제를 주장했습니다. 50년 동안 주장을 했어요. 연방제라는 것은 말하자면 미국과 같이 중앙정부가 군사적 외교적 기타 내정문제의 상당 권한을 갖는 것을 말합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나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얘기 했습니다. ‘지금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남북의 군사를 하나로 하며, 외교를 하나로 할 수 있느냐. 국방을 같이 하게 되면 자연히 세금이나, 기타 여러 가지 관계 법령 등이 내정문제로 가는데 그러면은 지금 현 단계에서는 불가능하지 않느냐. 불가능한 얘기를 자꾸 하니까 발전이 없는 것이다.’ 나의 이 말에 북한은 결국 우리의 남북연합제와 거의 내용이 완전히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으로 태도로 바꾼 것입니다. 이름만 ‘낮은 단계’라는 말을 붙인 것입니다. 이것은 여기 연설문에서 제가 설명했지만 1민족 2독립정부의 체제를 말합니다. 2독립국가라고 말하지 않는 것은 우리는 통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국가로 인정하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나 국가와 마찬가지로 권능은 다 인정하는 것이 양측의 현재의 생각인 것입니다. 햇볕정책은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북핵 문제는 크게 진전은 안 되고 있지만 북한 민심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북한 주민의 과거 남한에 대한 증오심·적개심의 태도가 전부 부러움과 감사의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1년에 북한에 지원한 비료, 식량의 포대만 해도 수천만 개에 달합니다. 그 포대의 질이 좋으니까 북한 주민들은 그것을 쇼핑백으로도 쓰고, 유리창이 깨지면 거기에 바르기도 합니다. 그것이 북에 주는 영향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군사적으로도 큰 진전이 없지만 남북국방장관 회담도 내 재임 중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남북이 서로 휴전선에서 비난하던 확성기도 철거했습니다. 남북군사실무회담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이미 정치·군사적으로, 경제적 문제는 말할 것도 없이, 다 같이 발전시켜서 여러분들이 안심하게 살 수 있는 시대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6.15 정상회담 이후에는 과거에는 월남전에서 미군이 지고 나와도 일대 소동이 일어나고, 휴전선에서 북한 군인들이 총 몇 방 쏘아도 난리가 났습니다만, 북한이 핵실험을 했는데도 우리나라가 아주 안전하지 않습니까? 그것이 한국 사람들이 안보불감증에 걸려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한국 사람들은 자기 몸의 피부로 남북 간의 긴장을 느낍니다. 그런데 북한을 많이 가서 보니까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정치적으로도 자신 있고, 군사적으로도 훨씬 앞선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핵 빼고 말입니다. 경제적으로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방심해서는 안 되지만 북한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우리 국민들이 알고 있는 것입니다. 일일이 이론으로 정연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육감으로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도 마음 놓고 있는 것입니다. 옛날과 같았으면 만일 전쟁이 난다면 여러분도 ‘내가 전쟁가야 하는데 어쩌나’ 하고 불안해 할 텐데 그런 사람 없잖아요? 그런 것이 모두 미안한 말이지만 햇볕정책 덕분입니다. 그래서 ‘햇볕정책 덕이다’라는 부분에는 젊은 여러분들이 마땅히 박수를 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가 영향을 제대로 주지 못한 것은 북한의 핵문제입니다. 북한 핵문제는 남북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미국과 북한의 문제입니다. 북미간 대화를 안 하니까 발전이 없는 것입니다. 대화를 해서 미국이 북한의 안전만 보장해 준다면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미국이 직접 감시해도 좋다’고 까지 나오니까 한 번 해봐야 합니다. 그래서 안 하면 그 때 제재를 해야지, 해보지도 않고 먼저 제재한다고 하니까 일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그게 어째서 햇볕정책의 책임입니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분리해서 햇볕정책은 남북관계를 발전시켰고 더 크게 발전시킬 것입니다. 그러나 북핵 문제는 북미 간에 대화하고 우리는 옆에서 협력하고, 중국, 일본, 러시아도 협력해서 해결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억울한 햇볕정책을 너무 질책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질문2.
