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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영화를 무척이나 기대했고
또 좋아하는 배우의 주연작이기에
몇차례나 영화관에서 보았다.
한번 본 영화를 다시 보면 전에는 알지 못한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마련이다.
연출의 숨겨진 의미나, 처음 듣는 대사에서 오는 즐거움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다.
엔딩 크레딧이 달라진 것이다.
나는 이 이상한 현상을 세번째에서야 발견했다.
검은 화면에 서서히 나타나는 제목, 그리고 다음으로 나오는 크레딧 사이의 숫자. 그것이 바뀌어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로 다음날 영화를 예매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숫자는 바로 그 화면이 뜬 시점에, 영화관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수를 의미하는 것임을.
dvd가 출시되고, 한동안 더 고민했으나… 나는 꺼림칙함을 애써 외면하고 dvd를 구입했다.
당신도 영화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내가 살 수밖에 없었다는 걸 이해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가게를 벗어나 집에 돌아온 순간 용기는 사라져버렸고, 영화를 트는 것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만약 나밖에 없는 방에서 모니터 화면에 1이란 숫자가 뜬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때문에 나는 핑계를 대고 친구들 두명을 불러 모아 다같이 영화를 보기로 했다.
팝콘을 입 안에 털어넣으며 느긋이 감상한 다음 한번 더 확인해볼 참이었다.
누구에게도 크레딧에 관련해 미리 얘기하진 않았다.
크레딧 숫자는 또 바뀌어있었다.
하지만 내가 놀란 건 다른 부분이다.
화면에 뜬 숫자는 4였다.
당연한 소리지만, 우린 세명이란 말이다.