대통령님께서 북한 핵실험 파문에 대해서 북미간의 공동 책임을 말씀하시고 해법으로서 북미 간에 조금씩 양보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지만은 문제는 북미 어느 쪽도 먼저 양보를 하려고 하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어떻게 외교를 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김대중 전 대통령 답 : 미국과 북한이 어떻게 책임을 지느냐, 또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과 북한이 서로 주고받아야 합니다. 미국은 미국 것을 카드로 내 놓고 북한은 북한의 카드를 내 놓아야 합니다.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에 적극 동참해야 합니다. 북한은 우리와 법적으로 합의를 본 일을 깼으니까 책임져야 합니다. 그리고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적 제재를 해제하고 국교를 열어 주어야 합니다. 유엔에 북한이 가입할 때 미국이 지지했습니다. 유엔 가입 국가는 국교를 열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미국은 공산주의 북한이라서 안 된다고 말하지만 왜 소련, 중국과는 국교를 열고, 베트남과는 전쟁까지 한 나라지만 국교를 했습니까. 그래서 이 점에 있어서도 미국이 현재의 태도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북미 양측이 서로 불신하니까 동시에 주고받아야 합니다. 이 문제는 해결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나는 북한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지만 그 사람의 최대 염원은 미국과 관계 개선하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자기들이 살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북한이 지금 핵을 가지고 있어봤자 미국 앞에서는 완전히 장난감에 불과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 좁은 한반도에서 북한이 핵 공격하고, 미국이 핵공격하면, 한반도 어디가 남아나겠습니까? 그때 우리 모두는 살아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절대로 핵의 사용을 반대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절대로 전쟁을 반대해야 합니다. 왜 우리가 강제로 분단되어서 강대국들의 대리전으로 큰 전쟁을 치렀으면 됐지 또 전쟁을 해야 합니까. 그런 점에 있어서 나는 나이 먹은 사람으로서 전쟁에 나갈 가능성이 없습니다. 전쟁이라는 것은 물론 불가피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나갑니다. 찰리 채플린이라는 희극배우가 있었는데 그 사람이 히틀러를 반대하고 전쟁을 반대한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희극배우답게 말했어요. ‘전쟁은 전부 40대 이상의 사람만 가라. 나이 먹은 사람들이 자기들은 전쟁에 안 가니까 쉽게 결정해서 젊은 사람들을 죽게 만든다. 그러니까 나이 먹는 사람들이 전쟁에 나가서 죽든 살든지 해야 한다.’ 나는 자주 ‘만일 전쟁이 난다면 젊은이들이 총 들고 나가야 하는데, 그런 일이 없어야 하는데…….’ 이런 생각을 갖습니다. 우리같이 나이 먹는 사람들은 또 국정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어떻게 하든지 전쟁을 하지 않고 남북 간의 문제를 대화로 풀어서 평화적으로 통일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들이 여러분들에게 죽기 전에 할 사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전쟁을 반대하고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남북 간의 평화를 주장해야 합니다.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지만 평화를 위해서 남북 간의 화해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질문3.
저는 평소에 햇볕정책이 남북 간의 화해 협력과 북한 주민들의 생활 개선에 기여한 바가 매우 크며 반드시 추진되었어야 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재의 북한 핵실험과 같은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대해서 남한의 강경한 입장, 메시지를 전달하기에는 햇볕정책이 한계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대통령님께서 처음에 햇볕정책을 구상하실 때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할 방안을 구상하신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또한 현재 미국의 남한 정부에 대한 PSI 참여 요청과 금강산 관광 지속에 대한 비판도 있는데 남한 정부가 이러한 비판에 대해서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김대중 전 대통령 답 : 요새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고, 폐기해야 한다느니 계속해야 한다느니 말들이 있습니다. 또 북한에 대해서 퍼주기만 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서독이 동독에 대해서 얼마를 주었냐면 매년 32억불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매년 1억불을 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계산을 보면, 정부에서 7천만불, 민간에서 3천만불 그렇게 1억불을 주었습니다. 서독과 비교해서 1/32를 주고 있습니다. 그러면 서독이 그렇게 동독을 지원했으니까 공산당이 더욱 힘을 얻어서 동독이 서독을 이겼습니까? 반대입니다.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동독이 서독에게 망했습니다. 공산주의는 개혁 개방하고 외부의 민주적 바람, 자본주의적 바람을 받아들이면 결국 굴복하게 되어 있습니다. 서독이 그 증거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얼마나 주었다고 시비하는 겁니까? 그동안 우리를 원수로 생각하며 미워하고 ‘미 제국주의의 앞잡이로 모두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던 북한 사람들이 우리가 지원한 비료, 식량을 받고 생각이 바뀌어서 ‘남한 사람들은 참 잘 사는 구나! 부럽다. 남한에 감사하다.’ 이런 생각으로 지금 바뀌었습니다. 지금 북한 사회는 의사가 오전에 진찰하면 오후에는 장사합니다. 학교 선생들도 먹을 것이 없어서 과외를 가르치는 잘 사는 학생의 집에 가서 얻어먹습니다. 눈칫밥을 먹어요. 그렇게 생활들이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사람들이 우리가 지원한 식량이나 비료를 받았을 때 얼마나 고맙게 생각하겠습니까. 우리는 지금 북한을 정신부터 바꿔놓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은 2002년 7월 1일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로 인구의 거의 7 ~ 8할이 장사를 합니다. 이제는 자기가 벌어서 자기가 먹고 살아야 합니다. 북한 정부가 먹여 살릴 힘이 없습니다. 이렇게 장사하니까 자연히 자본주의로 흘러 들어갑니다. 지금 김정일은 북한 체제가 변할까봐 겁을 내서 일방적으로는 개방을 하면서 일방적으로는 봉쇄하는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 있어서 개성은 우리가 돈을 버는 곳이고, 금강산은 휴전선이 10km 북상하는 효과가 있고, 거기 있던 군대가 다른 곳으로 모두 이동했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금강산에 관광 온 남한 사람들을 얼마나 부러워하고 있는가 여러분은 짐작이 갈 것입니다. 이런 점에 있어서 우리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큰 시야로 봐야 합니다. 그리고 인간적으로 생각해 봐도 같은 민족 ,같은 문화의 단일 민족으로서 그런 사람들이 지금 밥을 제대로 못 먹고, 어린이들이 키가 줄고, 영양실조에 걸려있고, 병이 나도 고치지 못하는 등 어렵게 살고 있는데 우리는 음식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나옵니다. 그런데 북한을 좀 도와주는 것이 왜 그렇게 배가 아픕니까? 과거 소련과 국교 한다고 해서 몇 십 억불을 주지 않았습니까? 북한에도 사람이 사는 사회입니다. 우리가 자기들을 도와주고 동정하고 선의로 대하면 그들로 우리에 대한 마음이 달라지고 또 이미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 있어서 개성은 전략적으로도 중요하고 경제적으로도 중요합니다. 개성에서 현재 약 8천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데 1천만 평 모두 조성하고 나면 최소한도 35만 명의 사람들이 거기서 일하게 됩니다. 개성은 우리의 북방에 대한 전진기지입니다. 또 북한 입장에서 볼 때 개성은 서울에 대한 전진기지인데 그것을 내 준 것입니다. 우리가 안보면에서도 아주 큰 것을 얻고 있는 것입니다. 동해안의 장전항에 있던 해군기지가 다른 곳으로 이전한 것도 우리에게 아주 큰 이익입니다. 북한은 입으로 큰 소리하지만 전쟁을 바라지 않습니다. 할 능력이 없습니다. 북한의 무기는 30년 40년 노후화된 무기입니다. 기름이 없어서 전차도, 비행기도 훈련을 못합니다. 군인들도 먹을 것이 없어서 식량을 훔치고 민가에 가서 강제로 식량을 뺏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시 말합니다. 공산주의는 억압하고 압박하면 더욱 강해집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러한 것을 이용해서 선전합니다. ‘우리가 못 살고 배가 고프다. 왜냐하면 미 제국주의가 우리를 못 살게 만든다. 과거에는 남한 놈들이 미 제국주의의 앞잡이가 되어 우리를 못 살게 굴었다. 봐라 남쪽이 저렇게 잘 사는 것은 미 제국주의가 막지 않기 때문에 잘 사는 것이다. 우리도 막지만 않으면 잘 살 텐데 못 사니 미 제국주의를 타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국민을 선동하는 것입니다. 다른 이야기를 전혀 들을 수 없고, 외국 사람과의 접촉도 없는 상태에서 똑 같은 소리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50년, 60년 듣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사람들의 정신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PSI에 대해서는 이번 UN 결의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오늘 미국 국무장관이 와서 정부와도 상의하고 있는 것 같으니 적절한 선에서 정부가 처리할 것으로 믿습니다. 그 결과를 보십시다. 질문4.
지금 북한 핵문제가 문제시 되는 상황에서 과연 꼭 통일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이 실효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통일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교류가 이루어지고 아까 말씀하신 연방이나, 연합제 수준에서 뭉치는 것이 통일을 목적으로 하는 것보다 더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대중 전 대통령 답 : 우리말에 점입가경이라는 말에 있는데, 이것은 점입난문 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꾸 어려운 문제가 나옵니다. 통일을 하지 않고 그냥 1민족 2국가체제로 사이좋게 살면 어떠냐 그런 질문인데 그것은 첫째 북한이 듣지 않습니다. 북한은 통일 가지고 백성을 이끌고 가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그것을 듣겠습니까? 민족의 반역자라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그렇지만 우리가 생각해 볼 때 1300년 동안 조상들이 끌고 온 통일국가가 죄 없이 분단되었는데 60년 분단가지고 우리가 통일 노력을 포기하고 그만둔다고 할 때 우리 조상의 영(靈)이 우리를 용서하겠습니까? 통일이 되어야 할 이유는 소극적인 입장보다도 긍정적으로 볼 때 너무도 큽니다. 우리가 편안하고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통일을 해야 합니다. 통일을 안 하면 언제 또 6.25와 같은 전쟁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언제 여러분들이 총대를 메고 일선에 나가야 할지 모릅니다. 그런 세상을 우리가 계속 살자는 것입니까? 북한은 아까 말과 같이 1민족 2국가에 절대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 남한의 국민들도 통일을 포기한다는 것에 절대 다수가 반대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것은 우리가 생각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달리 북한 사람들의 마음이 많이 달라져서 우리에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나타내지는 않지만 북한은 과거에 비하면 우리 쪽으로 상당히 기울어 온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도 군사적 문제도 있지만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이익이 나옵니다. 우리는 지금 북한에 엄청난 이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북한의 철도·전력·항만·관광·도로·통신 등 7가지를 우리가 확보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권리를 30년, 50년 기한으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북한경제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안하면, 중국이 들어옵니다. 지금도 북한의 소비품은 8 ~ 9할이 중국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중국의 식민지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런 것을 막기 위해서도 북한으로 진출해야 합니다. 그래서 중국과 균형을 맞추면서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합니다. 내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서 들은 것은, 여기서 말한 것을 그대로 옮길 수는 없지만, 절대로 중국에 기우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김정일이 가장 바라는 것은 우리와 화해 협력하는 것이고 미국과 관계 개선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문제를 신중하게 생각해서 조금 고통스럽고, 짜증나고, 잘 될 것 같지 않고,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민족의 통일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들은 이 문제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북한과의 관계개선에서 우리가 앞으로 북한으로 진출하면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 문화가 같고, 언어가 같고 혈통이 같이 사람들을 활용해서 북한도 좋고 우리도 좋은 경제발전을 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우리가 북한과 손잡고 중앙아시아,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라시아 대륙은 철도로밖에 나가지 못합니다. 우리가 반도국가지만 육지로 나가지 못하니까 반도가 아닙니다. 그것은 북한과 연결이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유라시아는 석유, 가스 등 온갖 광물이 나오고 있는데, 그곳을 미국이 진출하고 있고, 소련, 유럽 국가 등이 진출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지금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하려고 난리입니다. 우리도 지금 그곳으로 진출해야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 21세기에 세계 5, 6위의 경제력을 갖는 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잘 하면 그렇게 될 겁니다. 유라시아 대륙을 거쳐 파리, 런던까지 가는 ‘철의 실크로드’가 되면 한국은 동쪽 태평양의 물류 거점이 됩니다. 물류가 일어나면, 생산과 수송, 관광, 공업 등 모든 것이 일어납니다. 우리나라가 단군 이래 최대 강국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 힘들어도 그 길을 가야 합니다. 우리 조상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요새 TV를 보면 주몽이 나오고, 연개소문이 나오고 하는데 그것을 보면 당시 조상들이 거대한 중국의 한나라, 당나라와 싸워서 우리 민족을 지켜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군사적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겠지만 반드시 북한을 관통해서 대륙으로 진출해서 동북아시아, 중앙아시아, 동구라파, 서구라파로 나가서 세계 5대 경제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국은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산업사회 시대가 아닙니다. 산업사회는 자본, 자원, 토지, 노동력이 많아야 하지만, 그러나 21세기 지식기반시대에는 여러분과 같은 우수한 인재가 한국 제일이 아니라 세계 제일이 된다면 우리는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그것을 해 낼 것입니다. 정보화를 해 낸 것을 보십시오. 내가 대통령이 되어서 외환위기를 맞아 급박한 시대에도 불구하고 정보화를 시작했는데,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정보화를 잘 받아 들여서 미국, 일본, 유럽보다도 더 정보화를 발전시키는 나라를 만들어 냈습니다. 여러분은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께서는 우선 1민족 2독립정부체제로 가다가 장차 1민족 1국가체제로 통합시켜서 조상들의 통일의 은혜에 보답할 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미래를 세계 속에서 우뚝 세우는 일을 해 나가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5.
대통령님 연설 중 행동하는 양심 부분에서 사람의 마음 속에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고 있다는 말씀에 충분히 공감하는데요, 천사가 이기려면 이웃사랑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 너무 종교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대통령님 삶 속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고, 개인적으로 악마에게 지신 경험이 있으시다면 가장 큰 악마는 무엇이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김대중 전 대통령 답 : 나는 가톨릭 신자입니다. 그리고 집의 사람은 감리교 개신교 신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종교적 견해 때문에 다툰 적은 없습니다. 나는 기독교를 믿으면서도 항상 하느님이 정말로 계신가 때때로 의심했습니다. 아마 믿는 사람 중에 그런 사람 많을 겁니다. 그런데 내가 하느님과 결정적으로 만날 때가 있었습니다. 1973년 일본에서 납치되어 중앙정보부 공작선에 실려 한국으로 오는데 그 때 전신을 결박당했습니다. 입에 재갈을 물리고, 눈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이고 그리고 판자 위에 나를 묶고, 오른쪽 팔과 왼쪽 다리에 무거운 물체를 매달고 그런 식으로 묶여있었습니다. 그즈음 나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기도하고 기도문을 쓰고 그랬는데, 그 때는 하느님 생각 안 했어요. 그 때는 정신이 어떻게 되었나 봐요. 나는 속으로 ‘이제 바다에 던져질 것인데, 물속에 들어가서 한 30분 정도 허덕이면 죽을 것이다. 이것이 차라리 잘됐다. 앞으로 고생도 안하고……. 그 때 일본에서 망명하고 있었거든요.’ 그런 생각을 했어요. 또 ‘상어한테 물려도 좋은데 아래토막은 물려도 좋으니까 윗토막은 살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하면서 결박을 풀어 보려고 힘을 주어보는데 아무 가능성이 없는 일이었어요. 그렇게 딴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예수님이 옆에 서시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예수님 옷소매를 붙잡고 ‘주님! 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아직도 우리 국민을 위해 할 일이 많습니다.’ 하고 예수님에게 호소하는 것도 정치적으로 했어요.(웃음) 그런데 그 때 ‘펑!’ 소리가 나면서 눈에 빛이 지나가는 것 같았어요. 그 때 옆에 있던 중앙정보부 요원이(그때는 중앙정보부인지도 몰랐어요) ‘비행기다!’ 하면서 뛰어나가더라고요. 한 30분 있은 후에 배는 막 달려가고, 젊은 사람 하나가 뛰어 들어오더니 경상도 사투리로 ‘김대중 선생님 아니십니까?’ 하고 묻기에 ‘맞다’고 고개를 끄덕끄덕 하니까 그 사람이 귀에다 대고 ‘이제 산 것 같습니다.’ 그러더니 와서 주스도 주고, 담배도 물려주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담배를 피웠어요. 담배는 83년부터 끊었어요. 여러분 중에서도 피는 분 있으면 제발 끊으세요.(웃음) 배가 한 30분 속력을 내서 달리다가 나중에 속력을 늦추더라고요. 나중에 보니까 그것이 살아난 기회였어요. 어떻게 살게 되었냐면 나를 한국의 CIA가 납치하니까 그것을 미국 CIA가 캐치했어요. 그래서 일본에 알려주었어요. 미국에서 키신저 장관이 한국에 (김대중을) 죽이면 안 된다고 얘기하고 그래서 한국에 있는 미국 대사가 정부 국무총리인가 대통령인가를 찾아가서 나를 죽이면 중대한 문제가 된다고 하니까 그래서 도중에 죽이는 것이 중지되어 살아났대요. 그래서 그 때 나는 하느님을 실감했어요. 그 후에 그 때 내가 만난 것이 정말로 하느님인가 아닌가 궁금해서 어디 권위 있는 분에게 증명을 받고 싶어서 김수환 추기경에게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김수환 추기경께서 ‘당신이 그 때 기도를 하고 있었다면 환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기도하지 않고 딴 생각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하느님이 나타난 것은 하느님일 가능성이 상당히 많다. 그것이 하느님이다 아니다 하는 것은 당신의 믿음에 있지 내가 증명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나는 속으로 좀 불만이었어요. 이왕이면 권위 있는 추기경이 ‘그건 틀림없이 하느님이다’ 이렇게 얘기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걸 안 해주더라고요.(웃음) 여하튼 저는 지금 하느님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 내가 살아온 모든 것을 보면 행동으로는 안 하지만 마음속으로 악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또 남한테 참 못할 일을 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여러 가지 남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일도 있는 것 같고. 나는 사람들은 다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점에 있어서 하느님 앞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함으로써 우리는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고, 우리가 죽더라도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믿으면 훨씬 더 편안하게 마음을 안정시키면서 이 세상을 뜰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나는 여기에 종교를 선전하러 온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 대해서 질문을 하니까 확실히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악에 져본 일이 있느냐는 질문은 미안하지만 그것은 내 사생활 문제이기 때문에 꼭 알고 싶으면 조용히 둘이 만나서 얘기해 주겠어요.(웃음) 감사합니다. /끝/ * 자료: 김대중 도서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